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 일깨운 《존중받지 못하는 아이들》

지난 2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건수는 2016년 1만8700여 건에서 2019년 3만45여 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닌데, 해결은커녕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는 아동학대 관련 사건은 끊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아동 인권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한 편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 세이브더칠드런 등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해온 이들이 모여 《존중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엮어냈다. 이 책은 가정과 학교에서, 아동 간 관계에서, 아동과 관련된 중대한 결정에서 인권 침해를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을 제시하고, 우리가 그들을 사회 구성원으로서, 가족의 어엿한 일원으로서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인권 보고서다.
존중받지 못하는 아이들│박명금·손민원·김보희·김보선·김현정 지음│서사원 펴냄│280쪽│1만8500원
존중받지 못하는 아이들│박명금·손민원·김보희·김보선·김현정 지음│서사원 펴냄│280쪽│1만8500원

아동의 삶의 질, OECD 35개국 중 31위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31조는 아동의 여가와 놀이에 대한 권리를 보장한다. 또한 협약의 제5조에서는 아동이 협약에 명시된 권리를 행사할 때 아동의 능력과 발달에 맞는 방식으로 적절히 지도하고 이끌어주는 부모 또는 법적으로 아동을 책임지는 이들의 권리와 의무를 밝히고 있다. 부모의 욕구보다 중요한 것이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사회가 경쟁적이고 불공정하다면 그 판에 아동을 밀어넣을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 힘 있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 ‘2021 한국 아동의 삶의 질 국제 심포지엄’에서는 나라별 아동의 삶의 질 순위를 발표했는데, 우리나라는 OECD 35개국 중 31위였다. 그렇게 바닥을 기는 아동 인권의 최전선에서 수많은 부모와 아이를 만난 저자들은 ‘아동 인권’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의 핸드폰을 허락 없이 검사하는 것, 부모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이의 허락 없이 사진을 올리는 것, 아이가 잘되길 바란다는 핑계로 공부나 부모의 종교를 강요하는 것 등 일상 곳곳에서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구체적인 사례로 들려준다. “돌아보면 우리 또한 어리다고 권리를 침해당했던 경험이 있다. 무조건 부모와 선생의 말에 복종해야 했고, 그들에게 ‘사랑의 매’라는 이름의 체벌을 당했으며, 매일 일기를 검열당했다. 그렇다면 요즘은 어떨까. 과거에 비해 자녀의 수도 줄어서 부모는 아이에게 많은 사랑을 쏟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사랑’과 ‘보호’라는 명목하에 지나치게 통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자들은 이 또한 당연하게 누려야 할 아이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양육 상황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아동 인권의 관점으로 재해석해 아동과 양육자를 돕기 위해 쓰였다. 인권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들이 강의에서 만난 수많은 부모에게 자주 받은 질문들을 구체적인 상황으로 제시한 후, 그 상황을 인권의 관점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가상의 인물, 가공된 사연이지만 부모라면 누구나 겪어보았을 사연이기에 그동안 아이를 어떤 시선으로 대했는지 곱씹어볼 수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