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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평균보다 싸면서 거래량 적은 아파트 가격 올라
세종-인천-경기-충북-제주 順

아파트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7월22일 한국부동산원 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의 경우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이 0.36%를 기록해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은 7월 기준 5억76만원으로 1년 만에 1억2794만원 올랐다. 1년 만에 오른 집값은 도시근로자 처분가능소득 417만원(2021년 1분기 기준)을 감안하면 한 푼도 쓰지 않고 30개월 이상 저축해야 모을 수 있는 돈이다. 집값이 지치지 않고 계속 오르는 비밀은 무엇일까. 가장 많이 거론되는 상승 이유는 공급 부족이다.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집값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주택 공급이 부족했던 건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갑자기 공급이 부족해지지도 않았다. 최고로 오른 집값에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다. 상승 이유를 찾기 위해 먼저 어떤 집값이 오르고 있는지 상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지역별로 구분하면 2021년 상반기 기준 아파트 실거래가 상승률이 높은 곳은 세종(21%), 인천(17.8%), 경기(14.5%), 충북(12%) 그리고 제주(11.3%) 순이었다. 상승률이 높은 지역은 거래량이 감소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종의 경우 2021년 상반기 아파트 실거래량은 139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했다. 가격이 상승하면서 거래량이 감소했다는 의미는 정상적인 시장임을 전제로 했을 때 공급 감소가 가격 상승의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갑자기 공급이 감소한 이유는 매도 물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충북과 같이 가격이 상승하면서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는 지역은 수요 증가가 집값 상승의 이유다.
7월28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일대 아파트 단지ⓒ시사저널 박정훈

상반기 서울 아파트값 ‘노·도·중’이 주도

이번에는 서울을 살펴보자. 2021년 상반기 아파트 실거래가격 상승률을 구별로 살펴보면 가장 많이 상승한 지역은 도봉구(13%), 노원구(12.4%), 중랑구(9.7%)였다. 도봉구와 노원구 그리고 중랑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구별로 아파트 실거래 단위당 가격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2021년 상반기에 거래된 서울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가격은 11억8000만원이었다. 지역별로 구분하면 도봉구 6억5000만원, 중랑구 6억8000만원, 노원구 7억2000만원으로 서울 평균 거래가격보다 낮았다. 즉, 가격 상승이 높았던 지역의 공통점은 상대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낮은 것으로 조사된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이 높은 현상은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인천의 경우에도 평균 거래가격보다 낮은 계양구, 부평구 등의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경기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올 상반기 경기 지역에서 아파트 실거래가격 상승률이 가장 컷던 곳은 동두천시다. 상승률이 무려 43%에 이른다. 아파트 가구당 평균 거래금액을 보면 동두천은 2억1000만원으로 경기 평균 5억7000만원에 비해 크게 낮다. 반면, 가구당 가격이 비싼 성남시(11억7000만원), 과천시(15억8000만원)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평균에 비해 낮았다. 경기 지역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을 GTX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 성남과 과천도 중요한 GTX 노선 중 하나임을 감안할 때 GTX가 집값 상승 이유일 수 있으나 지역별 차이를 일으킨 근본 원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 든다. 상승 이유를 찾기 위해 먼 길을 돌아왔다. 시장 상황을 요약하자면 최근 집값 상승의 원인은 집을 파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저가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왜 집을 팔지 않고 있을까. 힌트를 찾기 위해 다시 시장으로 가보자.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자료를 보면 일반 아파트 상승률이 재건축 대상 아파트 상승률보다 낮게 조사된다. 2021년 상반기 서울 아파트의 거래가격 상승률은 재건축단지는 8%, 일반 아파트는 6.9%를 기록했다.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이유를 하나 찾았다.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굳이 집을 팔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국도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재건축 아파트 실거주 비율은 30% 미만이다. 소유자가 직접 거주하지 않는 집은 시장의 가장 중요한 공급원(매도 물량)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기다리는 많은 소유자가 개발 호재 기대감으로 매물을 줄이고 있고 그에 따른 공급 감소가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경기 지역의 아파트 매입자 연령별 통계자료를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2021년 1월부터 5월까지 30대 이하가 전체 주택매입에서 차지는 비중은 36%로 2019년 29%, 2020년 30%보다 크게 상승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구매여력이 낮은 30대 수요자가 주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중저가 아파트의 수요가 확대되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무주택자에 대한 LTV(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가 기존 50%에서 60%로 완화되면서 30대 이하 무주택자들의 아파트 수요 증가가 빨라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30평대 아파트들은 모두 10억원 넘게 거래되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

2021년 상반기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규제 완화 기대감과 대출 규제 완화로 요약할 수 있다. 규제 일변도 정책에도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자 규제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으로 방향이 선회하고 있다. 그러자 규제 완화 정책이 주택가격 상승세를 더욱 빠르게 하고 있다. 시장 호황기에 규제 정책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절대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는 바로 시장에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에서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특히,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정책 영향이 더욱 커진다. 정책의 시간차를 알아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고 정책을 통한 시장 안정도 가능하다. 반면, 불확실한 상황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점이 있다. 정책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과 시간이 문제일 뿐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거래가격이 상승하자 재건축 활성화 방안은 시장 불안을 이유로 구체적으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 노후 아파트들의 재건축 불가 판정 또한 이어지고 있다.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수 있고, 실망은 기대로 바뀔 수 있다. 최근 시장 흐름을 보면서 우리의 마음을 다시 보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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