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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영장 청구에서 인정된 이 부회장의 혐의 정리

2월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됐다. 1차 구속영장청구 당시 법원은 “뇌물죄의 요건인 대가관계, 부정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수사를 불허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에 대한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 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 며 영장을 발부했다. 특검의 보강 수사 과정에서 어떤 혐의들이 확보된 것인지 삼성이 개입한 일련의 사건들과 함께 살펴봤다.

ⓒ 연합뉴스·시사저널 임준선

■ 최씨 측 지원, 회사 현안 해결 목적으로 한 것  

2014년 9월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1차 독대가 이뤄졌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후에 이뤄진 이 독대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승마 유망주 지원을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승마 유망주에 대한 적극 지원과 함께 말 구입과 해외 전지훈련을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11월 이영국 삼성전자 상무가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으로 선임됐고, 이듬해 3월 삼성은 한화가 맡고 있던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게 됐다. 

6월24일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겸 대한승마협회 회장은 김종 차관을 만나 정유라씨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한승마협회는 삼성의 후원으로 최대 50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승마 선수들을 지원할 것을 약속했는데, 이 때 지원 선수 명단에 최순실씨의 딸인 정유라씨가 포함돼 있었다. 

이와 같은 승마 지원에 대해 삼성은 “청와대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특검은 2차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부회장이 회사 현안 해결을 목적으로 박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최순실씨 측 지원에 나섰다는 식으로 논리를 구성했다.

ⓒ 연합뉴스

■ 뇌물죄 대가 관계, 합병 외에 경영권 승계 과정도 관련

삼성그룹의 현안은 합병과 경영권 승계였다.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결의가 공시됐다. 당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삼성 물산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5년 7월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찬성을 발표했고, 7월17일 합병안은 두 회사 임시주주총회에서 통과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1월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도운 대가로 최순실씨 일가에 430억원대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 쪽이 박 대통령 쪽에 청탁한 증거와 관련해 “최씨가 ‘삼성이 합치게 (합병을) 도와줬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최씨가 박 대통령을 통해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라는 김종찬 대한승마협회 전무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진술도 여럿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1차 영장청구 때 삼성이 대가를 바라고 최씨 일가를 지원했다는 논리를 입증하지 못했다. 영장 기각 후 3주간의 보강수사를 통해 합병뿐 아니라 경영권 승계 과정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의 3차 독대가 이뤄졌고, 금원이 조직적으로 지원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삼성에 특혜가 이뤄진 부분도 확인했다. 합병 후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공정위를 동원해 삼성의 주식 매각 규모를 줄여주는 등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운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도 ‘횡령’

2015년 7월25일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두 번째 독대 자리가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승마협회 뿐 아니라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대한 출연을 삼성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10월26일 삼성그룹은 미르재단에 125억원을 출연했고, 2016년 1월 12일에는 K스포츠재단에 79억원을 출연했다. 삼성이 막대한 자금을 출연한 다음날인 2015년 10월27일과 2016년 1월13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설립됐다. 

1차 영장청구 당시 특검은 삼성이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승마 지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만 횡령으로 봤지만, 2차 영장청구에서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까지 횡령 혐의에 추가로 포함시키는 강수를 뒀다.

ⓒ 시사저널 박정훈

■ 최씨 일가 지원, 우회적으로도 이뤄진 정황 포착 

삼성전자는 2015년 8월 코레스포츠와 약 213억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또 삼성전자는 2015년 9월~10월 사이 최순실 모녀가 설립한 독일 현지 법인 코레스포츠에 280만유로(약35억원)을 송금하는 등 총 80억원 가량을 지원했다. 2015년 10월~2016년 3월 사이에는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에 16억원을 지원했다. 

장시호씨는 특검에서 박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세 번째 독대가 이뤄지기 바로 전날인 2015년 2월14일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0억원을 추가 지원하는 내용을 작성해 청와대에 넘겼다고 진술했다. 2015년 9월부터 2016년 중순까지 이 부회장 쪽에서 정유라 측에게 송금된 금액은 76억원 정도였다. 

특검은 보강수사를 통해 삼성이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최씨 측 지원이 어렵게 되자 우회지원을 하려 한 정황도 포착했다. 삼성이 30억원대 스웨덴산 명마 블라디미르 등 말 두 필의 소유권을 허위계약을 통해 최씨 측에 넘겼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범죄수익은닉 혐의가 적용됐다. 또한 삼성이 최씨 소유 독일 법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에 수십억원을 송금하며 금융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은 재산국외도피혐의를 적용한 점도 법원 판단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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