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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충청·호남·TK·PK 등 5개 광역도정부로 진정한 지방분권 시대 열어야

“지금은 민족국가나 단일도시가 아닌 광역주정부 혹은 메가시티 경쟁 시대로 가고 있다. 미국·독일 등 산업 최강국들은 광역주정부로 재편했다. 온전한 자치분권이 이뤄져야 국가 차원에서 경쟁뿐만 아니라 동시에 광역주 안에서도 여러 도시와 지역이 또 경쟁한다.” 최근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을 둘러싼 논의가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격발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지사다. 그는 공약으로 경기도를 경기남·북도로 분할하는 것을 내걸었다. 국민의힘 소속 김병수 김포시장은 경기북도에 편입되는 것보다 서울시에 합류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판단해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추진하고 있다. 이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총선 전략으로 받았다. 이미 이명박 정부 때 ‘뉴타운’으로 재미를 본 국민의힘은 서울 인근 도시들을 서울로 편입시키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아직 민주당은 역풍을 우려해 당론으로 반대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김포시 서울 편입을 두고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김포의 서울 편입은 실현 불가능한 정치 쇼”라고 거칠게 비판했고, 김태흠 충남시장은 “김포 편입보다 지방 메가시티부터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인 이철우 경북지사는 “‘서울 메가시티’와 함께 충청, 호남, PK(부산·울산·경남), TK(대구·경북)의 광역 통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럼 어떤 행정개편이 바람직하고,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좋은 방안일까.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김병수 김포시장이 11월6일 서울시청에서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대한민국의 최대 과제는 ‘균형발전’

먼저 세계적인 추세인 국가행정체계 대개조를 목표로 그랜드플랜을 마련하는 것이다. 최고의 방법은 ‘통·공·현’, 즉 통시적·공시적·현상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통시적’은 우리 역사 안에서 과거 사례로부터 교훈을 얻고, ‘공시적’이란 글로벌 트렌드의 최고 모델들을 통해 시사점을 얻고, 마지막으로 ‘현상학적’이란 ‘지금’ ‘여기’ 무엇이 필요한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먼저 통시적으로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미’를 보았다는 행정수도 이전과 최근 TK신공항을 둘러싸고 경북 군위군이 대구시로 편입한 행정통합 사례가 있다. 마산·창원·진해가 창원으로 통합된 사례도 있지만 일부분 통합 사례다. 글로벌 트렌드인 국가행정체계 대개조, 즉 서울공화국 일극주의 극복과는 거리가 있다. 둘째, 공시적 측면으로 글로벌 트렌드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미국의 11개 광역주정부 및 독일의 5개 광역주정부를 들 수 있다. 미국의 뉴욕주, 캘리포이나주, 텍사스주 등 거대 광역주정부들이 다원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독일 역시 바이에른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NRW),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등 광역주정부가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바이에른주의 경우 ‘자유국가’를 내걸고 독일의 다른 주가 아닌 프랑스·이탈리아와 경쟁하면서 비교 자료를 공개한다. 또한 루르 지방으로 알려진 NRW는 인구 약 1800만 명으로 GDP 7020억 유로(약 983조원)를 기록해 비슷한 인구인 네덜란드의 GDP 1조13억 달러(약 1309조원)와 엇비슷하다. 프랑스는 2003년 ‘지방의 광역화’를 내걸고 전국균형발전을 추진했다. 나아가 광역주정부와는 또 다른 메가시티 프로젝트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유엔은 세계적으로 메가시티가 2018년 33개에서 2030년 43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셋째, 현상학적 측면으로 ‘지금’ ‘현재’ 우리에게 무엇이 시급하고 중요한지 검토하는 것이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과제는 균형발전으로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온전한 연방국가로의 대전환이다. 정치·경제·문화·교육·언론 등의 서울 집중으로 인한 서울공화국 모델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왜냐하면 인구과밀뿐만 아니라 교육비 상승, 집값 폭등 등으로 세계 초저출산에다 최고자살률로 인해 대한민국이 소멸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5개 광역도정부가 경쟁하면서 발전해야

지난 20년간 노무현 정부 때부터 본격적으로 국토 공간의 효율적 활용과 자원 배분을 위해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추구해 왔다. 윤석열 정부도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산업 최강국인 미국·독일·스위스처럼 온전한 자치분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들 국가는 지방광역정부가 인사권·예산권·법률권뿐만 아니라 교육·경찰·문화·언론 등 권한도 갖고 있다. 독일 바이에른주의 올해 예산이 약 100조원이지만 경상북도는 12조821억원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대한민국 행정체계 대개조 방향은 5+2, 즉 ‘광역도정부 5개와 특별도 2개’ 체계가 바람직하다. 메가 서울시에 PK, 호남, 충청, TK가 하나의 광역도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들 광역도정부에 미국·독일처럼 인사권·예산권·법률권과 중앙권력이 갖고 있는 교육·문화 등을 이양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5개 광역도정부가 경쟁하면서 다원적인 정치·경제 생태계와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 광역도정부가 거친 대양을 항해하는 여러 항공모함인 셈이다. 미국과 독일은 광역주정부 주지사 성공을 통해 대통령 혹은 총리로 선출되어 성공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출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아칸소주 출신의 빌 클린턴을 들 수 있다. 독일은 위대한 비전의 정치가로 베를린 시장을 지낸 빌리 브란트 총리와 라인란트팔츠 주지사를 지낸 독일 통일의 주역 헬무트 콜 총리를 들 수 있다. 광역주 단위에서 탁월한 실적을 내고 이를 각 정당 당원과 국민이 인정해 정부를 맡기는 것이다. 따라서 초보 대통령으로서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 정부 운영 거버넌스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울 획일주의가 아닌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호남, 충청 등 다원적 광역도정부를 형성하는 행정체계가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광역단체장 중 탁월한 리더십과 실적을 낸 리더에게 국가 경영을 맡기는 것이다. 그럼 대한민국 ‘5광역도정부 + 2특별도’를 어떻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두 가지 방안이 있다. 먼저 이번 총선에서 정당이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다. 선거 이후 법 개정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또 다른 방안은 차기 대선주자가 공약으로 내걸어 국민 판단을 받는 것이다. 프랑스처럼 민주적으로 국민 공론 과정을 거치자는 것이다. 온전한 자치분권을 위해 ‘원 포인트 개헌’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정치적 영호남 대결이 아닌 서경인(서울·경기·인천) 대 영호충(영남·호남·충청) 구도로 변했다. 특정 지역의 획일주의에서 벗어나 국가 공간·자원을 넓게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최강국의 행정체계 전략이자 지속 가능한 모델이다. 미국·독일 등 선진국처럼 우리가 그렇게 못 할 이유가 없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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