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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소재와 수위가 가져온 기회와 논란…“목적성 자체가 선정성과 자극 돼서는 곤란” 지적
소재와 수위의 한계 벗어나니 드러난 새 영역
《피지컬: 100》과 《나는 신이다》에 이어 넷플릭스가 내놓은 《더 글로리》 파트2 역시 기대만큼의 글로벌 성과를 내놨다. 공개 일주일 만에 전 세계 넷플릭스 TV부문 1위를 기록했다. 파트1이 공개된 이후 파트2를 오래 기다릴 수 없다는 반응들이 나오기도 했고, 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실제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환기가 생겨나며 이 드라마가 언급되기도 했다. 그러니 파트2의 성공은 어느 정도 예고된 일이었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면서 이 작품은 글로벌 성과를 거둔 또 하나의 K드라마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제 3월이지만 넷플릭스가 K콘텐츠로 거둔 성과는 놀랍다. 한때 드라마나 영화에 집중됐던 성과들이 올해는 예능과 다큐멘터리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와 가치는 더 크게 다가온다. 그런데 넷플릭스의 이러한 승승장구는 어떻게 가능해진 것일까. 이런 성과는 그냥 생겨난 게 아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K콘텐츠가 가진 경쟁력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지만,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열어젖힌 소재와 수위가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본격 진출하면서 취한 전략은 한국 콘텐츠들이 그간 플랫폼의 한계에 갇혀 하지 못했던 영역들을 시도하게 함으로써 그것들과 분명한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 대표적인 첫 번째 성공 사례가 《인간수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청소년들이란 입시 스트레스와 청춘멜로 정도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 드라마는 실제 청소년들이 마주하는 성매매 같은 어두운 지대를 소재로 끌어들였다. 이른바 지상파 체제가 오래도록 유지되면서 콘텐츠 제작에 암묵적으로 적용되던 소재와 수위 제한, 그로 인한 자기검열이 K콘텐츠에는 존재해 왔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OTT라는 플랫폼의 자유도를 전면에 내세워 이 한계를 열어젖혔다. 소재도 과감해졌고 선정성 수위도 높아졌다. 그 부분에서 자극적이지만 특유의 완성도도 높고 메시지도 강한 K콘텐츠의 특징들이 새롭게 글로벌 시장에 어필하게 됐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성공은 이런 기반 위에서 탄생했다. 그래서 올해 넷플릭스가 가져온 K콘텐츠들을 보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만큼 높아진 수위와 더불어 그만한 완성도와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걸 새삼 확인할 수 있다. 《피지컬: 100》은 피지컬 대결을 서바이벌 방식으로 가져옴으로써 자극적일 수 있었지만, 특유의 스포츠맨십을 드러낸 면면들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열광시켰다. 물론 최종 결승 대결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이 또한 그 과정을 기자들에게 직접 공개함으로써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나는 신이다》는 사이비 교주 정명석의 성폭력이 담긴 음성 파일과 신도들이 나체로 교주를 부르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김으로써 선정성 논란을 일으켰지만, 이 또한 조성현 PD가 직접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모자이크 처리를 했을 때 그게 가짜 혹은 조작이라고 저들이 신도들을 세뇌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를 설득시킴으로써 논란보다 이 사안의 심각성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양날의 검’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더 글로리》 역시 방영 이후 특정 노출 장면을 두고 선정성 논란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학교폭력이라는 심각한 사회적 사안에 대한 경각심을 끌어낸 드라마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즉 이들 K콘텐츠는 모두 소재나 표현 수위에서 기성 방송사에서는 담을 수 없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래서 선정성 논란 같은 것들이 일어났지만 대부분은 그 작품의 진정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렇게 된 건 넷플릭스가 선택적으로 시청하는 OTT인 데다, 그것도 국내가 아닌 해외 플랫폼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까닭도 있었다. 예를 들어 《나는 신이다》 같은 다큐멘터리는 아마도 지상파는 물론이고 토종 OTT에서도 방영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을 작품이다. 실제로 이 작품은 MBC에서 교양PD들에 의해 기획됐지만 MBC에서는 방영될 수 없었다. 또 토종 OTT들도 어려워하는 순간에 넷플릭스가 손을 내밀어 제작이 가능했던 다큐멘터리다. 물론 이건 넷플릭스가 K콘텐츠를 중요한 협업 대상으로 보면서 이뤄진 성과다. 하지만 그건 또한 넷플릭스로서는 자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제작 능력이 뛰어나지만 그간 기성 플랫폼에 갇혀 시도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것들을 열어줌으로써 그 열매를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업계에서는 이제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콘텐츠는 넷플릭스와 하는 편이 낫다는 얘기들이 나오게 됐다. 늘 새로움을 시도하는 걸 경쟁력으로 삼는 넷플릭스로서는 이만큼 좋은 포지셔닝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건 K콘텐츠로서도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 기회이기도 하다. 실제로 드라마 영역에서 《킹덤》이나 《지금 우리 학교는》 같은 K좀비 드라마가 시도돼 글로벌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건, 그간 지상파에서는 할 수 없었던 소재와 표현 수위가 가능한 데다, 이를 구현해낼 제작비 역시 넷플릭스가 감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그 영역은 예능과 다큐멘터리로까지 넓혀졌다. 《피지컬: 100》과 《나는 신이다》를 모두 MBC PD들이 제작했다는 점은 이 성과를 예사롭게 보지 못하게 한다. 마치 지상파나 케이블 같은 기성 플랫폼의 연출자들이 넷플릭스 같은 새로운 OTT를 통해 그간 못했던 영역들을 앞으로 열어갈 것임을 알리는 출사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도 계속 불거져 나온 소재와 수위에 대한 논란들은 이렇게 새 영역으로 나온 K콘텐츠들에 남겨진 숙제가 됐다. 표현의 자유는 응당 제한되지 않아야 마땅하지만, 그 목적성 자체가 선정성과 자극이 돼서는 곤란하다. 분명한 의도가 공감되지 않는 선정성은 한껏 높아진 우리네 대중들은 물론이고 글로벌 K콘텐츠 팬들을 설득시키지 못할 것이다. 어쨌든 닫혀 있던 영역은 이미 열렸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가진 양날의 검을 어떻게 휘둘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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