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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소송’ 2심 승소했지만 여론 제대로 읽지 못하는 한계 여전
12년간 이어진 소송의 흐름
유승준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처음 소송을 제기한 것은 2015년이다. 그는 1997년 데뷔 후 《가위》 《열정》 《나나나》 등 히트곡으로 큰 사랑을 받았으나 2002년 입대를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입국이 금지됐다. 병역기피 문제 때문이다. 2015년 재외동포 비자인 ‘F-4’ 비자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사증 발급 거부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1, 2심 재판부는 “유승준이 입국할 경우 국군 장병의 사기가 저하되고, 병역기피 풍조가 만연될 우려가 있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뒤집혔다. 대법원은 “LA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고 단지 과거 법무부가 입국 금지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옳지 않다”며 유승준의 손을 들어줬다. 그때 대법원이 LA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기 때문에, 이 점만 놓고 보면 향후에 LA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행사해 비자 발급을 거부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였다. 유승준에게 유리할 것이 별로 없어 보였다. 그런데 대법원의 입장 중에서 유승준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부분도 있었다. ‘재외동포법이 재외동포의 한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비춰 재외동포에 대해 기한을 정하지 않은 입국 금지 조치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해야 한다’라는 대목이 있었던 것이다. 이래서 당시 대법원 판결 결과가 애매했는데, 그 후 재판 결과도 엇갈렸다. 대법원 판결 이후 유승준은 LA 총영사관에 다시 비자를 신청했고, LA 총영사관은 대법원이 하라는 대로 재량권을 발휘해 검토한 후 거부했다. 유승준은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선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LA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발휘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면서 “유씨에게 사증을 발급하는 사익보다, 이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보호해야 할 공익이 더 크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유씨는 4급 보충역 판정을 받고 공익근무요원 소집 통지를 받은 상황에서 국적을 이탈했다. 이는 영토의 최전방이나 험지에서 가장 말단의 역할로 소집돼 목숨을 걸고 고통과 위험을 감수한 장병과 그 가족들에게 상실감과 박탈감을 안겨줬다”면서 “전쟁의 위협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부과되는 병역의 의무는 ‘공정한 책임의 분배’가 특히 중요하다. 이에 대한 신뢰가 한번 훼손되면 회복되기 어렵고 자칫 ‘40세까지 버티면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가 이번에 유승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바로 앞에서 언급한 대법원의 입장에 나온 논리가 적용됐다. 구 재외동포법 제5조 제2항에 따르면 병역을 기피한 외국 동포도 일정 연령을 넘었다면 국가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지 않는 이상 체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 재외동포법에는 설사 병역기피 목적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이라도 일정 연령(41세)이 되면 체류 자격을 부여하도록 돼있다. 대법원이 말한 대로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다. 1심은 대법원 판결 중에서 LA 총영사관 재량권 행사라는 부분에 주안점을 뒀고, 2심은 재외동포법 취지에 주안점을 둔 셈이다. 재외동포법 예외조항에 대한 해석도 갈렸다. 재외동포법상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체류 자격 부여의 예외다. 출입국관리법엔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입국 금지할 수 있다고 돼있다. 2심 재판부는 유승준이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반면에 1심 재판부는 유승준 입국이 ‘공익을 해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장병과 그 가족들에게 상실감과 박탈감을 안겨주며, 병역 의무의 신뢰가 훼손되고 자칫 40세까지 버티면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정리한 논점에 대해 대법원이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될 것이고, 사회 여론도 참조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만약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비자를 발급하라는 판결이 나온다고 해도 바로 입국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비자 발급 여부와 별개로 우리 정부가 다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정부 판단에도 사회 여론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유승준이 법으로 이겨도 공론장이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여론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이야기다.사건 특성상 대법까지 갈 가능성 높아
여론은 사회질서나 국익 등과도 관련이 있다. 유승준 입국에 대해 사회 여론이 극히 민감하고, 유승준 입국으로 대단히 부정적인 반응과 후폭풍이 일어난다면 우리 공동체의 이익이나 사회질서를 해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유승준이 입국해도 대다수 국민이 그냥 받아들인다면 우리 공동체엔 별다른 해가 없을 것이다.이런 점에서 봤을 때 소송전은 유승준이 원하는 목표를 얻어낼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유승준이 지속적으로 소송을 거는 건 마치 법에 의지해 우리 정부와 국민 여론을 힘으로 꺾어내려는 것처럼 비친다. 이러면 유승준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질 것이고, 그의 입국 여부가 더욱 민감한 이슈가 될 것이다. 이는 여론이 악화될 게 뻔한 길이다. 무엇보다 여론의 지지가 간절한 처지에서 여론을 적으로 돌리는 게 합리적인 선택일까?
유승준에게 시급한 건 우리 국민에게 용서를 받는 것이다. 그러려면 반성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유승준은 지금 ‘나는 그렇게 크게 잘못하진 않았다. 한국이 나에게 잘못하고 있다. 나는 억울하다. 법으로 해보자’고 하는 듯한 느낌이다. 이런 인식이면 제대로 된 반성이 나올 수 없고, 우리 국민의 반발이 누그러지지도 않을 것이다.
유승준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
또, 유승준은 자신이 한국의 가혹한 조치에 당한 피해자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가해자는 그 자신이다. 한국 국적을 버림으로써 우리 국민에게 크나큰 상처를 주고, 병역을 이행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줬다. 그런 가해 행위를 했지만 처벌은 받지 않았다. 한국인이면 병역기피 처벌을 받았겠지만, 미국인 스티브 유가 됐기 때문에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해외에서 살았다. 한국은 지금 그를 처벌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저 한국에 들어오지만 말라는 것이다. 자신이 선택한 해외에서 잘 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유승준은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계속 한국을 상대로 소송전을 전개하는 등 가해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유독 유승준만 가혹한 대우를 받는다고 하기도 힘들다. 그가 아닌 누구라도, 국민적 사랑을 받은 모범청년 이미지 대스타가 우리 국적을 버리고 병역을 기피했다면 똑같은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여기는 국민 영웅 방탄소년단도 군대에 보내는 나라다. 유승준 역시 대스타이기 때문에 이 사건은 상징적 사건이 돼버렸다. 우리 국가가 국적을 버린 병역기피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주는 시금석이 된 것이다. 이래서 유승준 사건을 재외동포법상의 일반적 사례들하고 비교하기 힘들다. 유승준이 국내 연예활동으로 돈을 벌기 위해 취업이 가능한 F-4 비자를 신청했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그는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재외동포법상 재외동포에게 발급되는 비자가 F-4 비자이기 때문에 그걸 신청한 것이지 연예활동을 할 의지는 없다는 것이다. 그건 향후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설사 그가 연예활동을 안 한다 해도 그가 입국하는 순간 대서특필되며 TV뉴스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다. 그 자체가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파를 만들 것이고, 장병들의 허탈감과 사기 저하, 병역 의무에 대한 냉소 현상 등이 이어질 것이다. 이런데도 사회질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까. 자꾸 소송을 걸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잘못과 상황의 엄중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걸 이해하지 못하면 한국인과 접점을 찾기 힘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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