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와병, 미전실 해체 '초읽기' 상황이어서 향후 승계 구도도 불투명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격 구속됐다.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17일 오전 5시36분경 "새롭게 구성된 범죄 혐의와 추가로 수집된 증거 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특검은 이에 따라 이날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이 부회장을 구속했다.
삼성그룹 총수 중 구속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그룹은 1938년 대구에서 설립된 삼성상회가 모태다. 그동안 크고 작은 위기가 있었다.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은 1966년 계열사인 한국비료가 인공 감미료인 사카린 약 55톤을 건축 자재로 속여 밀수한 이른바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위기에 몰렸다.
당시 이창희 한국비료 상무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이병철 창업주는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하고 경영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하며 구속을 넘겼다.
이건희 회장은 2008년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삼성 비자금과 불법 경영권 승계 사건을 수사할 때 검찰에 소환됐지만 집행 유예로 끝났다. 특검팀은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배임·조세 포탈 등 혐의로 기소했지만 불구속 처리했다. 최종적으로는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10일 부친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3년 가까이 그룹의 실질적 총수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 회장이 와병중인 상황에서 점점 경영 보폭을 넓혀왔으며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그룹의 승계 구도 역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부회장은 최근 청문회에서 그룹의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미래전략실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삼성그룹이 어떤 식으로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을 대체해갈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