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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청장 보선 참패는 윤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 운영에 대한 심판 
다들 ‘용산바라기’ 돼 뭐가 뭔지 분간 못 하는 여당도 문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 국민의힘의 참패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를 무려 17.15%포인트의 득표율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었다. 아무리 강서구 지역이 민주당의 전통적 우세 지역이었다고 해도 영남이 아닌 서울에서의 선거였다. 진 후보는 인지도도 낮은 정치 신인이었다. 이쯤 되면 정권이 심판받았다는 진단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이 끝난 후 환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윤대통령 왼쪽은 김대기 비서실장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이 끝난 후 환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윤대통령 왼쪽은 김대기 비서실장 ⓒ연합뉴스

굳이 김태우 후보 재출마시켜 쟁점 자초해

여당의 참패는 처음부터 끝까지 집권 세력의 자업자득 결과였다. 애당초 구청장 한 명 선출하는 기초단체장 선거에 불과했다. 그런데 순식간에 ‘총선 전초전’ ‘미니 총선’ 얘기가 나올 정도로 큰 장이 세워졌다. 총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은 있었지만 과도하게 판이 키워졌다. 여야 지도부가 강서구로 총출동하며 정치적 사활을 거는 모습을 보였다. 판을 그렇게 앞장서서 키운 것은 이상하게도 여권 쪽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특별사면에 김태우 후보를 포함시킴으로써 출마의 길을 열어주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있고 구청장직을 상실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특사를 통해 피선거권을 회복시켜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윤심’이 김태우 후보의 재출마에 있다는 해석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돌았다. 하지만 이번 보궐선거는 김 후보가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구청장직을 상실하면서 치러진 선거였다. 아무리 국민의힘이 김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부당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해도 보궐선거의 원인 제공자를 그대로 다시 출마시키는 일은 삼갔어야 했다. 그것이 유권자들에 대한 정치적 도의다.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당에서는 무공천을 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민주당의 경우도 2021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당헌·당규를 바꾸면서까지 후보를 내서 여론의 심판을 받은 일이 있다. 그때 민주당을 비판했던 국민의힘이 이번에는 자신들이 공천을, 그것도 하필이면 당사자를 다시 출마하게 했으니 애당초 모순된 길로 들어선 것이었다. 2021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었듯이,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게 된 것이다. 물론 국민의힘 내부에서 처음에는 무공천론도 있었고 김 후보 공천에 신중한 입장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김 후보에게 경선을 통한 공천의 길을 열어주었다. 김 후보를 특사 대상에 넣어준 ‘윤심’을 의식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따랐다. 판결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것과 보궐선거의 원인 제공자를 재출마시키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다. 경위가 어떻든 간에 김 후보는 보궐선거가 있도록 한 당사자다. 그런데도 굳이 김 후보를 다시 공천한 것은 대단히 오만한 모습으로 비치게 돼있으니 커다란 부담을 자초한 것이다. 유권자들에게는 ‘사법부가 어떤 판결을 내리든 우리는 기어코 김태우를 복귀시킨다’는 모습으로 비치게 되었다. 더구나 김 후보는 보궐선거 비용 40억원에 대해 “수수료 정도로 애교 있게 봐달라”고 했으니 유권자들의 눈에는 이런 여권 세력의 행태가 가관이었을 법하다. 예상대로 김 후보의 재출마는 선거 기간 내내 국민의힘을 수세적인 입장에 가둬버렸다. 민주당은 원인 제공자의 재출마를 집중적으로 공격했고 후보가 아닌 당 사이의 공방이 뜨거워지면서 판은 커져버렸다. 김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전면에 나서면서 먼저 판을 키운 것도 국민의힘이었다. 사실 여권의 입장에서는 자치구 한 곳에서 치러지는 기초단체장 선거로 놔두었으면 될 일이었다. ‘지역 일꾼 뽑는 선거’가 여당에는 적절한 콘셉트였다. 대통령의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선거는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가 실려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강서구는 민주당의 전통적 우세 지역이다. 그나마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김태우 후보가 당선된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에 선거가 치러진 효과 덕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민심이 크게 악화된 환경이다. 그런데도 불리한 환경의 선거에 굳이 김 후보를 다시 출마시켜 뜨거운 쟁점을 자초하고 판을 키워버린 여권의 선택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으로 하여금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전략적 사고를 잃게 만든 배경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여당이 다들 ‘용산바라기’가 되다 보니 자신들도 뭐가 뭔지 분간을 못 하게 된 것이다.  

수도권 유권자들에 김기현 대표 존재감 사실상 없어

이제 국민의힘에서는 ‘수도권 위기론’이 본격적으로 불붙게 되었다. 국민의힘에 던져지는 질문은 두 가지다. 첫째, 김기현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김 대표가 당을 이끈 이후 국민의힘은 ‘용산’의 뒤만 쫓아갈 뿐 여당으로서의 독자적인 정치적 역할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당 지도부가 영남권 중심으로 짜이면서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 민심에 둔감하고 위기의식이 없는 모습을 보여왔다. 수도권 유권자들에게는 김 대표의 존재감이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낸 김기현 대표 체제였다. 그런데 이번에 김태우 후보를 공천해 판을 키우고 리스크도 몇 배로 키웠다는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김 대표가 패배의 책임을 인정하며 물러서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에 내년 총선 전망은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김 대표가 선뜻 물러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현실이 국민의힘의 진짜 위기다. 또 하나의 질문은 윤 대통령을 향한 것이 된다. 윤 대통령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인가. 국민의힘이 예상보다도 큰 참패를 당한 결과는 정권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실린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상식이다. 윤 대통령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성 지지자들만 의식한 극우적인 방향의 행보를 보여왔다.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에 정신이 없는데 대통령은 철 지난 이념 얘기만 하고 있으니 민심이 등을 돌리게 된다. 이번 개각에서도 반복되었듯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인물들을 재탕-삼탕 중용하는 데만 매달릴 뿐 미래를 내다보고 새로운 인재들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국민은 미래로 가자고 하는데 정권은 과거로만 가려 한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를 찍었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우려와 개탄의 목소리가 늘어가고 있는 현실을 윤 대통령은 직시해야 한다. 민심에 아랑곳하지 않고 독선으로 치닫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집권 세력이 선거만 하면 샴페인을 터뜨리던 시간은 이제 끝났다. 한동안 민주당을 심판하던 유권자들은 이제 시선을 돌려 정권을 심판하기 시작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결과는 현 집권 세력에 대한 경고의 신호다. 경고를 무시하고 집권 세력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6개월 후의 총선에서 훨씬 심각한 정치적 재앙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무엇보다 먼저 윤 대통령이 달라져야 한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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