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벗어나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넷플릭스를 두고 우리는 '동영상계의 거인'이라고 평가했다. 거인은 다른 방송국의 콘텐츠를 내보내다가 자신들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2014년 결산보고서에는 ‘원본 콘텐츠의 효율성이 가지는 장점’에 관해 강조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를 필두로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투입해 내놓은 원본 콘텐츠는 브랜드를 향상시켰고 이후 회원을 획득하는 데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넷플릭스에 가장 중요한 것은 회원수다. 신규 회원을 얼마나 늘렸는지의 문제는 결국 매출의 문제로 직결되고 미래의 성장 속도를 점치는 잣대가 된다. 월가는 2016년 4분기 넷플릭스의 회원수 확대에 비관적이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의 과대평가 이야기도 있었고 포화 상태에 부딪혔다는 진단도 나올 정도로 그 성장 속도가 정체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비관 섞인 전망 속에 넷플릭스가 1월17일 2016년 4분기 실적을 내놨다. 4분기 신규회원은 미국에서 200만명, 해외에서 500만명이 늘었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을 놀라게 했다. 월가의 예상은 내놓은 결과에 한참 못 미치는 138만명(미국), 378만명(해외)이었다. 월가의 이 숫자는 원래 예상보다도 상향된 숫자였다. 넷플릭스의 올해 3분기 회원 수는 원래 떨어질 걸로 예측됐는데, 실제로는 그 예측을 상회하는 성적을 냈다. 그러다보니 4분기 예측 수치는 자연스레 올랐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그 숫자마저도 크게 넘는 성적을 낸 것이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미국보다 해외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사실 해외 시장 공략은 넷플릭스가 어려움을 겪는 분야다. 해외 확장 전략의 뼈대가 되는 건, 각 국가들마다 그곳에 맞는 국내 전략을 펴는 것이고 이는 개별 국가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취향과 시청 패턴을 가진 시청자들 때문에 공략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시도가 점점 먹혀들고 있고 이게 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다.
"기쁘게도 브라질의 오리지널 컨텐츠인 '3%'(SF드라마)는 브라질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프로그램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다른 라틴 아메리카 국가의 시청자들도 많이 보고 있다"고 넷플릭스 측은 밝혔다. 역으로 로컬을 공략한 콘텐츠가 미국에서도 소비된다. "그뿐만 아니라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3%'를 영어자막을 통해 시청하고 있다. '3%'는 포르투갈어로 된 콘텐츠지만 브라질과 포르투갈 밖의 시청자를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신규 회원 유입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현 회원들을 유지하는 데도 필수적인 아이템이다. 넷플릭스가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터키 국내용 드라마 등 로컬 프로그램 제작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신규로 들어온 이들을 조금이라도 오래 잡아두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다양성이 확보돼야 한다. 여기에 순선환도 작동한다. 해당 국가에서 회원수가 증가할수록 오리지널 콘텐츠뿐만 아니라 기존 콘텐츠 업체와 제휴를 맺는 것도 훨씬 쉬워진다. 다양한 라인업을 갖출수록 넷플릭스의 경쟁력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가 콘텐츠 제작과 확보에 투자한 금액은 무려 50억 달러다. 올해는 작년 투자액보다 더 많은 60억 달러를 쓸 계획이다.
넷플릭스의 실적이 훌륭할 지도 모른다는 징후는 있었다. 지난해 12월 초, 넷플릭스의 앱이 앱스토어에서 1위를 달렸다. 앱 다운 받는 횟수가 늘어났다는 건 콘텐츠를 즐기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는 뜻이었고 이건 긍정적인 신호였다. 여기에 4 분기부터는 반드시 온라인이 아니더라도 오프라인에서 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앱의 편리성이 높아지자 앱스토어에서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진 것이었다. 새로운 콘텐츠도 속속 추가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는 '루크 케이지' '더 크라운' '디 오에이' 등의 드라마 시리즈를 추가했다. 그리고 이런 신작은 좋은 반응을 얻으며 성공했다. 새로운 컨텐츠가 계속 추가한다면 1차적으로는 미국 시장에서 신규 회원 확보를 기대할 수 있게 되고 이건 세계 시장에서 회원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넷플릭스가 호성적을 발표한 뒤 주가는 급상승했다. 1월18일 주가는 실적 발표날인 전일 대비 9%가 상승했다. 게다가 연말 시즌이 지났으니 지금은 넷플릭스에 중요한 시기가 왔다. 연말 특수 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새롭게 구입하거나 선물 받은 사람들이 넷플릭스 앱을 다운로드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일단 국내서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촬영을 끝냈고, 드라마 시장에서 가장 핫한 주인공 중 하나인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쓰는 ‘킹덤’ 제작에 넷플릭스가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 빅 사이즈의 제작비를 투입하고 편성으로부터의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넷플릭스는 국내 시장에서도 진정한 거인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