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국은 ‘자영업 공화국’이다. 너도나도 편의점과 치킨집을 차린다. 이미 포화상태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 다들 어쩔 수 없이 퇴직금을 털어 ‘사장님’이 된다. ‘평생 직장’은 이미 옛말이 된 지 오래다. 한때 자영업은 우리 경제의 완충지대 노릇을 톡톡히 했다. 자영업은 임금 노동자가 은퇴 후 다시 한번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주요한 기회였다. 하지만 이 완충지대는 이미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떠밀려 자영업에 뛰어든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빚만 떠안은 채 속속 문을 닫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기준 국내 자영업자 수는 약 570만 명에 달한다.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자영업자가 163만7000명, 노동자 고용이 없는 자영업자가 405만9000명이다. 전체 노동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25.5%로, OECD 국가 가운데 네 번째로 높다. 일본 10.6%, 영국 15.4%, 미국 6.4%, 프랑스 11.8%, 독일 10.4%, 네덜란드 16.8% 등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자영업 공화국의 상황은 악화일로다. 위기의 시작은 ‘공급 과잉’이다. 퇴직자들은 쏟아지는데 이들 중 재취업을 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가장 오래 근무한 직장을 그만둘 당시 평균 연령은 49.1세다. 국민연금 수령까지 10년 이상을 버텨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지난해 국민연금 수급자 한 달 평균 수령액은 36만8000원이다. 퇴직금을 털어 자영업에 뛰어드는 이유다. 경쟁이 치열해도 경기가 좋아지면 자영업자들이 나눠 먹을 파이도 커진다. 그런데 경기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에 3%대 성장률 달성은 어려운 목표가 됐다.
무한경쟁이 벌어지니 자영업자들의 소득은 쪼그라들었다. 금융감독원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6년 자영업자의 60%가 연평균 소득 4000만원을 넘지 못했다. 20%는 한 해 1000만원도 벌지 못했다. 자영업에 뛰어든 청년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청년(23〜37세)의 자영업 지속기간은 평균 31개월에 불과했다. 창업 후 2년도 안 돼 폐업하는 경우는 55.3%에 달했다.
처절한 경쟁에 내몰린 자영업자의 삶의 질은 최악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소상인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한 달에 평균 3일 쉬고, 하루에 평균 10.9시간 일했다. 개인 시간은 1.4시간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2013년 346조1000억원에서 2017년 549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이 추가로 집계하는 할부금융 채무까지 포함하면 598조4000억원까지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1인당 대출액도 6069만원에서 9666만원으로 올라 한 사람이 1억원에 육박하는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돈을 빌린 자영업자 중 85% 가까이가 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동시에 받은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퇴직금이라는 ‘최후의 보루’가 사라진 자영업의 특성상 이런 부채는 개인은 물론 국가 경제 전체에 즉각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