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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다음 타깃으로 SK․한화․롯데․CJ․부영그룹 등 거론…수사기간 연장 신청이 관건

지난달 중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까지만 해도 재계는 숨을 죽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최순실씨 모녀에게 전달한 돈의 ‘대가성’을 입증해야 했다. 특검 수사의 칼날이 재계로 쏠리는 것은 당연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은 논란이 됐던 미르․K스포츠 재단에 가장 많은 돈을 출연했다. 삼성이 재계 1위라는 상징성과 수사기간의 한계 때문에 수사가 삼성에 집중됐지만, 나머지 그룹들도 안심할 수는 없는 처지였다.   

뇌물 혐의 입증 위해 수사 확대 불가피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특검은 기소 유지에 필요한 최소 인력만 남기고 나머지 인력을 다른 기업으로 돌릴 수 있다”며 “이 경우 특검 수사가 SK와 롯데, CJ, 부영그룹 등으로 확대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전격 구속되면서 후폭풍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주목된다. 사진은 전경련 회장단 모임 때 박근혜 대통령과 주요 그룹 회장들이 인사하는 모습. ⓒ 연합뉴스

하지만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검 수사 계획 역시 큰 차질을 빚었다. 17일 이 부회장이 전격 구속되면서 변수가 발생했다. 당장 재계에서는 특검 수사의 다음 타깃이 어디가 될지에 눈과 귀를 모으고 있다. 가장 많은 출연금을 낸 삼성그룹의 총수가 구속된 만큼, 특검 수사의 칼날이 다른 그룹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특검 주변에서 거론되는 그룹은 SK와 롯데, 한화, CJ, 부영그룹 등이다. 우선 주목되는 곳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삼성에게 넘긴 한화그룹이다. 2015년까지 승마협회 회장직은 한화그룹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이 돌아가면서 맡았다. 지난해 3월25일 진행된 승마협회 회장 선거에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신임 회장에 당선되면서 회장사가 한화에서 삼성으로 교체됐다.  재계에서는 그 동안 삼성과 한화의 ‘빅딜설’이 적지 않게 나왔다. 두 그룹은 2014년 화학·방산 계열사 4곳을 1조9000억원에 매각하는 ‘빅딜’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승마협회장까지 패키지로 ‘딜’이 됐을 것이라고 업계는 관측했다. 승마협회의 전직 고위 관계자도 최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씨의 ‘복심’으로 알려진 박아무개 전 승마협회 전무가 중간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이 최근 승마협회와 마사회까지 압수수색을 한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도 특검의 주요 수사 대상 중 한 곳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했다. 삼성(204억원)과 현대차(128억원)에 이어 3번째로 많은 규모다. SK그룹은 이후 80억원의 추가 출연을 요청받았다. 유럽 법인을 통해 K스포츠재단 산하 회사인 비덱스포츠를 인수하게 하는 등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연간 40억원 안팎인 사회공헌기금을 쪼개서 내기로 했다. 운용 가능한 사회공헌기금에서 연간 10억원씩, 3년간 30억원을 지급하겠다고 재단에 역제안을 한 것이다. 협상 과정에서 불법 후원 문제가 터지면서 추가 출연은 ‘없었던 일’로 됐다. 하지만 이미 출연한 110억원과 함께 추가 지급할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고, 회계 처리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물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재단 출연 당시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였다. 다른 재벌 총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책임에서 자유로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최 회장과 박 대통령 사이에 ‘사면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7월24일 박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사면 청탁이 이뤄졌고, 그 결과 최 회장이 8·15 특별사면 대상에 올랐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박영수 특검 ⓒ 연합뉴스

김영한 전 수석 비망록에도 ‘SK’와 ‘CJ’ 적혀

 특검팀도 2015년 8월10일 의정부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최 회장과 그룹 내 대관업무를 총괄해 온 김영태 SK 부회장(당시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면회 과정에서 ‘암호 대화’를 나눈 녹취록을 확보했다. 녹취록에는 김 부회장이 최 회장에게 “왕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우리 짐도 많아졌다.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는 말이 담겨 있다. 특검팀은 이 가운데 ‘왕회장’은 박 대통령을, ‘귀국’은 최 회장의 사면을, ‘숙제’는 그에 대한 대가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이 수사를 확대할 경우 이 부분을 먼저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CJ그룹의 경우 고양 K-컬처밸리 사업이 발목을 잡았다. 한류테마파크인 K-컬처밸리는 미래부가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의 핵심 사업이다. 사업비만 1조4000여억원에 이른다. 차은택씨가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있을 때 사업이 진행됐고, CJ그룹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공교롭게도 우선협상자 선정 직후 이재현 회장이 8·15 특별사면을 받으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당시 재계에서는 ‘CJ그룹이 정부와 빅딜을 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했다.  특검팀도 최근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특검은 지난해 말 문체부 압수수색에서 K컬처밸리 사업 관련 자료를 대거 확보해 분석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1월 초 문화체육관광부 사무관 출신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비공개 조사를 마쳤다. A씨는 CJ가 조성 중인 K컬처밸리 사업의 정부 측 실무자였다.  특검팀은 현재 K컬처밸리 사업과 이 회장의 재판이 맞물려 돌아간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 2014년 9월 10일자에는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시 사항 아래 ‘SK’와 ‘CJ’가 적혀 있다. 청와대 차원에서 두 회사 총수의 사면을 저울질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롯데그룹은 면세점 인허가 특혜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다. 롯데그룹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70억원을 따로 건넸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돌려받았다. 당시 롯데그룹은 면세점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해 월드타워점의 사업권을 잃은 상태였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거래가 있었고, 청와대나 비선 실세가 중간에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그 동안 수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이어,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K스포츠로부터 투자를 요구받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세무조사 무마를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이 수사를 확대할 경우 이들 기업에 대한 대가성 여부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와 재계의 일관된 시각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과거와 상황이 바뀐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의 수사 기간이 열흘 정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소장 작성 등에 필요한 시간 등을 감안하면 새로 수사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검찰, 특검 수사 이어받을 가능성도

 특검은 16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수사 기간 연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황 대행이 수사 기간 연장에 동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최근 이 부회장이 구속된 만큼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 문제를 놓고도 논란이 확대되고 있어 황 대행이 덮어놓고 특검 수사 기간 연장 신청서를 거부할 수만도 없는 게 현실이다. 특검 종료 후 관련 사건을 검찰이 이어받아 수사할 가능성도 있어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재판에서 K·스포츠 재단 출연금의 뇌물 성격이 인정되면 언제든 검찰은 관련 파일을 들여다볼 수 있다”며 “어떤 시나리오가 됐든 검찰의 융단 폭격으로 기업의 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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