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암 상태인 단클론성 감마글로불린혈증(MGUS)
약 1%는 다발성 골수종이나 혈액암으로 진행
우리 몸의 면역 체계는 때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단클론성 감마글로불린혈증(MGUS)은 그러한 예상 밖의 상황 중 하나다. 혈액 내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증가하는 상태를 특징으로 하는 전암 상태다. MGUS는 그 자체로는 증상을 일으키지 않지만 다발성 골수종이나 다른 혈액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MGUS 환자들은 대부분 무증상이다. 건강검진이나 다른 목적으로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드물게 신경병증, 피부 발진 또는 혈액 응고 이상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M단백(단클론성 면역글로불린)의 특성에 따른 것이지 모든 MGUS 환자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의 MGUS 유병률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서구의 연구 결과를 참고하면 50세 이상 인구의 1~2%, 70세 이상에서는 3% 이상으로 추정된다. 나이가 들수록 MGUS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며 남성에게 약간 더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MGUS의 유병률이 서구에 비해 다소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그 빈도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MGUS의 정확한 발병 기전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형질세포(백혈구의 일종)의 클론성 증식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정상적인 형질세포가 유전자 변이를 겪으면서 감마 항체가 한 종류(단일 클론)만 비정상적인 증식을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는 아직 종양성 변화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는 다양한 유전적 변화(면역글로불린 중쇄 유전자의 전위, 염색체 이상 등)가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GUS의 주요 위험 요소로는 고령, 가족력, 면역 체계 이상, 특정 환경(방사선·농약 등) 노출 등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형질세포의 유전적 변이를 촉진하거나 면역 체계의 조절 능력을 떨어뜨려 MGUS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MGUS의 진단은 주로 혈액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혈청검사에서 M단백이 발견되고, 그 농도가 3g/dL 미만이며, 골수 내 형질세포가 10% 미만, 그리고 MGUS와 관련된 장기 손상(골 병변·빈혈·신장 기능 저하 등)이 없는 경우에 MGUS로 진단한다. 용어가 조금 생소하지만 이후 추가적으로 혈청 유리형경쇄 검사, 면역고정 전기영동, 정량적 면역글로불린 검사 등이 시행된다.
MGUS 자체는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주된 관리 방법은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다. 일반적으로 처음 진단하고 6개월 후 재검사를 하고, 이후 안정적이라면 매년 혈액검사를 통해 M단백 농도와 다른 관련 지표들을 추적 관찰한다. 다만 이러한 추적 검사와 관리가 매우 중요한 이유는 MGUS 환자에서 약 1%가 매년 다발성 골수종이나 관련 질환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MGUS는 그 자체로는 악성 질병의 상태가 아니지만, 잠재적으로 악성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경계선’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MGUS 환자의 경우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관리해야 한다. 과도한 걱정은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지만 정기적인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