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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잡기’ 성공한 美, 여세 몰아 금리 인상 랠리 끝낼까
사상 최대 금리 역전 마주한 한국은행 대응도 주목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과 비교해 3.0% 오르는 데 그쳤다. 9%가 넘었던 지난해 6월의 물가상승률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 셈이다. 2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한 달 전과 비교한 상승률은 0.1%로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수준으로 거의 돌아왔다. 급등했던 주택 비용도 가라앉기 시작했고 항공요금과 중고차 가격도 많이 내렸다. 긴축정책을 유지할 필요성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다. 7월25일과 26일 열릴 연준의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또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추가 긴축에 대한 부담은 많이 줄어들었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10번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다가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지난 6월 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5.00~5.25%를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 안에 적어도 두 차례 정도의 금리 인상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연준의 올해 말 금리 예상치 중앙값도 5.60%로 앞으로 두 번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할 수 있다. 7월의 추가 금리 인상은 유력하지만, 물가상승률이 지금처럼 계속 떨어진다면 금리 인상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 물가는 잡혀가고 있는데 미국 경기는 여전히 괜찮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의 물가가 안정을 되찾으면서 금리 상승세도 막바지에 달한 게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SC제일은행 여의도지점의 대출 금리 안내문 ⓒ시사저널 최준필

온다던 경기 침체는 아직

작년 말까지만 해도 미국은 올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급격한 금리 인상 행진에도 예상만큼 나빠지지 않았다. 온다던 경기 침체는 오지 않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게 줄면서 지금은 경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6월말 발표된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는 2.0%에 이른다. 2분기도 비슷한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초 0.5%를 밑돌았던 미국의 2023년 예상 경제성장률은 1.4%까지 높아졌다. 실업률도 조금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3.6% 수준으로 이례적일 만큼 낮다. 미국이 마침내 생산 수준을 유지하고 고용을 악화시키지 않으면서도 물가를 잡는 이른바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에 들어갔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시장은 금리 인상 종료에 대한 기대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금리가 오르지 않으면 미리 일정한 수준으로 금리를 정해둔 채권의 매력은 떨어진다. 미국의 국채 금리는 상승 추세로 돌아섰다. 주식시장은 연일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미국 S&P500 지수는 4500을 돌파하면서 올해 상승률이 18.6%로 올라갔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4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금리 상승세가 마지막 단계라면 달러에 대한 투자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일부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쪽에서는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goldilocks)’ 영역에 진입했다고 보기도 한다. 인플레이션이 억제된 가운데 견고한 성장세가 이어지는 이상적인 경제 균형 상태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마침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 6월 소매판매 증가율도 전월 대비 0.2%로 나타났다. 5월의 0.5%보다 낮아졌지만, 너무 높지도 않고 너무 낮지도 않은 적절한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경기 침체 가능성을 낮추는 곳도 늘고 있다. 연준은 경기 침체 없이 물가를 잡는 데 성공한 것일까. 경제지표들을 살펴보면 나쁜 지표도 아직 많다. 고용 상황이 좋다고는 하지만 평균 근로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3.7%로 떨어진 지난해 미국 가계 저축률은 2007년 금융위기 직전 3.4%와 비슷한 수준이다. 가계부채도 GDP 대비 90% 중반에서 103%까지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비가 늘어나기 어렵다. 미국의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는다. 소비가 줄면서 경기가 가라앉기 시작하면 기업의 매출이나 영업이익도 감소한다. 당연히 고용은 빠르게 줄어든다. 경기 위축은 이제부터 나타날 수 있다. 그동안 고금리에도 소비 위축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던 데는 코로나19 이후 폭발한 보복 소비심리의 영향이 컸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축적된 자금의 여유 덕분이기도 했을 것이다. 미국은 코로나 대응을 한다며 2020년에 2조 달러, 2021년에도 1조 달러를 풀었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미국 경기가 괜찮다고 하지만 3분기 이후 특히 4분기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채권시장도 올 하반기 경기가 침체 국면에 진입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의 국채 10년물 금리와 연방기금금리는 작년 7월 이미 역전됐다. 장·단기 금리 격차는 올 하반기 들어 더욱 커졌다. 1년을 시차로 본다면 경기 침체 국면에 진입하는 시기는 올 하반기부터다.

경제활동 재개 나선 중국의 수요가 변수

과거의 예를 봐도 금리 인상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12개월에서 18개월 걸리는 게 보통이었다. IMF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위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3.4%에서 지난 4월 2.8%로 하향한 후 추가 조정을 하지는 않았다. 하반기 경기가 어렵다고 가정한다면 주식시장도 낙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일부에서는 사상 최고치 경신을 예상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실물경기 냉각을 반영해 주가 하락을 전망하는 곳이 많다. 현재 S&P500의 배당수익률은 1.5~1.6%로 역사상 최저치 수준이다. 장기 평균 4.3%와 비교하면 그만큼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뜻이다. 따지고 보면 물가도 아직 완전히 잡힌 건 아니다. 서비스 부문 물가는 여전히 불안하고 연준이 정책목표로 관리하는 PCE 근원물가지수는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 올 4분기에는 3.7%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이것도 연준  목표치 2%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의 불안도 남아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 계획을 밝혔고, 러시아도 원유 수출량을 줄인다고 했다. 경제활동 재개에 나선 중국의 수요도 변수다. 지금 물가가 잡히고 있는 데는 중국의 경기 회복 지연도 한 이유로 보인다. 기대했던 만큼 수요가 늘어나지 않아 물가 안정에는 나쁘지 않았다. 물가상승률을 목표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데 가장 어려운 것이 마지막 단계라고 한다. 인플레이션은 당분간 더 많이 떨어지지는 않고 상당 기간 현재 수준에서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나 임금 강세가 물가상승률의 추가 하락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사실은 이번이 마지막 금리 인상이 되리라는 것도 확신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연준의 7월 이후 두 번째 금리 인상은 앞으로 9월까지의 물가지표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더구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물가상승률이 확실히 낮아지지 않으면 금리 인하는 어렵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도 정말 끝난 것은 아니다. 불안한 건 연준의 정책 결정자들도 마찬가지다. 빠른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의 불씨를 살리는 짓이 될 수도 있다. 토머스 버킨(Thomas Barkin)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말했듯이 아직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이다. 너무 일찍 물러서면, 인플레이션은 더 강하게 돌아올 수 있다. 금리를 내리려면 인플레이션이 잡혔다는 보다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연준은 아직 물가 안정 추세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2%로 떨어진다고 해서 금리를 바로 인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금리를 내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실 금리를 내리는 방안이 논의되려면 먼저 경기가 나빠져야 한다. 현재 미국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머지않아 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내년 말쯤에는 기준금리가 4%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금리 인하 시기는 기대하는 것보다 늦어질 수 있다. 너무 이른 기대는 자칫 과도한 실망으로 이어진다. 지난 50여 년간 긴축 종료 후 연준의 통화정책이 인하로 전환되기까지는 평균 6개월이 필요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가 기대보다 늦어진다면 달러의 낙폭도 제한될 수 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2020년 12월의 저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도 있기는 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韓, 물가 잡기 위한 금리 인상 압박은 줄어

미국은 그렇다 치고 우리는 어떻게 될까. 한국은행은 7월13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3.5%로 동결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1.75%포인트의 한미 금리 역전 상황이 두 달 이상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올리면 금리 차는 2%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진다. 사상 최대의 금리 역전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최종 금리 수준을 3.75%로 유지하고 있다. 한 번 정도 금리를 더 인상할 수 있는 여유는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연준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한국은행이 따라서 금리를 높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2.7%까지 낮아졌다. 마음을 놓을 정도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높여야 한다는 압박감은 많이 줄었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반영된 새마을금고 사태나 예상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등도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주저하게 만든다. 2000조원 가까운 가계부채와 그와 거의 맞먹는 기업부채도 있다. 다행히 금리 격차에도 우리 금융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예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꿔 금리를 내리기도 어렵다. 미국 연준의 금리정책이 지금까지의 흐름을 유지한다면 우리도 현 금리 수준을 당분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일 듯하다. 물론 이것도 지금처럼 외환시장에서 급격한 달러 유출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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