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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교육 기회’ 강조한 기부자 뜻으로 세워진 ‘제천여성도서관’
인권위 “기부자 의견은 참고 수준에 그치는 것이 타당…공적 시설 운영 목적이 우선해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1월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1월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공시설인 여성 전용 도서관에서 남성의 이용을 제한하는 건 차별이라는 판단을 재차 내놨다. 시정 권고를 받은 제천여성도서관(여성도서관) 측은 이달부터 남성에게도 도서 대출을 허용했다. 5일 인권위에 따르면, 제천시는 지난해 말 “여성도서관 시설 이용에서 남성 이용자가 배제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라”는 인권위의 권고를 재차 받았다. 앞선 2011년 한 20대 남성은 “공공도서관이 여성 전용으로 운영되는 것은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낸 바 있다. 인권위는 2012년 진정인의 진정을 받아들여 해당 도서관을 남성도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여성도서관 측은 1층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북카페로 꾸미는 등 일부 시설을 개선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해당 도서관이 권고 내용을 온전히 수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최근 유사한 진정이 제기되자 제천시는 “여성도서관 운영은 기증자 의사를 따르는 것으로 남녀차별 문제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된 제천여성도서관은 고(故) 김학임 할머니가 ‘여성으로 살면서 느낀 교육 기회 차별을 해소해 달라’며 삯바느질로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해 지난 1994년 4월21일 설립됐다. 당시 김 할머니는 11억원 상당의 부지를 기부했고 시는 8억원의 예산을 도서관 설립에 투입했다. 또한 제천시는 여성도서관 인근에 누구나 이용 가능한 시립도서관이 있어 성차별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인권위의 판단은 달랐다. ‘공공시설인 여성도서관이 합리적 이유 없이 남성의 이용을 배제해선 안 된다’며 8년 전과 같은 판단을 내놓은 것이다. 인권위는 “지자체가 기증자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더라도 참고하는 수준에 그치는 게 타당하다”며 “기증자 의견을 공적 시설의 운영 목적에 반해 우선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성도서관을 여성전용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증자의 의사와 별개로 여성 우대 정책으로서 타당한 이유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인권위는 제천시가 여성도서관 인근에 있다고 밝힌 시립도서관에 대해서도 “여성도서관은 시 중심가에 있어 버스 노선이 86개 있지만, 시립도서관은 38개만 있으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성의 차이가 상당하다”고 언급했다. 결국 여성도서관 측은 인권위의 두번째 권고를 일부 수용하고 지난 1일부터 남성에게도 도서 대출 및 반납 서비스를 허용했다고 인권위 측에 회신했다. 인권위가 ‘남성 차별’을 지적한 사례는 또 있다. 인권위는 경기 안산의 선부동 행복주택 입주자 청년 몫 지원자격을 여성으로 한정한 것은 성차별이라는 진정을 검토하고 “적극적 우대 조치로서 차별의 예외 사유로 볼만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아 합리적 이유없는 성별에 따른 차별행위”라고 밝혔다. 이에 안산도시공사 측은 추후 입주자 모집시 성별 구분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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