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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 경제 전망, 올해보다 더 힘들 것 美·中·유럽 등 대외 사정도 점점 더 악화

새해 정유년(丁酉年)은 우리 경제에 결코 순탄치 않은 해가 될 전망이다. 당장 12월14일(현지 시각) 단행된 미국의 금리 인상이 우리 경제에 상당한 시련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날 금리 인상을 통해, 지난해 12월 0.25~0.50%로 금리를 높여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한 데 이어, 1년 만에 다시 0.50〜0.75%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특히 이번 금리 인상은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지속해 온 양적완화 정책기조에서 벗어나 거품 단속에 본격적으로 나선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리 인상이 앞으로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도 금리 인상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연준 위원들은 내년에 세 차례 정도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혀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줬다. 월가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향후 2년 동안 매년 0.75%포인트 정도씩 인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들은 자본 유출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미국 대선 이후 터키 리라와 멕시코 페소화(貨)의 가치는 이미 사상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국 대선에서 기업 감세와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하면서 미국의 경기 상승이 더 탄력을 받고, 이는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된 현상이다. 내년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신흥국으로부터의 자본유출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그만큼 전 세계 금융시장은 더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 시사저널 고성준·사진공동취재단

한은도 금리 인상 흐름 외면하기 어려워

 

우리나라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내린 뒤, 7월부터는 계속 동결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 경제의 침체상을 감안하면 금리를 올리기는커녕 더 내려야 할 판이다.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제기되는 자본유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 대열에서 언제까지고 비켜서 있기는 어렵다. 더구나 내년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예측을 고려하면, 한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금리를 올리자니 경기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뿐 아니라 이미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큰 부담이다. 금리 인상은 가계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이 부동산 경기 하강과 결합할 경우,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폭탄이 될 위험이 크다. 가계부채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한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에 책임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주도로 부동산 규제를 사실상 전면 해제하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투기꾼들이 활개치고 부동산 값이 치솟는 이상 과열 현상이 빚어졌다. 하지만 내년에는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꺼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가계부채가 대규모 금융부실로 번지면서 우리 경제에 치명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금리 인상이 가파를수록 이런 악몽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위험은 더욱 커지게 된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내년 전망이 어둡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보호무역 강화를 강조했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수출 환경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주의’로 대미(對美) 수출뿐만 아니라 대중(對中) 수출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이 트럼프노믹스로 최대 피해를 보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도 설상가상으로 우리 경제에 시련을 안기고 있다. 사드 배치 갈등까지 겹쳐 중국 정부가 한한령(限韓令)·금한령(禁韓令)으로 한류 콘텐츠의 유통과 한류 스타 출연을 제한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관련 산업에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류를 앞세웠던 엔터테인먼트·관광·화장품·유통 산업의 타격이 심각하다.

 

 

내년 국내외 정치 일정도 불확실성 키워

 

내년 국내외 정치 일정도 경제에는 불확실성을 키우는 악재가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로 내년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고 있다. 재벌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연스레 대선 과정에서 경제민주화 논의가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재벌 그룹들이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을 늘리는 적극 경영을 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의 경제 리더십이 상당 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악재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과잉 산업의 구조조정에 힘이 실리기 어렵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도 정부가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에는 철강·석유화학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지만, 조선·해운업의 전철을 밟을 게 빤하다는 비관론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유럽의 정치 일정도 우리 경제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6월에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브렉시트(Brexit)로 세계 금융시장이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12월 들어서는 이탈리아에서 국민투표에 부쳐진 개헌안이 부결되면서 개혁적인 총리의 사퇴로 이어지며 ‘이탈렉시트(Italexit)’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아 또 한 번 시장이 요동쳤다. 내년에도 4월 프랑스 대선, 9월 독일 총선 등 정치 일정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EU 탈퇴가 이슈로 부각되며 세계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할 위험이 있다. 유럽 리스크가 올해보다 더 크게 부각될 여지가 다분하다는 뜻이다. 유럽 은행들의 부실도 내년 세계 금융시장을 불안케 하는 잠복 위험 요소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속화되면 자본유출에 취약한 국가들의 은행일수록 위기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문제도 잠재적인 악재다. 특히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선다는 것은 이런 인구 문제가 먼 미래가 아닌 당장 우리 앞에 닥쳤음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인구는 줄고, 부양해야 할 고령층은 늘어 사회 전반이 활력을 잃어갈 전망이다. 시행 3개월째를 맞는 일명 ‘김영란법’의 경제 영향도 주목된다. 소비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부정부패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회라는 점에서 반드시 정착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많아 법 개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래저래 한국 경제 앞에 험난한 가시밭길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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