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장관과 뇌가 미주신경으로 연결돼 있어…대장 염증 물질이 우울증·치매 유발할 수도

53세 여성이 자신이 운영하던 가게의 장사가 잘 안돼 폐점한 이후 속쓰림이 반복되고 식사 후 더부룩하고 답답하며 소화가 안 되는 듯한 증상을 지속적으로 겪었다. 병원을 방문해 위내시경검사를 받았으나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렇듯 검사에서 소화성 궤양이나 암 등의 병변 없이 3개월 이상 위장관 증상이 만성 혹은 재발성으로 나타나는 것을 ‘기능성 위장 장애’라고 한다. 지난해 33개국이 참여한 ‘기능성 위장관 질환 유병률에 따른 의료기관 이용 현황 연구’에서 우리나라 기능성 위장관 질환 유병률이 무려 39%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식후 포만감과 조기 만복감, 상복부 통증과 속쓰림 등 위장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의 약 25%는 기질적 원인이 있으며, 75%의 환자는 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기질적 원인으로는 식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담도계 질환, 약제로 인한 위염, 위장관계 암 등이 있다. 기능성 위장관 질환 환자 대다수는 음식과 관련된 증상을 나타낸다. 음식의 구성 성분이 위장관 내에서 항원으로 작용해 면역을 활성화해 질병이 진행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는 달리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뇌의 시상하부를 통해 위장관 기능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장관과 뇌는 어떻게 연결돼 있는 것일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가 안 되고 속이 안 좋은 경우가 흔한데, 그 이유는 위장관과 뇌가 미주신경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의 균총에서 생산된 신경전달물질이 뇌로 전달돼 행복감을 느끼게 하거나 불안감을 줄여줄 수도 있다. 그리고 위장관과 대장 균총은 면역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대장에서 체내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이 분비돼 혈중으로 들어가게 되면, 뇌에 영향을 미쳐 우울증·치매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freepik

명상이나 운동 등으로 스트레스 피해야

식후 포만감과 조기 만복감, 상복부 통증과 속쓰림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위장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약물 복용력이 없으면서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 등 위장관 검사, 간기능 검사를 비롯한 생화학 검사, 그리고 복부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기질적인 이상이 없는 경우 기능성 위장관 질환의 진단을 내리게 된다. 기능성 위장관 질환의 치료에는 생활습관 개선과 유발 요인 제거가 가장 중요하다. 불규칙한 식사와 아침 결식이 위장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규칙적인 식사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권고된다.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이나 평소 소화가 잘 안되거나 속쓰림을 유발하는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식사는 천천히 꼭꼭 씹어 먹도록 하고, 밥을 국물에 말아 먹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커피·녹차 등 카페인 함유 음료를 피하고, 음주와 흡연 역시 자제하는 것이 좋다. 평소 위장 증상을 유발하는 약물이나 소염진통제 복용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기능성 위장관 질환을 치료할 때는 위장과 뇌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극심한 스트레스나 과로가 위장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스트레스를 피하고 잘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식호흡·명상·이완요법 등을 하거나,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위장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고 지속될 경우 병원에서 약물 처방을 받으면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