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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양이 만든 ‘야후’, 그가 투자한 ‘알리바바’ 탓에 사라지다
한때 ‘인터넷 황제’로 불리던 야후의 공동창업자 제리 양이 알리바바에 투자를 단행한 결단은 실리콘밸리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의 결단은 야후의 입장에서 훌륭한 투자였지만, 반대로 그의 결단이 야후의 소멸을 가져왔다는 얘기가 나온다. 무슨 뜻일까. 미국 야후는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격차가 벌어져 이제는 뒤꽁무니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야후의 주가를 가늠하는 건 보유하고 있는 알리바바의 주식이었다. 알리바바의 성과는 그대로 야후의 주가와 연동해 움직였다. 알리바바는 2014년 9월 뉴욕 증권거래소에 사상 최대 규모의 상장을 했다. 공모가 기준 IPO(기업공개) 규모는 218억 달러로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IPO였다. 야후의 주주들은 이날 깨달았다. 포브스는 “야후가 보유한 알리바바 주식의 가치를 따져보니 자신들의 핵심 사업 가치를 크게 상회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보도했다.
알리바바 주식을 없애야 야후가 산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야후가 알리바바의 대박을 보고 보유한 주식을 시장에서 매각할 계획을 가졌다고 치자. 그렇게 되면 매각대금의 약 38%를 세금으로 내야한다. 그런데 매각대금이 300억 달러가 넘으니 세금으로 내야할 돈만 100억 달러 이상이다. 버라이즌이 야후의 핵심 사업의 가치를 따져 지급한 돈이 45억 달러였다. 정리해보면 야후의 핵심 사업 가치보다 내야할 세금이 더 많다는 얘기다. 그래서 야후 주주들의 최우선 과제는 알리바바 주식을 비과세로 매각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인 맷 레빈의 지적을 보자.구글 등 라이벌과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야후는 알리바바 주식의 처분법을 찾는데 몰두해야 했다. 야후의 주가는 회사 자체의 실적보다 알리바바 주식의 처분 계획에 반응해 오르고 내렸다. 포브스는 “야후 이사회는 알리바바의 지분을 새롭게 만든 투자 자회사에 비과세로 옮길 계획을 세웠지만 IRS(미국 국세청)의 승인을 얻지 못했고 마지막 순간에 결국 포기했다”고 전했다. 이 계획이 폐기되면서 결국 야후의 운명도 다했다는 것이다. 결국 알리바바의 주식을 야후로부터 떨어뜨리는 방법은 매각이었다. 야후 브랜드와 핵심 사업을 매각해 브랜드를 소멸시키고 새로운 회사로 바꾸는 것 외에는 야후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그렇게 몇 번의 협상을 했고, 지난해 7월25일 야후의 핵심 사업은 버라이즌에 매각이 결정됐다. 야후의 시작은 제리 양이 스탠포드 대학에 다닌 시절 시작한 ‘Jerry and David's Guide to the World Wide Web’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창업한 야후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고도 2012년 쫓겨나듯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 슬픈 역사를 갖고 있다. 이후 그는 투자를 했던 알리바바 이사회에 합류하며 화려하게 컴백했다. 반면 온라인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던 야후는 22년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자신이 만든 야후가 자신이 투자해 성공한 알리바바 탓에 소멸되는 결과를 본 제리 양은 무슨 생각을 할까.“야후에 가장 부끄러운 일은 알리바바 주식 매각에 대한 과세를 피해야 회사를 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숫자를 보면 이것이 결코 과장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알리바바 주식에 부과되는 세금은 야후 전체 사업의 가치보다 최소 2.5배가 많다. 과세를 회피하는 방법을 찾는 일이 모든 직원이 자신의 일에 매진하는 것보다 주주의 이익에 부응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