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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입에서 나오는 거물급 인사…박영수, 포르쉐 빌려 타기도
경찰, 김씨에게 선물 받은 정관계 인사 27명 명단 확보
김씨는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올해 3월 구속됐다. 김씨는 자신이 1000억원 상당의 유산을 상속받고 경북 포항에 어선 수십대와 풀빌라, 고가의 외제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재력가 행세를 했다. 이후 ‘선동 오징어’(선상에서 급랭시킨 오징어) 사업을 벌인다며,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투자 명목으로 피해자들에게 116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전해진다. 대담한 사기 행각을 벌인 김씨에게는 보통의 사기꾼과 다른 점이 있었다. 평소 재력과 함께 정관계 인맥을 과시했다는 점이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그 실체는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김씨는 경찰 수사과정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돌연 포기하고 자신이 정·관계에 로비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김씨에게 선물 배달 지시를 받은 직원에게 각계 인사 27명의 명단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이 명단에는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의 박영수 특별검사가 포함돼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박 특검은 김씨에게 여러 차례 선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박 특검은 지난 7월5일 입장문을 통해 “명절에 3~4차례 대게, 과메기를 선물 받았으나 고가이거나 문제될 정도의 선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신중하지 못한 처신으로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고급 스포츠카 포르쉐 렌터카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렌트를 했고, 렌트비 250만원은 김씨게에 전달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로비리스트에 등장했다. 김씨는 박 원장과도 인연이 있으며, 자신의 수행비서를 통해 박 원장 자택에 수산물 선물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박 원장도 김씨와의 만남을 인정했다. 박 원장은 “국정원장 취임 전 전직 국회의원 김아무개의 소개로 만났다”며 “당시 김씨가 인터넷 언론과 스포츠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것과 관련해 덕담한 정도”라고 해명했다. 김씨의 선물 명단에는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김무성 전 의원, 사립대 전 이사장, 특검에 근무 중인 전직 검찰 수사관 등이 포함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외 현재 경찰 수사망에 오른 A검사, B총경, 이 전 논설위원, 엄 앵커 등도 있었다. 김씨가 여·야를 막론하고 다수의 유력인사들을 만난 것이 확인돼 추가로 그와 접촉한 인물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2년 전 김씨를 이 전 논설위원 소개로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처음 만나 자기가 포르쉐, 벤틀리 등 차가 5대나 있다고 스마트폰 사진을 보여 줄 때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봤다”며 더 이상 만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포항 출신인 김씨는 TK 지역 정치인들과 폭넓게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대통령과 친분 과시에 청와대까지 발칵 뒤집어져
김씨의 ‘문어발 인맥’의 원천은 한 언론사 기자 출신인 송아무개씨인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2017년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함께 했다. 김씨는 로펌 사무장을 사칭해 사기 혐의로 수감했으며, 송씨는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하던 중 상대 후보를 비방한 혐의로 고발돼 징역형을 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수감 기간 동안 호형호제처럼 지낸 것으로 전해진다. 석방된 두 사람은 꾸준히 연락을 주고 받았으며, 김씨는 정계에 발이 넓은 송씨를 통해 정치인들을 소개받기 시작했다. 김씨는 자신을 포항의 재벌이라고 밝히며, 정·관계 인맥을 넓혀나갔다. 이번 사건으로 구설에 오른 김무성 전 의원과 정치인들 역시 송씨를 통해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김씨에게 이 전 논설위원 등을 소개해 준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도 발칵 뒤집어졌다. 김씨가 문재인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김씨는 청와대 문양이 새겨진 기념품을 전시해 놓고 지인들에게 문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편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5일 채널A 《뉴스A》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보내는 편지가 이렇게 허술할 리가 없다”며 “한마디로 좀 어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는 김씨가 2017년 말 문재인 정부의 첫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을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김씨는 2008~2009년 사무장을 사칭해 1억6000만원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2017년 5월 징역2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당시 김씨는 처벌을 피하고자 약 7년간 도피생활을 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할 때 사기꾼을 특별사면 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라며 “피해 회복도 되지 않은 김씨가 어떻게 특별사면 됐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김씨의 로비 의혹이 뇌물 수사로 확대될 경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김씨에게 금품을 받은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오른 A검사의 혐의는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하지만 금품 전달과 수수 사이에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의 단서가 포착될 경우 결국 뇌물 사건 수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청탁금지법 위반과 달리 뇌물죄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다. 게다가 경찰과 검찰은 현직 검사가 피의자인 사건에서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할 경우 공수처에 의무적으로 이첩해야 한다. A검사 혹은 또 다른 검사의 뇌물 혐의가 확인될 경우 공수처 수사가 불가피한 셈이다. 아울러 정식 입건된 이들 외에 김씨한테서 금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이들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어 사건이 확대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수산업자 게이트’의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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