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환 역할 맡은 황정민

배우 황정민이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겨울 극장가를 강타할 예정이다. 그가 출연한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비트》 《태양은 없다》 《감기》 《아수라》 등 선 굵은 영화를 만들어온 김성수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전작인 《아수라》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기도 하다. 또한 《서울의 봄》은 10·26 사건을 소재로 한국 현대사를 새롭게 조명했던 《남산의 부장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가 만든 작품이다. 여기에 황정민을 비롯해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등 빈틈없는 출연진이 가세해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무엇보다 이 영화는 황정민의 연기가 관전 포인트다. 언론시사회에서 ‘상위 1%의 연기력’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는 평이 쏟아졌다. 특히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광은 실존 인물인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영화 자체로도 평가가 좋다. “관객들을 그 상황으로 밀어넣고 그때를 느껴보게 하고 싶었다”는 김성수 감독의 말처럼 실제 사건에 기반했음에도 141분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매 작품에서 뛰어난 연기력과 흡입력으로 관객들의 신뢰를 얻어온 배우 황정민은 극 중 절대권력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보안사령관 전두광을 맡아 어느 때보다 강렬한 변신을 선보인다. 전두광은 10·26 사건의 배후를 수사하는 합동수사본부장을 겸직하게 된 후, 권력 찬탈을 위해 군내 사조직을 동원해 1979년 12월12일 군사반란을 일으키는 캐릭터다. 10·26 사건의 수사 책임자인 합동수사본부장이자 보안사령관으로 모든 정보를 한 손에 틀어쥔 채 거침없이 군사반란을 주도하며, 권력을 향한 탐욕을 드러낸다. 수도 서울을 어떻게든 지키려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 분)과 첨예하게 대립하며 숨 막히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서울의 봄》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극의 중심에 서는 캐릭터를 둘로 압축했다. 메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전두광을 군 내 사조직까지 동원해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는 권모술수의 대가로 부각시켰고, 원칙에 충실한 캐릭터 이태신을 반란군에 맞서는 진압군의 수장으로 내세워 서로 대립하게 만들었다. 두 캐릭터 모두 영화적으로 새롭게 가공된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황정민 배우가 맡은 전두광이라는 캐릭터는 권력욕이 극대화된 탐욕의 화신으로 연출했다. 반란군의 우두머리라는 단선적인 모습뿐 아니라 집요함과 허세, 불안까지 복합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이런 다양한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황정민이 유일하다고 생각했다”며 “촬영하는 동안 왜 이 배우가 1%의 배우인지 다시금 알게 됐다”고 말하며 황정민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11월9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의 봄》 언론시사회와 기자간담회에서 주연배우 황정민을 만났다.
영화 《서울의 봄》의 장면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울의 봄》의 장면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이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부담감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배우의 연기 욕심을 자극하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출연을 결심한 이후로는 그 누구도 엄두를 못 낼 만큼 이 캐릭터를 제대로 연기해 내고 싶었다.”

실존 인물이 모델인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부담은 없었나.

“김성수 감독으로부터 ‘내가 연기할 캐릭터는 이 영화의 설정에 맞게 극화된 캐릭터’라는 말을 듣고 시나리오상 역할에만 충실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관객을 영화 속으로 불러들이고 이야기 흐름을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배우의 역할이고 그것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시나리오를 철저히 분석해 만들어낸 결과물이고,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보다는 시나리오에서 답을 얻어 캐릭터를 완성해 냈다.”

파격적인 분장도 화제다.

“대머리 분장을 하는 데 4시간 정도 걸려 새벽 3시에 일어나야 했는데 그게 좀 힘들었다. 하지만 이런 좋은 작품이라면 더한 것도 할 수 있다. 이렇게 훌륭한 배우들과 뜻깊은 작품을 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악역이다.

“《수리남》에서 목사 역할이나, 《아수라》에서도 악역을 했다. 제 나름대로는 다 다르게 연기했고, 다른 색깔을 가진 인물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

“화장실 신이 큰 난관이었다. 애초에 시나리오상에 애매한 지문이 있었는데, 감독이 배우의 연기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의미였던 것 같다. 그 신에서 전두광이라는 사람의 탐욕의 끝을 웃음으로 보여줘야 했다. 수많은 감정이 응축된 탐욕이 그때의 웃음으로 보이지 않았나 생각하고 연기를 했다.”   연출을 맡은 김 감독 역시 당시 화장실 장면을 회상하며 “승리를 누리지 못한 전두광이 화장실에 오면 어떤 행동을 할까 생각했다. 그걸 황정민에게 정하라고 하고 비워뒀다”며 “그 장면에서 (황정민과) 충돌이 있었다. 촬영을 3시간 접고 깊은 대화를 나눴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이어 그는 황정민이라는 배우에 대해 “2018년에 황정민씨가 출연한 연극 《리차드3세》를 봤는데 너무 잘하더라. 그리고 3년 후에 다시 봤는데 더 잘하더라. 저는 황정민이란 배우를 ‘마법사’ ‘마법 상자’ ‘요술램프’라고 말하곤 한다”며 “그만큼 에너지나 해석력이 독보적이다. 완벽한 자기 세계와 해석력을 가진 배우다 보니 그가 하는 악기 연주를 듣는 것이 즐겁다. 흔한 연주가 아니라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연주라 수긍할 수밖에 없다”고 극찬했다.  

주·조연 가릴 것 없이 연기파 배우가 대거 출연한다(김의성, 안내상, 김성오, 안세호 등이 각각 국방장관, 반란군 장성, 4공수 여단장, 수경사 30경비단장 역으로 각축하며 시너지를 낸다).

“함께 출연한 선후배들이 연극을 많이 하셨던 분들이어서 장면을 하나의 연극을 하듯 연습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잘해 줬다. 한 땀 한 땀 만들어 나갔다.”

시사회 직후 눈시울이 붉어졌는데, 부연 설명을 듣고 싶다.

“가슴에서 소용돌이가 쳐서 감정이 격해졌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는데 이제 안정이 됐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좋은 배우들과 같이 열심히 촬영했던 결과물이 만족스럽게 보여 기분이 좋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극장을 많이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