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들어갈 가능성 0%…과학자 말 들어야”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은 지난 7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방한 때 입국 반대 시위가 벌어진 데 대해 ‘선진대국인 한국의 위상을 크게 추락시킨 일’이라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 현안 대토론회-세계질서 대전환기, 국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국제기구 수장이 방한했는데 공항에서 입국을 저지해서 곤란을 겪었다든지, IAEA가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고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둥 참으로 무책임하고 위험한 이야기”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그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UN 산하의 아주 중요한 기구”라며 “UN 사무총장을 배출한 한국에서 그런 일이 있던 것도 참 부끄럽게 생각한다. 국격을 해치는 일이고, 이런 데 대해 의원님들께서 시민사회를 지도·계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봉변을 당한 다음 날 아침에 제게 전화를 해서 제가 위로를 해줬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너무 화끈하게 환영해줘서 곤경에 처했던 점이 곤란했던 것 같다’고 하니 ‘그건 큰 문제가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국민에게 열심히 정확한 사실을 설명해주기 위해 왔다’는 식으로 답변했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를 UN으로 가지고 가자는 의견들도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전연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UN 총회는 다수결로 정하게 돼 있는데, 과학 문제를 다수결로 정할 일은 아니다. 과학자들이 이거다, 그러면 과학자들 말을 들어야 한다. 정치가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 퍼센트”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그는 한국의 외교 방향에 대해 “미·중간의 대립이 우리가 어느 한편을 선택해야 한다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한국과 미국은 동맹관계이고 안보만이 아니라 경제협력, 기술협력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해 나가는 것도 매우 바람직하며 한·미·일 3국의 협력관계 구축도 중요하다. 외교적 노력에 대해서 일부에서는 국익을 저버린 가치편향외교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한국의 가치를 기반으로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은 우리 외교의 흔들리지 않은 방향타”라고 밝혔다.
다만 “가치를 내세운다고 해서 중국을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은 우리와 오랫동안 전통과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지리적으로 아주 가까운 이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