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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메르스의 근원지 쿠웨이트, 한국은 이번 사태 터져서야 ‘오염국’ 지정

 정부가 9월9일 메르스 오염지역 명단에 쿠웨이트를 추가했다. 이곳에서 9월7일 귀국한 남성 A씨(61)가 메르스 확진을 받은 데 따른 후속조치다. 그런데 미국 당국은 이전부터 쿠웨이트를 메르스 위험지역으로 보고 관리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10일 오후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응급실 앞에 붙은 메르스 감염 관련 안내문 앞으로 병원 관계자가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사태의 진원지 쿠웨이트, 미국은 ‘경계국’ 지정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감염병의 위험도에 따라 여행 국가에 대한 감시수준을 3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레벨1(Watch·감시), 레벨2(Alert·경계), 레벨3(Warning·경고) 순으로 그 수준이 높아진다. 8월2일 CDC는 홈페이지에 중동 국가들에 대한 메르스 감시수준을 업데이트해 발표했다. 여기서 쿠웨이트는 인근 13개 나라와 함께 레벨2로 분류돼 있다.  레벨2 국가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강화된 예방책(Enhanced Precautions)’을 지켜야 한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CDC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물을 만진 뒤 손을 씻고 아픈 동물을 멀리하는 등 일반적인 위생 수칙을 따라야 한다” “방문하는 의료진은 CDC의 권고사항을 검토해야 한다” 등이다.  또 “미국에 돌아온 뒤 14일 이내에 이상징후가 생기면 병원에 알려야 한다” “그동안 접촉했던 사람들에 관해서도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쿠웨이트에 들르기 전에 미리 주의하라고 당국이 안내한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질본)는 검역법에 따라 ‘검역감염병 오염지역’을 지정하고 있다. 홈페이지는 오염지역을 방문했던 사람에게 검역조치가 이뤄진다고 알리고 있다. 건강상태 질문서도 제출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질본은 9월10일 언론 브리핑에서 “쿠웨이트를 포함한 중동 5개국 입국자는 타깃검역을 원칙으로 검역을 수행한다”고 다시 강조했다.  하지만 쿠웨이트가 검역 대상국이란 걸 일반 국민이 미리 알 순 없었다.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쿠웨이트는 질본 홈페이지의 오염지역 명단에 없었기 때문이다. 올 7월1일 기준 메르스 오염지역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오만 △카타르 등 4개 나라가 전부였다. 이후 A씨가 메르스 확진을 받은 뒤에야 쿠웨이트가 오염지역에 들어갔다.  쿠웨이트가 오염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은 건 관련법 탓이다. 검역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메르스가 발생한 날부터 1년이 지난 국가는 오염지역에서 빼도록 돼 있다. 쿠웨이트의 경우 최근 2년 동안 메르스 발병이 보고된 바 없다.  


정부, “중동 전체 조심하라고 홍보해왔다”

 검역법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의 관계자는 “(미국 감시국과) 오염지역은 서로 비교 대상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그 근거는 들을 수 없었다.  질본 검역지원과 관계자는 9월11일 “검역법을 준수하려다 보니 쿠웨이트가 오염지역 명단에서 빠진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하지만 메르스 감염 위험과 관련해 그동안 중동 지역 전체를 조심해야 한다고 홍보해왔다”면서 “영국이나 미국 등 각국마다 주의 지역을 지정하는 기준은 다르다”고 했다.  오염지역에서 빠지는 기준이 ‘1년’인 이유에 대해 질본 관계자는 “메르스의 잠복기가 14일이고, 그 두 배인 28일이 지나면 위험요소가 사라졌다고 판단된다”면서 “당국에선 아예 1년이 지나야 안전하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관계법령을 만든 것)”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 간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오염지역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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