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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지은 사람들이 박해자로 찬미받고 영웅이 되는 사회는 ‘비정상적’
노웅래 체포동의안 부결에 “부적절” 58.4%
실제로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로 지난해 12월30~3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헌법상 불체포특권을 남용한 부적절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58.4%였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결정”이라는 응답은 24.2%였으니, 부적절했다는 응답이 적절했다는 응답에 비해 34.2%포인트나 높았다(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민주당 의원들이 여론의 역풍을 감수하면서까지 체포동의안 부결이라는 강수를 던진 것은 앞으로 있게 될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소환 통보를 했지만, 이 대표는 한 차례 불응한 바 있다. 아무리 야당 대표라 해도 ‘야당 탄압’을 주장하며 법 절차에 불응하는 것은 낡은 방식이다. 검찰의 수사가 설혹 부당하다 해도 법 절차에 따라 검찰에 출석해 자신을 방어하는 것이 국회의원 신분에 맞는 행동일 것이다. 더구나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비리 수사로 구속된 마당에 이 대표의 책임 여부도 명확히 가려져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무턱대고 ‘정치보복’이라고 덮으려는 모습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민주당은 1월 임시국회 소집을 추진함으로써 ‘이재명 방탄’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상태다. 과거 이 대표의 행위와 관련된 문제들은 민주당이 정확히 알 수도 판단할 수도 없는 영역의 것들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 개인의 문제를 당 차원에서 ‘묻지마 방탄’으로 끌고 가는 모습은 국회 다수당의 책임에 부합하지 않는다. 연말 특사로 출소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언행도 생뚱맞다. “이번 사면은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은 셈”이라고 했던 김 전 지사는 자신이 저질렀던 죄에 대한 반성의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나라와 정치에 대한 거창한 얘기들만 쏟아냈다. “국민 통합은 이런 일방통행, 우격다짐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이 훨씬 더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고, 봉하마을에 가서는 지지자들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국민 통합을 위한 개혁을 하더라도 사상누각처럼 반복해서 무너지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라며 현 정부를 겨냥한 듯한 발언들을 이어갔다.‘윤 검사’가 수사하고 ‘윤 대통령’이 풀어줘
이미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김 전 지사가 새로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런데 그 모든 말 이전에 먼저 해야 할 얘기가 있는 것 아닐까. 김 전 지사는 무슨 양심수라도 되어 감옥에 간 것이 아니라, 드루킹 일당의 ‘인터넷 댓글 여론 조작의 공범’이라는 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했던 것이다. 선거에서의 여론 조작 행위가 민주주의의 기본을 망가뜨리는 행위임을 생각한다면, 한마디 반성도 없는 그의 귀환은 우리를 씁쓸하게 만든다. 김 전 지사가 그렇게도 강조하는 국민 통합을 위해서도 여론 조작 행위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런데 어디 민주당 쪽뿐이겠나. 죄에 대한 벌의 의미를 희석시키는 데는 윤석열 정부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연말에 단행된 정치인들에 대한 특별 사면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고위 공직자와 여권 인사가 대거 포함됐다. 특별사면 대상 51명 중 여권 출신이 무려 41명을 차지했다. 이번 특사가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대상자 가운데 36명이 ‘윤석열 검사’가 수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풀어준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면권자인 윤 대통령은 2017년 초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는 서울중앙지검장 신분으로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했던 당사자다. 그런데 이제 국민에게 단 한마디 설명도 없이 자신의 수사 결과를 뒤집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제는 보수층 지지를 결집해야 할 보수정부의 대통령이 되었기에 행한 결정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반성조차 없었던 인물들을 하루아침에 모두 풀어주는 광경은 윤석열 정부가 그렇게도 강조하던 법치의 구호를 무색하게 만든다. 이번 특사로 14년여의 잔여 형기와 약 82억원의 벌금 납부를 면제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반성의 말을 한 적이 없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 나오는 라스콜니코프는 전당포 여주인과 그의 딸을 이유 없이 살해하고서도 뉘우치지 않는다. 자신을 나폴레옹과 같은 비범한 능력의 소유자로 생각했던 그는 자신에게는 모든 것, 심지어 살인조차도 허용된다고 믿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무엇이든 허용된다고 믿었던 라스콜니코프의 오만은 감옥을 찾아온 여인 소냐의 사랑 앞에서 비로소 무너졌고 자신에게 내려진 벌을 받아들인다. 라스콜니코프는 소냐의 사랑으로 죄를 뉘우치게 되었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우리 정치인들은 대체 무슨 수로 자신에게 주어진 벌을 인정하게 만들 수 있을까. 여전히 자신이 옳다고 강변하며 반성도 참회도 없는 정치인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부추기는 우리 정치는 대체 무엇으로 달라질 수 있을까. 죄를 지은 사람들이 박해자로 찬미받고 영웅이 되는 사회는 정상적이지 않다. 새해에는 우리 정치권의 무너진 윤리부터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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