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新글로벌 리스크 주목…맥킨지 “기업 부채·부동산 버블·중국 유의해야”
‘리먼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10년이 지났지만 위기 처방전에 따른 부작용은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위기를 낳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재정난을 견디지 못해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리면서 정부 부처를 축소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한 터키에서는 자본 통제나 외화예금 봉쇄설까지 나돌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의 취약 고리부터 하나씩 무너지는 양상이다.
IMF의 분석은 어떨까.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위기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의 9월5일 보도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10주년을 맞은 연설에서 “우리는 먼 길을 왔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금융 시스템은 더 안전해졌지만 충분히 안전하지 않다. 성장도 반등했지만, 충분히 공유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IMF 총재 “글로벌 금융위기 그림자 여전”
그의 진단은 냉정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금융위기는 아주 긴 그림자를 드리웠고 아직 사라질 기미가 없다”며 “세계경제는 여전히 부정적 영향을 경험 중”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24개 국가가 금융위기의 피해자가 됐고 이 중 대부분 국가의 경제 활동은 여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금융자본의 탐욕이 여전하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그는 “많은 금융기업들이 리먼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도덕성이 부족한 상품을 찾고 있다”며 “이들이 장기적 신중함과 지속 가능성보다 단기적 이익을 먼저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가르드 총재가 ‘리먼 사태’ 10년 이후의 핵심 리스크(위험)로 꼽은 것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도전’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세계 리더들은 글로벌 위기 이후 새로운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도전으로는 보통 사람들의 분노에 따른 반(反)세계화 정서, 정부에 대한 신뢰 상실 등을 꼽았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는 기존 질서를 뒤흔들었다. 무엇보다 시장과 민주주의가 공존할 수 있다는 탈냉전 시대의 믿음을 무너뜨렸다. 기존의 엘리트 집단과 거버넌스에 대한 신뢰는 추락했다. 자유무역이 더 많은 일자리와 성장을 가져온다는 상식도 충격파에 휩쓸리고 있다. 대중들은 위기를 불러온 금융가들이 죗값을 치르기는커녕 더 잘나가는 사실에 대해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이는 포퓰리즘의 풍부한 자양분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영국의 브렉시트도 금융위기가 키운 포퓰리즘의 산물이었다.
라가르드 총재는 “보통 사람들은 금융위기를 겪으며 임금 정체 등 비싼 비용을 치렀는데 은행들이 처벌받지 않고 구제받은 것 등에 대한 분노가 아직 여전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치적 압력과 경제적 영향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정부 등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세계화에 대한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불평등과 보호주의 무역 등의 도전 과제에 각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면 우리가 과연 리먼 사태에 따른 교훈을 충분히 습득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는 지난 10년 동안 더 안전해졌고, 더 위험해졌다. 금융 시스템은 더 안전해졌지만, 금융 자본의 탐욕은 여전하다. 전대미문의 돈이 풀려 세계경제는 조금씩 진정되고 있지만 지구촌 빚더미는 오히려 커졌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부채(비금융기업과 정부, 가계 빚을 합한 금액)는 2007년 97조 달러로 당시 GDP의 207%였다. 2017년 상반기 기준 전 세계 부채 규모는 169조 달러, GDP의 236%로 불어났다. 중국의 빚은 10년 새 다섯 배로 늘어나 약 30조 달러에 이르렀다. 한국의 가계와 정부의 빚은 각각 두 배로 증가했다.
위기는 똑같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얼굴을 바꿔서 찾아올 것이다. 위기의 돌연변이와 전이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맥킨지는 8월29일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0년: 무엇이 바뀌고 바뀌지 않았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맥킨지는 세계경제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여전히 리스크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업 부채, 부동산 버블(거품), 중국 부채 급증 등 세 가지를 전 세계가 지켜봐야 할 글로벌 리스크로 꼽았다.
맥킨지가 지목한 첫 번째 글로벌 경제 리스크는 ‘기업 부채’다. 특히 회사채 시장을 각별히 주의해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기업 대출을 꺼리자 회사채 시장이 풍선효과로 크게 부풀어 올랐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 회사채 규모는 2007년 4조3000억 달러에서 지난해 11조7000억 달러로 2.7배 증가했다. 중국은 더 심각하다. 2007년엔 거의 없던 회사채가 매년 40%에 육박하는 증가율로 늘어 작년엔 2조 달러가 됐다. 맥킨지가 회사채를 ‘제1 리스크’로 지목한 이유는 양뿐만 아니라 질(質)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회사채의 40%가 부적격 채권인 ‘정크 본드’보다 신용등급이 바로 한 단계 위인 BBB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신흥국 회사채 발행 기업의 4분의 1이 디폴트(파산) 위험에 처해 있다.
‘부동산 버블’ 금융위기 10년 만에 재연 우려
‘부동산 시장의 거품’도 전 세계가 앞으로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리스크로 지목됐다. 맥킨지는 미국·중국·호주 등의 부동산 시장은 역사적인 신(新)고가를 찍고 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왔던 부동산 거품이 다시 세계경제에 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맥킨지는 “아직 부동산값 상승이 지역적이라 거품이 터져도 글로벌 수준의 손해를 끼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가계 부담 증가, 불평등 증가, 이동성 감소 등 새로운 이슈를 만들고 있다는 데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리스크는 ‘중국의 부채 급증’이다. 중국은 기업 부채 말고도 총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007년 145%에서 2017년 256%로 상승했다. 주요국 중 상승폭이 가장 가파르다. 더 큰 문제는 중국 부채의 약 25%가 제도권 금융회사가 아닌 ‘그림자 금융’을 통해 공급된다는 점이다. 중국 지자체 지방채의 42%는 과거에 발행한 지방채를 상환하기 위해 발행된다.
이 밖에도 맥킨지는 한국과 관련해서는 가계부채 급증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7~17년 10년 동안 23%포인트나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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