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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목표물 동시다발로 공격하는 ‘강철비’
위력 크고 불발탄 비율 높아 민간인 피해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모습 ⓒ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모습 ⓒ 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지원한다. 집속탄은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는 살상무기여서 미국의 이번 결정을 놓고 국제사회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 국방부는 7일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포함해 고속기동로켓시스템(HIMARS) 탄약 등 모두 8억 달러(약 1조412억원) 규모의 신규 군사 지원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지원 결정에 대해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동맹을 비롯해 의회와 상의해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탄약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집속탄 지원은 미국이 155mm 곡사포용 포탄을 충분히 생산할 때까지 과도기에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의 폭탄 속에 여러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있는 집속탄은 모폭탄이 상공에서 터진 뒤 그 속에 들어있던 자폭탄이 쏟아져 나와 여러 개의 목표물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해 ‘강철비’라고도 불린다. 무차별 살상 무기로 위력이 엄청나고 일부 폭탄의 경우 불발탄 비율이 40%에 달해 민간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국제적으로 상당수 국가가 사용을 중단한 무기다. 2010년에는 120개국이 집속탄 사용 및 제조, 보유, 이전을 금지하는 유엔 ‘집속탄에 관한 협약(CCM)’에 서명하기도 했다. 미국은 해당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지만, 국내법을 통해 불발탄 비율이 1%를 넘는 집속탄의 생산 및 이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지원 결정은 국가 이익에 부합되는 경우 대통령이 무기 수출 제한에 관계없이 원조를 결정할 수 있다는 대외원조법 조항을 근거로 이뤄졌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집속탄을 마지막으로 사용했다.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 상황이 장기화한 이후 집속탄 사용을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 집속탄을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 러시아의 집속탄 사용을 강력하게 규탄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에 보낼 무기는 1987년 처음 생산된 M864포탄으로, 이미 제공한 155mm 곡사포에서 발사할 수 있다. 미 국방부는 20여 년 전 해당 포탄의 불발률을 6%로 평가한 바 있으나 2020년의 평가에서는 불발률이 2.35%를 넘지 않는 것으로 예측됐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크라이나가 충분한 무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어갈 경우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상황”이라며 이번 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콜린 칼 국방부 차관은 “러시아는 전쟁 시작부터 우크라이나 공격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집속탄을 사용해 왔으나 우크라이나는 주권 보호를 위해서만 이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집속탄의 불발률이 러시아와 비교해 극도로 낮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국방부 보고서 등을 토대로 한 추산에 따르면 현재 5억 개 이상 집속탄이 재고로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을 놓고는 벌써 국제사회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집속탄 사용에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유엔 대변인이 확인했고,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도 집속탄 지원 반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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