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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마이크론 판매 중지 결정에 美 “매우 심각히 우려”
중국 내 반도체 공급 자제 美 요청시 고심에 빠질 듯
정부 “우리 기업, 일차적 피해 없다”지만 리스크 봉착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버지니아주 머내서스 공장 입구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버지니아주 머내서스 공장 입구 모습 ⓒAP=연합뉴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반격에 나섰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을 상대로 중국 내 판매를 제한하며 보복 제재에 돌입한 것이다. 마이크론의 물량을 한국 반도체 기업이 흡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미국의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여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고립 작전에 중국이 발톱을 드러냈다. 지난 21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마이크론 제품에서 비교적 심각한 보안 문제가 있다”며 “중요한 정보 시설 운영자는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미 국무부는 “중국이 특정 산업에 마이크론 반도체 판매를 제한했다는 보도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즉각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 조처는 사업에 개방적이고 투명한 규제 프레임워크로 응한다는 중국의 주장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마이크론 매출의 중국 비중(홍콩 포함)은 16% 수준이다. 앞서 CAC는 지난 3월 말부터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 제품에 대한 사이버 안보 심사를 실시했다. 당시 CAC는 안보 심사 이유에 대해 “핵심적인 정보 인프라의 공급망 안전을 보장하고, 잠재된 제품의 문제가 인터넷 안보 위험을 일으키는 것을 예방해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아울러 중국이 외국 반도체 회사에 대해 사이버 안보 심사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는 사실상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에 대한 맞대응 조치로 평가된다. 앞서 지난해 10월 미국은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등의 수출통제 조치를 내렸다. 같은 해 12월 중국의 최대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36개 중국 기업을 수출통제 명단에 올렸다. 최근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중국을 향한 안보·경제 압박 성명이 잇따라 쏟아졌다. 중국에 대한 견제가 조직화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중국이 G7 폐막일에 맞춰 마이크론 제재를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가 현실화되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이크론의 공급량 부족분을 대체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우려되는 대목이 더 크다는 점이 우리 기업이 처한 현실이다. 앞서 지난 4월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미국 반도체 마이크론의 판매를 금지해 공급 부족이 발생해도 한국 반도체가 그 공백을 메우지 말라고 백악관이 한국 측에 요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터져 나온 악재였다. 이에 더해 마이크론 구매 금지가 발표되자 미 상무부는 “미국은 반도체 산업의 혼란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동맹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국 기업의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지는 모양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 ⓒAP=연합뉴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 ⓒAP=연합뉴스

미국도 중국도 포기하기 힘든 업계…선택의 시간 다가오나

중국도 가만있지 않았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다른 나라를 협박해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과 국제경제 무역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미·중 반도체 싸움에 샌드위치 신세가 된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을 계속 공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1년 유예 조치가 오는 10월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와 협의를 통해 중국에서 생산 활동을 하는 한국기업에 대해선 별도의 장비반입기준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중국의 제재로 별도 기준 마련이 불투명해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전체 낸드플래시 물량의 40%를 생산한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서 D램의 40%, 다롄에서 낸드플래시의 20%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를 중국으로 반입해 중국 내 생산 설비를 업그레이드하지 못할 경우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현 상황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이 불편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며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노출도가 크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오는 모든 압박이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아직 특이동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지난 22일 “우리 기업에 일차적으로 피해가 없다”고 밝혔다. 또 “중국이 마이크론 제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이지 우리 기업에 조치한 게 아니다”는 발언도 더했다. 하지만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가 상황에 개입해달라는 요청을 받더라도 모든 결정은 개별 기업에게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기업이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에 대해 지시를 내리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의 고심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마이크론 제재가 끝이 아닌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며 “다운사이클을 지나고 있는 업계에는 상당히 큰 리스크가 얹힌 셈”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중 갈등의 불똥이 어떤 식으로 얼마나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중장기적으로 큰 악재가 닥친 것은 명백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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