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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 앞에 놓인 핵심 수사 과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할 특별검사가 임명됐다.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권 때 청와대에서 사정비서관을 지내고 노무현 정권 때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이다. 박영수 특검은 임명 첫날인 12월1일 법무부와 검찰에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수사팀장에 임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수통 칼잡이’로 유명세를 떨친 윤 검사는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에서 현 정권과 대립각을 세웠다가 좌천된 인물이다. 그런 윤 검사에게 20명의 파견검사와 검찰·경찰·국세청 파견공무원 40명의 수사 업무를 총괄 지휘할 수사팀장을 맡겨 특검 출발부터 기선제압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검은 당장 이번 달부터 활동에 돌입한다. 여느 특검과 달리 야당이 추천한 특검이 임명된 만큼 이전 특검보다 더 큰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반면 검찰이 밝혀낸 이상의 무언가를 특검이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의 시간 끌기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박영수 특검호’가 성공하기 위해서 반드시 파헤쳐야 할 사안 세 가지를 짚어본다.

 

© 연합뉴스·시사저널 박은숙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입증

 

현재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나 강요 혐의 등만 받고 있다. 이는 처벌 수위가 낮다. 반면 제3자 뇌물공여죄는 액수에 따라 살인죄보다 더 중하게 처벌받기도 한다. 제3자 뇌물공여죄는 공무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주도록 강요한 것을 말한다. 액수가 3000만원이 넘으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로 처벌받게 되는데, 1억 이상인 경우 10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게 된다. 특검의 성패가 제3자 뇌물공여죄 입증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자 뇌물공여죄는 탄핵과도 관련이 있다. 박 특검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합의 추천한 인물이다. 야 3당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질의서에 ‘제3자 뇌물공여죄’를 명시했다. 야당 측에서는 대통령의 제3자 뇌물공여죄를 가장 확실한 탄핵 사유로 판단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때 8대1의 압도적인 차이가 난 것에서 보듯이 현재 헌법재판관들은 대부분 보수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3자 뇌물공여죄로 기소를 못하고 직권남용이나 알선수재 등으로만 기소된다면 탄핵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헌재에서 기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과 올해 초 10개 그룹 총수들과 독대 자리를 가졌다. 면담 직후 기업들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모두 774억원을 출연했다. 박 대통령은 기업들이 ‘선의’에 의해 자발적으로 기금을 출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뇌물죄는 대가성이 입증돼야 한다. 즉, 기업들이 박 대통령에게 ‘민원’을 요청하고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냈다면 뇌물죄 성립이 가능하다. 그러나 뇌물죄는 돈을 준 쪽과 받은 쪽 모두를 처벌하는 쌍벌죄다.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공여죄가 성립된다면 기업 역시 처벌을 피할 수 없다.

 

박 대통령에게 적용 가능한 또 다른 혐의는 강요죄다. 기업들이 대가성 없이 대통령 측의 압박에 의해 돈을 출연했을 경우 성립된다. 실제로 검찰은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뇌물죄가 아닌 강요죄를 적용했다. 기업들이 피해자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야당에서는 “재벌·대기업은 자신들의 2·3세 경영승계, 재벌 오너들의 사면복권, 각종 이권사업에 대한 규제완화, 자신들이 원하는 법률 통과와 관련한 민원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권력에 돈을 제공한 것”이라며 검찰이 재벌 봐주기 수사를 했다고 질타했다.

 

박 특검은 12월2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권남용 대신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검에 임명된 지 이틀 만에 이번 수사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을 수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박 특검은 “박 대통령에게 직권남용을 적용해 우회할 게 아니다”면서 “대기업이 재단에 돈을 내게 된 데 대통령의 힘이 작용한 것인지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문화융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텐데 그걸 어떻게 깰 것인가가 관건”이라면서 “수사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야 3당은 탄핵안에서 “뇌물죄는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에 기하여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직접의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다”면서 “뇌물은 대통령의 직무에 관하여 공여되거나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으며,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며 포괄적 뇌물죄가 성립됨을 주장했다.

 

4·16 세월호 참사 현장 © 해양경찰청 제공

■세월호 7시간의 비밀

 

박 특검은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도 특검 수사의 대상이라고 못 박았다. 박 특검은 “세월호 7시간 문제가 청와대 기강과 관련이 있다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4월16일 참사 당일 박 대통령과 청와대 보좌진들의 지휘·보고 체계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임을 내비쳤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안보실장이었던 김장수 주중 대사는 11월28일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정상적인 보고가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 중심에 박 대통령 자문의였던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이 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직후 7시간 동안 김 전 원장이 처방한 주사를 맞거나 시술을 받고 있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가 지난 2년간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마취제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 태반주사로 불리는 라이넥주, 감초주사로 불리는 히시파겐씨주, 마늘주사로 불리는 푸르설타민주 등을 대거 사들여온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또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의무실에 간호장교인 신아무개 대위와 조아무개 대위가 근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청와대 측은 “의무실장 본인뿐 아니라 간호장교 2명 중 어느 누구도 2014년 4월16일 대통령에 대한 진료나 처치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원장이 최순실씨 언니 최순득씨 이름으로 주사제를 처방한 뒤 이를 청와대로 가져가 박 대통령에게 주사하거나 주사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박 특검은 “주치의의 허가 없이 약물이 청와대에 반입된 것이라면 대통령 경호실도 반드시 문제를 삼아야 한다”면서 “대통령 경호실장도 현행법을 위반했다면 반드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7시간은 야당의 탄핵안에도 포함됐다. 야당은 탄핵안에서 “대통령은 국가적 재난과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른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당일 오전 8시52분 소방본부에 최초 사고접수가 된 시점부터 당일 오전 10시31분 세월호가 침몰하기까지 약 1시간 반 동안 국가적 재난과 위기상황을 수습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야당은 “그 후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과 언론이 수차 이른바 세월호 7시간 동안의 행적에 대한 진실 규명을 요구했지만 비협조와 은폐로 일관하며 헌법상 기본권인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해 왔다”면서 “행정부 수반으로서 최고결정권자이자 책임자인 대통령이 아무런 역할을 수행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직무유기에 가깝다 할 것이고 헌법 제10조에 의해서 보장되는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의자로 입건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 시사저널 이종현

■김기춘 前 비서실장의 역할

 

검찰은 ‘왕실장’으로 불렸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문화체육관광부가 첫 타깃이 됐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10월 김희범 당시 문체부 1차관에게 1급 공무원 6명의 사표를 받을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김기춘 전 실장이 김 전 차관에게 명단을 주면서 실·국장들을 자르라고 했다”면서 “김 전 실장이 애틀랜타 총영사였던 김 전 차관을 불러 ‘성분검사’를 한 뒤 바로 맡겼던 임무가 그것(사퇴 종용)이었다고 하더라”라고 폭로했다. 당시 6명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고 3명은 실제 옷을 벗었다.

 

김 전 실장의 직권남용 혐의는 향후 특검 수사를 통해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실장은 “최순실을 알지 못한다”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검찰수사를 통해 밝혀진 것은 이와 전혀 다르다. 최씨의 측근으로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차은택씨는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2014년 6〜7월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에서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과 김종 문체부 차관, 정성근 문체부 장관 내정자를 만난 사실이 있다”면서 “당시 최씨가 차씨에게 ‘어디론가 찾아가 보라’고 해서 지시에 따랐고, 그 장소가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이었다. 차씨와 김 전 실장이 10분가량 면담을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 역시 검찰수사에서 “김 전 실장을 통해 최순실을 알게 됐다”면서 “김 전 실장이 (최씨의 딸인) 정유라를 돌봐주라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진술들은 결국 김 전 실장이 최씨 일가의 국정 농단을 묵과했거나 비호했다는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다. 비선실세 논란이 처음 제기된 2014년 당시 김 전 실장이 검찰수사를 무마하고 언론 통제에 나선 정황이 나오기도 했다.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검찰수사가 진행되던 2014년 12월13일 “수사를 조기 종결토록 지도하라”고 지시했고 이듬해 1월5일 검찰수사는 흐지부지 종결됐다.

 

또한 김 전 실장이 시사저널을 지목하며 “비판 언론에 고소·고발 등 철저하게 불이익을 주고 호의적 보도에는 금전적 지원을 하라”고 말한 대목도 나온다. 김 전 실장의 혐의를 입증하는 것 역시 국정 농단의 진실을 밝히는 중요한 대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윤회, 새벽 2시 트렁크 차에 싣고 떠나”

최순실 前남편 정윤회씨 강원도 횡성 아파트에서도 자취 감춰 


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거론된 정윤회씨 © 시사저널 임준선

 

2014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당시 비선실세로 지목됐던 정윤회씨. 2014년 5월 최순실씨와 이혼한 정씨는 지난해 10월부터 강원도 횡성군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생활해 왔다. 아파트 인근의 땅 약 26만㎡(8만평)를 총 10억원가량에 경매 등으로 사들이기도 했다. 이혼 후 횡성에서 은둔하다시피 했던 정씨는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횡성에서도 모습을 감췄다. 

 

정씨의 집은 둔내IC를 빠져나오면 곧바로 보이는데, 지어진 지 17~18년 된 낡은 아파트다. 정씨는 이웃과 거의 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정씨를 전혀 모르다가 언론의 취재 때문에 정씨의 존재를 알았다고 한다. 다만 정씨는 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W골프클럽의 목욕탕과 식당을 자주 이용했다고 한다. 아파트 한 주민은 “지난해 말 이사 왔는데 트렁크 한 개가 짐의 전부였다”면서 “동네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검은색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녀서 눈여겨봤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언론의 관심이 다시 자신에게 모이자 부랴부랴 짐을 싸서 집을 떠났다고 한다. 아파트 경비원 A씨는 “11월초쯤 기자들이 찾아오니까 완전히 집을 비운 것 같더라”면서 “CCTV에 정씨가 새벽 2시쯤 이사 올 때 가져온 트렁크 하나를 차에 싣고 떠나는 모습이 찍혔다. 그 이후로는 전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최순실씨와 함께 국정 농단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정씨가 검찰 조사를 피해 잠적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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