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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은 우리 법이 재벌 문제에 있어서 대중의 상식과 함께 가고 있다는 점을 알려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국가 경제에 이바지했다는 이유로 기업 총수에 관대한 모습을 보여왔던 사법부가 법 앞의 평등을 시전한 일이었다. "이 부회장의 구속은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논리는 더 이상 과거처럼 파고들 틈이 없었다. 삼성 문제에 그나마 중립적인 외신들은 "이 부회장의 구속이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대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정경유착을 끊으면 삼성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외 중 특히 일본이 보이는 삼성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일본 주요 언론은 톱 기사나 이에 버금가는 기사로 이 부회장의 구속을 다루었다. 일본이 한때 자랑하던 전자와 정보기술 산업은 삼성에 밀렸고 소니나 히타치, 파나소닉 등은 몰락한 왕가처럼 취급받고 있으니 삼성의 격변에 더욱 시선을 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중에서도 이 부회장의 구속이 삼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글이 눈에 띈다. 글로벌 IT 전문매체인 Cnet의 일본판, Cnet Japan의 편집자인 사카와 사토시는 '삼성에게 강한 총수 부재가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이유'라는 글을 게재했다. 다만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한국 경제'나 '대외 신인도' 등의 늘 나오는 레퍼토리가 아니다. 그는 삼성을 내재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의 글을 번역해 본다. 


삼성그룹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그의 친구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결국 체포됐다는 뉴스가 2월17일 아침에 흐르고 있었다. 이 일련의 사건은 2016년 말에 한번 다뤘지만 이번에는 관련한 기사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은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기사는 경영학교수 3명이 정리한 연구 논문의 요지를 소개한 것으로, 내용 중에는 라는 소제목이 달려 있다.  삼성 같은 거대 기업그룹(재벌)에 있어서 창업가의 혈통을 지닌 최고 경영자는 국가로 말하면 군주제의 국왕과 같은 것이다. 앞선 기사를 읽을 때까지 이 정도의 인식만 가지고 있던 나는 후자의 지적이 의외였다. 삼성 정도의 기업이 되면 우수하고 수준 높은 임원들이 많이 구성돼 있을 테니 설령 보스가 잠시 부재중이어도 (혹은 무대 전면에 나설 수 없게 되더라도) 사업은 나름 큰 문제없이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과거에 뇌물과 탈세 등으로 각각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뒤 사면돼 경영에 복귀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아들 역시 그 과정을 따라 세간의 관심이 식은 뒤에 다시...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일이 쉽게 풀리지 않은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Vox 기사의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2016년 후반 배터리 발화 문제로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공급업체는 삼성 SDI와 Amperex Technology 두 개의 회사였다. 삼성 SDI는 갤럭시노트7의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형제 회사'다. 반면 Amperex사는 일본 TDK 산하 업체로 삼성전자에는 ‘외부 공급업체’에 해당한다. 부품 공급원을 분산시키는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특정한 한 군데에 의존하는 것보다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여러 공급원을 겨루게 해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또 단순히 한 곳의 생산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여러 기업에 발주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애플이 아이폰용 'A시리즈' 프로세서와 액정 디스플레이, 무선 통신 모뎀칩 등의 조달을 이런 방식을 통해 하고 있는 점은 종종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의 경우는 한쪽의 공급원이 '삼성그룹 내 기업'이라는 점에서 다소 변칙적이다. 또 배터리뿐만 아니라 프로세서에서도 이런 변칙적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자사에서 개발·제조하는 ‘Exynos’와 퀄컴의 ‘Snapdragon’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이런 방식에 대해 Vox는 “그룹의 공급을 자만하지 않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 다양한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의 경우 단말기의 개발 속도를 최우선으로 할 경우 그룹 내 기업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것이 빠른 방법이다. 단 그럴 경우 공급을 하는 계열사에서는 자신들이 만드는 부품을 형제 회사가 ‘당연히 사줄 것’이라고 판단하기 쉽다. 이런 사태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부러 ‘그룹 내 회사’와 ‘외부’를 경쟁시키고 있다고 한다. 
구속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월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또 예를 들어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부문과 삼성 스마트폰을 취급하는 부서 사이에서도 이런 경쟁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즉 애플과 거래하는 부서는 자신들의 매출과 이익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며 결과적으로 애플 제품의 경쟁력도 높아진다. 스마트폰 부문에서는 “애플에 질 수 없다”고 노력할수록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이 탄생한다. 물론 이런 선순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로 부서 간 또는 직원들 사이에 잠재적인 마찰의 씨앗도 생길 수 있다. 삼성은 갤럭시 스마트폰과 같은 최종 제품과 디스플레이, 반도체 같은 구성 요소를 조합한 포트폴리오를 짜고, 각각의 사업이 보완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2016년 4분기에는 부품 사업의 호조로 갤럭시노트7 리콜로 인한 손실이 있던 휴대폰 사업부의 손실분을 많이 보완했다는 얘기도 보도되고 있다. 양자의 힘을 잘 이끌어 내기 위해 삼성이 고안한 이 방법은 실로 성공적이며 동시에 위험한 균형 위에 성립된 것이란 점을 느낄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논문의 요약에는 삼성의 조직도가 실려 있다. 이 차트를 보면 그룹 본사(Group HQ)에 ‘미래전략실’(Corporate Strategy Office)이라는 회장 직속 조직이 있고, 여기가 삼성전자와 SDI 또는 삼성 디스플레이 등 사업 회사를 총괄하는 형태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미래전략실에 대해서, Vox는 고위 경영진의 인사권을 갖고, 각사 · 각 부문 간의 이해 조정을 도모하는 중요한 부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 발목을 잡거나 서로 충돌하는 일 등을 방지하는 것도 미래전략실의 역할이다. 유망한 직원은 임원 후보로 여기로 가서 그룹과 회장 개인에 대한 충성심을 기른 뒤 각 사업 회사에 재무 및 인사 담당으로 다시 내려간다. 그렇게 미래전략실과 제휴하면서 각사의 간부가 이기적인 행위(그룹 전체에 있어서 마이너스가 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눈을 번득이고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씨 가문의 경영에 있어서 친위대와 다름 없을 수도 있다)  이 미래전략실이 예상대로 작동하는 것도 가장 강한 리더가 있기 때문인데 이 리더가 없어져 버리면 이 총괄 조직도 각 부문의 이해를 대표하는 인간끼리 다투는 장소가 될 수도……​ 그런 우려가 지적되고 있다. 

이런 경영에 관한 어려움, 조직론적 문제는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어느 기업이라도 갖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다만 삼성의 경우 비교적 오랫동안 강력한 개성의 소유자로 꼽히는 리더가 인솔한 만큼 그런 존재에 대한 의존도가 클지 모른다. 대통령을 둘러싼 스캔들에 이재용 부회장이 유죄가 될 지 여부는 아직 모르겠지만, 앞으로 이번 일 외에도 여전히 여러가지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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