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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TV에 빠져있거나 스마트폰에 빠져있다면? 아이의 성장에 좋지 않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 이와 관련한 연구도 적지 않을 뿐더러, 이제는 경험적으로 알 수 있을 만큼 축적된 사례가 많아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길고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짧다면? 아마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안구 건조가 나타날 확률이 높다. 스마트폰을 응시할수록 아이의 눈깜박임은 적어지는데 이게 안구의 건조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은 눈과 대상의 거리를 짧게 만든다. 결국 아이의 시력에 나쁘다는 얘기인데 이런 내용은 국제 SCI급 저널인 ‘BMC 의학저널지’에 실린 연구결과다. 

 

그러면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누구나 SNS를 하는 요즘, ‘소셜미디어’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약간 아리송할 수도 있는 이 문제에 관한 해답을 줄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영국 셰필드대학 연구팀이 ‘소셜미디어의 이용과 아이들의 건강’이라는 논문을 공개했다. 연구팀은 소셜미디어의 이용이 아이들의 삶에 얼마나 만족감을 주는지를 탐구했다.

 

원래 이 데이터는 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사회조사 연구에서 10~14세 어린이 4000명의 데이터(2010년~2014년)를 따로 추출해 정리한 결과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쿼츠》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서는 아이들의 삶에 관한 질문과 함께 어떤 SNS를 사용하고 있는지, 하루에 몇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지, 어떤 형태로 사용하고 있는지에 관해 조사했다.

 

ⓒ pixabay

연구결과는 재미있다. 일단 아이들에게 생활 속 만족감을 물었다. 만족감을 묻는 부분은 다양했다. 예를 들어 학교 숙제, 외모, 가족, 친구, 인생 등 다양한 항목에 대한 만족감을 물었다. 이 중 친구 관계 이외의 항목에서는 SNS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수록 만족도가 감소하는 결과가 확인됐다. 특히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SNS를 오래할수록 불만족을 느끼는 정도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주된 불만족 분야는 무엇일까. ‘학교생활’과 ‘자신의 외모’에 관한 불만족이 상대적으로 컸는데 이런 종류의 불만족은 SNS를 오래할수록 더욱 두드러졌다.

 

어찌 보면 슬픈 조사 보고서다. 이미 생활 속 하나로 자리 잡은 SNS를 하는 게 아이들의 행복감을 저하시킨다니. 물론 SNS와 불만족, 이 두 가지 얘기가 직접적인 인과관계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둘 사이에 또 다른 이유가 껴 들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도 SNS와 아이들의 불만족이라는 상관관계가 나온 이유를 여러가지로 보고 있다.

 

첫 번째는 ‘비교’다. SNS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아이는 자신과 다른 아이들의 현재를 계속 비교하게 된다. 그런 비교가 반복해 이루어지면서 불만족이 잉태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두 번째는 '유한 자원' 이론이다. SNS에서 아이들이 시간을 오래 보낸다는 이야기는 결국 아이들의 건강과 성장에 도움이 줄 수 있는 활동에 쓰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말과 같다. 즉 사람을 현실에서 직접 만나 대화를 하고 신체를 움직이는 활동이 줄어들고 아이들의 신체 발달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불만으로 연결된다는 얘기다.

 

이번 조사에서는 비단 SNS만 다루지 않았다. 다른 흥미로운 결과가 있는데 막상 과거 우리 부모들의 원흉이었던 ‘아이들의 TV 시청 시간’은 '학교 숙제에 대한 만족도' 외에는 영향을 미치는 분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왔다. TV가 주는 환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의외로 가정 소득과 아이들의 행복에 대한 유의도도 드러나지 않았다. 반면 편부나 편모의 가정에서는 상대적으로 아이들의 행복도가 낮았다. 부모님과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아이들의 행복도가 높았던 반면, 밤이 늦도록 밖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행복도가 낮았다고 한다.

 

물론 여기서 등장하는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이 아닌 영국의 아이들이다. 하지만 아이와 새로운 기술의 관계를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나름 중요한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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