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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크게 확산되려면 그럴듯하게 꾸미길 좋아하는 거짓말쟁이, 거짓말을 기꺼이 수용해 주는 소비시장, 거짓말을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직업적 선동가 3대 요소가 갖춰져야 한다. 학부모 갑질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초등학교 여교사의 슬픈 죽음을 두고 거짓말을 퍼트린 혐의로 김어준씨 등 10여 명이 고소되었다. 고소인은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 여교사의 비극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교권 문제를 수면 위로 부상시켰다. 이 과정에서도 어김없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악성 거짓말이 등장했다. 한기호 의원이 고소한 ‘김어준 등의 허위사실 유포 사건’은 어마어마한 확산력을 보여준 거짓말답게 3요소를 잘 갖추었다. 거짓말쟁이는 일단 평범한 30대 여성 학부모로 알려졌다. 거짓말 소비시장은 스마트폰 소셜서비스 이용자들로 형성됐으며, 직업적 선동가 역할은 구독자 130만 명을 자랑하는 김어준 유튜버가 담당했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7월24일 오전 서울경찰청 종합민원실에서 서이초 가짜뉴스 최초 유포자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를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7월24일 오전 서울경찰청 종합민원실에서 서이초 가짜뉴스 최초 유포자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를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어준의 토양: 2010년 탄생한 대량 거짓말 소비시장

2010~11년 스마트폰의 본격 사용과 함께 탄생한 대량 거짓말 시장은 규모의 거대함과 속도의 광속성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약했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의 익명성에 숨어 개별 인격을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좋아요’ 클릭이나 댓글을 다는 등의 방식으로 심리적 배설욕을 충족할 수 있게 됐다. 그 뿐이 아니다. 특정 음모 집단의 교란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다 보면 어느새 오프라인 현실까지 뒤집거나 새로 조작해 내는 기묘한 쾌감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스마트폰 거짓말 시장이다. 2017년 대선전에서 불거진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의한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은 스마트폰 기반 거짓말 시장이 공론장을 어떻게 타락시켜 사회를 병들게 하는지 실감 나게 보여줬다. 김어준 음모론의 비옥한 토양은 온라인 소비시장이다. 그의 활동이 꽃피우기 시작한 시점이 스마트폰이 크게 열릴 때와 일치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김어준 인생의 출세작인 ‘나는 꼼수다’의 첫 인터넷 방송 개시일이 2011년 4월이었다. 직업적 선동가로서 김어준의 정파적 면모는 박근혜와 문재인 후보가 맞붙었던 대통령 선거일 하루 전(2012년 12월18일) 방송에서 극적으로 나타났다. 김어준은 문 후보 지지를 호소하며 “노무현이 자기 목숨을 던져서 한 시대를 끝내는 것을 보면서…모든 걸 걸고 여기까지 왔다”고 울먹였다. 김어준의 선동은 진영의 집권을 위해서라면 거짓말하는 것쯤은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로 반복됐다. 예를 들어 문재인이 패배한 대선을 ‘개표 부정’이라거나 2014년 세월호 사건을 ‘고의 침몰’이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거짓 선동을 믿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한테 돈을 모아 영화까지 만들었다.  

집권이 지상목표가 되면 정직과 미래는 뒤로 밀려

김어준은 거짓말이 확인돼도 맞다고 우기거나 ‘두고 보자’며 동문서답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 정정하기도 하는데 사과하는 법은 없다. 뻔뻔하고 모르는 척하는 언행은 직업적 선동가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여교사 죽음 사건에 대해서도 김어준 유튜버는 “국민의힘 3선(의원)이 연루된 것으로 아는데 전혀 보도가 없다”는 거짓말로 세상을 흔들어 놓고는 이튿날 “정확하지 않은 정보였다. 정정한다”고 했다. 물론 사과는 하지 않았다. 집권이 중요한가, 정직이 중요한가라고 물으면 십중팔구 정치적 거짓말 세력들은 집권이 더 중요하다고 답한다. 집권이 선거 다수표로 결정되는 사회에서 집권 지상주의자들에겐 표가 안 되는 어린이나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의 미래는 안중에 없다. 정치적 거짓말 세력들이 정직과 미래를 우습게 여기는 까닭이다. 정직과 미래가 후순위로 밀리는 사회는 면역세포 없는 신체와 같다. 외부 공격에 의해서가 아니라 면역결핍증 때문에 자체적으로 쓰러지기 십상이다. 거짓말을 좋아하는 사회는 번성하는 것처럼 보여도 어느 날 갑자기 망할 수 있다.
전영기 편집인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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