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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사면‧낮은 지지율로 불 붙는 ‘용산 책임론’
尹 변화 의지, 메시지 변화‧인적 쇄신 여부로 가늠될 듯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과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의 ‘전초전’으로 불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여권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선거를 이끌었던 국민의힘 지도부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도 패배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당장 윤 대통령의 김태우 후보 특별사면 결정과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이 이번 선거를 ‘정권심판’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과연 자신을 향한 책임론과 싸늘한 여론을 받아들이고 총선 전 변화에 나설지, 당 안팎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전날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엔 정권에 대한 견제와 경고 민심이 뚜렷이 반영됐다. 17.15%포인트라는 큰 격차(진교훈 민주당 후보 56.52%,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 39.37%)는 정부‧여당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자평할 수 있는 여지 자체를 차단해버렸다. 당장 총선을 이끌어야 하는 국민의힘은 물론, 후반기 국정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선 승리가 필수인 용산 대통령실에도 제대로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용산에 더는 끌려가지 않을 결심?

특히 이번 패배로 인해, 그동안 여권 내 ‘소수 의견’이었던 윤 대통령 책임론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우선 윤 대통령이 이번 보궐선거의 귀책사유를 가진 김태우 후보를 특별사면해 사실상 출마길을 열어준 데 대한 지적부터 나오고 있다. 당초 김기현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에선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기류가 강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사면 후 당내 여론은 보궐선거 도전과 김 후보 출마로 빠르게 바뀌어 갔다.

원내 한 관계자는 보궐선거 패배 직후 시사저널에 “당이 용산이 설정한 방향에 무력하게 끌려간 면이 없지 않다”고 전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12일 이번 선거 패배 책임을 윤 대통령에게 돌리며 “대법원 확정판결 받은 후보를 3개월 만에 사면·복권시켜 선거에 내보낸 건 대통령에 의해 당은 울며 겨자 먹기로 선거 운동 뒤치다꺼리를 한 것뿐”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도 패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이번 김태우 후보의 득표율(39.37%)은 그간 30%대 박스권에 머물러온 윤 대통령의 지지율(국정 운영 긍정평가)과 유사했다. 기존 지지층 표심만 모였을 뿐 중도층은 전혀 여당으로 움직이지 않은 셈이다.

대통령 지지율 30%대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총선 전략을 세워야 할 국민의힘으로서도 고심이 깊어진 상황이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강서구는 중도층이 많아 지난해만 해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방선거에서 14%포인트 차로 이겼던 곳”이라며 “잘 하면 이길 수 있는 지역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민주당이 싫어도 정부·여당으론 못 가겠다’고 느끼는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가 이날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사퇴 권고 의사를 대통령실에 전달하기로 뜻을 모은 것도 이 같은 여론을 반영한 행보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는 이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실도 이번 패배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무거운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 7월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3박5일간의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성남 서울공항에 영접나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3박5일간의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성남 서울공항에 영접나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비윤 끌어안을까…“요구 빗발쳐도 수용 안할 듯”

하지만 이미 정치권과 여론의 관심은 과연 윤 대통령이 이번 패배를 계기로 가시적인 변화의 모습을 보이느냐 여부로 쏠려 있다. 우선 윤 대통령이 견지해 온 국정 기조와 이를 반영한 메시지에 변화가 나타날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을 전후로 윤 대통령은 ‘이념’을 앞세우며 보수층 결집에 주력해왔다. 또한 국회의 반대를 무릅쓴 임명 강행과 야당을 향한 사정정국을 지속하며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이 견고하게 지켜 온 국정 기조에 당장 변화를 준다면 윤 대통령이 이번 선거 결과에 순응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슷한 얘기로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있어 ‘국민 통합’에 좀 더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된다. 이번 선거에서 중도층의 싸늘한 민심을 확인한 만큼, 이들을 타깃으로 민생과 경제에 초점을 맞춘 행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대통령실 내 참모진과 여당 지도부 내 인적 쇄신부터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민심에 부정적인 인사들을 빠르게 교체하고 혁신 이미지를 갖춘 인물들로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당 안팎에서 윤 대통령에 쓴소리를 이어 온 비윤계(非윤석열계)에 먼저 손을 내밀고 이들을 적극 중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내 사람들’로 당정을 채워 세력을 굳건히 하길 목표하는 윤 대통령으로선 아무리 선거 패배로 인한 쇄신 요구가 빗발치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특히 비윤 인사들의 경우 이미 감정의 골이 깊을 대로 깊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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