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지지율과 고집스러운 국정 스타일은 여당에 가장 큰 위협
민주당과 이재명의 몰락·갈등만 기대하는 양상
내년 4월의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채 6개월도 남지 않았다. 국회의 국정감사 일정이 마무리되면 사실상 총선 국면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에 내년 총선은 정치적 운명이 걸린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만약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다수당과 과반 정당의 위치에 올라가지 못하면 남은 대통령의 임기 동안 국정 운영은 현실적으로 마비되고 만다. 그런데 집권여당의 내년 총선 성적표에 가장 큰 걸림돌로 ‘대통령의 지지율’ 즉 ‘윤석열 리스크’가 떠오르고 있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보더라도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다. 사전투표 22.6%, 본투표까지 포함해 최종 투표율이 유권자 절반에 달하는 48.7%로 투표율이 높은 선거였다.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의 득표율은 39.4%였고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당선자는 56.5%로 나왔다. 보선 직전에 실시되었던 한 조사기관의 여론조사 결과와 대동소이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를 받아 10월4~6일 실시한 조사와 강서구청장 보선 영향까지 포함된 10~13일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보았다. 강서구청장 보선 전에 실시된 조사에서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37.7%로 나타났다. 그러나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 영향까지 포함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긍정 지지율은 34%로 3.7%포인트나 빠지는 결과가 나왔다.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는 낮은 尹 지지율 탓
전체 결과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에 영향을 주는 MZ세대, 서울, 중도층은 강서구청장 보선 이후 지지율이 빠졌다. 20대(만 18세 이상)는 10월4~6일 조사에서 32.4%였는데 10~13일 조사에서 29.6%로 나왔다. 보선이 있었던 서울 지역의 변화는 더 컸다. 4~6일 조사에서 42.1%였는데 10~13일 조사에서 34.7%로 7.4%포인트나 빠진 결과다(그림①). 대통령의 지지율이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까지 반영되면서 더 하락하는 추세로 이어졌다. 사실상 ‘윤석열 리스크’ 현상이다.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이 낮다 보니 총선 구도에 대한 환경까지 집권여당이 불리한 상태에 놓여 있다. 강서구청장 보선 기간인 10월10~12일 자체적으로 실시한 한국갤럽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내년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대한 기대’를 물어보았다. 보기로 두 가지 경우, 즉 ‘정부 지원론’과 ‘정부 견제론’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결과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39%로 나타났고,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응답은 48%로 나왔다. 전체 값도 여당에 유리한 결과가 아니지만 내년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유권자층은 중도층, 무당층, 수도권, 2030 MZ세대 등이다. 20대(만 18세 이상)에서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고작 29%밖에 되지 않는다. 30대는 정부 지원론이 32%로 나왔지만, 정부 견제론이 55%나 된다.
그나마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이 기대를 걸 수 있는 서울 지역은 정부 지원론과 정부 견제론이 각각 41%와 46%로 팽팽하게 나왔다. 유권자 수와 지역구가 서울보다 많은 인천·경기 지역은 정부 견제론이 51%로 정부 지원론보다 14%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 윤 대통령의 핵심 지역 기반으로 인식되는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의 결과는 ‘정부 지원론’ 44%, ‘정부 견제론’ 41%로 팽팽했다. 중도층에선 정부 견제론이 54%로 훨씬 더 높았다(그림②).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입장에서 총선 구도는 내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지표다. 총선은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나 다름없다. 윤 대통령 긍정 지지율이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45% 이상 되는 수준이라면 총선 구도가 달라질 텐데 말이다. 총선 구도에서 정부 견제론이 더 높은 것 역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윤석열 리스크’다.
김기현 대표 체제 유지에 대한 민심은 ‘싸늘’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오피니언라이브의 캐치애니(CatchAny)로 10월12~16일 김기현 당대표와 국민의힘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와 빅데이터 긍·부정 비율을 도출해 보았다. 김 대표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패배’ ‘참패’ ‘비판’ ‘쫓겨나다’ ‘위기’ ‘우려’ ‘적극적’ ‘압승’ ‘최선’ ‘진심’ ‘혼란’ ‘기대’ ‘논란’ 등으로 나왔다. 국민의힘은 ‘패배’ ‘참패’ ‘비판’ ‘논란’ ‘의혹’ ‘우려’ ‘위기’ ‘범죄’ ‘압승’ ‘갈등’ ‘진심’ ‘간사’ 등으로 나타났다. 강서구청장 보선 직후라 그 여파가 있겠지만 빅데이터 내용에서 당의 혁신이나 쇄신 그리고 당의 변화가 감지되는 감성은 포착되지 않는다. 위기 상황이다. 내년 총선에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운명이 오롯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화가 없다면 유권자들의 평가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김기현 체제 유지에 대한 민심은 싸늘하다 못해 냉혹하다.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 비율은 김기현에 대해 긍정 28%, 부정 70%로 나왔고 국민의힘은 긍정 22%, 부정 77%로 나타났다(그림③).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개혁과 쇄신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아무런 변화와 실질적인 노력 없이 더불어민주당이나 이재명 대표의 몰락과 갈등만 기대하는 태도로 일관한다면 총선 결과는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핵심은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지금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더라면 강서구청장 보선의 결과는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보다 훨씬 더 높은 데다 각종 이념 전쟁으로 유권자의 분노를 유발한 것은 결정적 패착이었다.
뜬금없이 등장한 ‘역사 이념 전쟁’은 치명적이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이전 논란으로 정치권이 쑥대밭이 되는 상황은 중도층, 무당층, MZ세대 유권자들이 분노하기에 충분했다. 끝으로 그 분노는 직전 구청장이지만 대법원 선고로 중도 하차했던 김태우 후보자를 오기 공천한 대통령으로 향했다. 어쨌거나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고집스러운 국정 스타일은 국민의힘 총선에 가장 큰 위협이다. 바로 ‘윤석열 리스크’다. 지금 국민의힘의 최대 과제는 ‘윤석열 리스크’를 극복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