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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독립' 역행 지적 제기...'추미애 논란' 속 검찰 내전 진행 중
공수처 설립 요원…경찰 개혁은 이제야 첫 삽
검찰의 기소독점을 견제하기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출범 시기를 기약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후속 3법’을 단독 통과시켰지만, 공수처장 추천위원(7명)의 야당 추천권(2명)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내용은 결국 포함시키지 못했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공수처장 임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인데, 미래통합당은 위헌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또한 검찰 개혁과 ‘한 세트’라 할 수 있는 경찰 개혁 역시 이제 막 첫 삽을 뜬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검찰 개혁을 이끌어야 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끊임없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추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과의 설전에 이어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부인과 장모에 관한 의혹 자료를 보고 있는 모습을 언론에 노출하기도 했다. 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공익제보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신평 변호사는 추 장관을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으로 (지위에) unfit(부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장관 아닌 ‘국민’에 의한 검찰 통제
“(검찰 개혁의) 핵심은 민주적 통제를 받는 수사지휘권과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인 검찰의 공정한 수사다.”-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검찰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권력의 개혁은 결국 ‘민주적 통제’로 귀결된다. 민주적 통제란 당연히 ‘국민에 의한 통제’를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권으로부터 독립’이 선행돼야 한다. 검찰총장뿐만 아니라 2200여 명에 이르는 검사의 임명과 보직 등 인사권은 모두 정권(법무부 장관 제청-대통령 임명 및 승인)이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 정권에 잘 보이면 승진하는 구조인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검찰 개혁은, 검찰이 정권이 아닌 ‘국민’을 두려워하고, 검찰권 행사가 정치적 목적이 아닌 ‘공익’을 위해 통제될 때 달성할 수 있다. “검찰 개혁의 본질은 검찰이 ‘정치의 시녀’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고, 검찰권 오남용의 방지는 그다음 과제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에 대해 윗도리를 벗어 흔들며 “흔들리는 옷(검찰)이 아니라 옷을 흔드는 곳(정권)을 봐 달라”라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도 1999년 특별검사제와 관련한 글에서 검찰을 “죽은 권력을 무는 하이에나”라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의 굴종을 비판했다. 이 때문에 경실련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검찰 개혁의 본질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검찰권 오남용 방지’를 제1순위에 두고 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밝힌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18차 권고안)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방안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검찰 개혁은 검찰권이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정치권력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는 문제에 집중돼 왔으나 그 과정에서 오히려 검찰 조직이 민주적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권력화’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조 전 장관도 지난 7월3일 재판에 출석하며 “(검찰은) 누구를, 언제, 무슨 혐의로 수사할 것인지, 누구를 어떤 죄목으로 기소할 것인지를 재량으로 결정한다”면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치권과 언론을 이용하는 일도 다반사”라고 주장했다. 즉, 권력의 ‘하수인’에 불과했던 검찰이 이제는 권력의 ‘주체’가 돼 오히려 정치권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권을 통제할 수 있는 즉각적인 방안은 검찰총장의 권한을 폐지·축소하고, 법무장관의 권한을 유지·강화하는 것이다. 결국 추 장관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가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민주적 통제란,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국민의 통제가 아닌 ‘법무장관(정권)에 의한 검찰 통제’를 말한다. 경실련은 “검찰총장 권한 분산에만 눈이 멀어 검찰 개혁의 본질을 망각한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 개혁을 역행하고 있다”면서 “만약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검찰 개혁의 장기적인 비전을 생각했다면,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부터 폐지해야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래통합당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은) ‘장관의, 장관에 의한, 장관을 위한 검찰’을 만들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면서 “법무·검찰개혁위원회란 애초부터 검찰 장악이라는 목적을 정해 둔 ‘답정너 위원회’임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규탄했다.▒ 검찰 내전…윤석열 vs 이성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까지 불러온 검언유착 의혹 사건은 검찰 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로부터 “한 줌도 안 되는 부패한 무리”로 낙인찍힌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에 맞서, 문재인 정부의 ‘총아’로 떠오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추 장관의 지원 속에 반대진영을 짠 모양새다. 수세에 몰린 쪽은 이 지검장이다. 지난 7월18일 이동재 전 채널A기자가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됐지만, 같은 날 보도된 KBS 기사부터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KBS는 9시 뉴스를 통해 ‘스모킹건은 이동재-한동훈 녹취’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한 검사장과 이 전 채널A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공모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다음 날인 19일 KBS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적으로 표현했다”며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7월25일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KBS 내부 보도정보 시스템에 올린 ‘제3의 인물’과의 취재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또 다른 논란이 야기됐다. KBS 기자에게 거짓 정보를 흘린 인물이 서울중앙지검 주요 간부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 전날, 수사심의위원회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은 더욱 미묘하게 돌아갔다. 조선일보는 이에 그치지 않고 7월27일 KBS 법조팀장의 ‘취재 발제문’을 입수해 보도하며 ‘여권 인사 개입 의혹’으로까지 판을 키웠다. 이에 KBS는 7월28일 입장문을 통해 “현재까지 파악한 경위를 보면 이번 사안은 보도 과정의 오류가 전부”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역시 “(KBS 오보에) 관여하거나 허위 내용을 취재진에게 알려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 검사장은 현재 KBS 관계자와 정보를 제공한 성명 불상의 수사기관 관계자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한 상태다. KBS 역시 심의지적평정위원회를 열어 보도 관련자 5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KBS 오보 배후에 정말로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있다면 이건 유착이 아니라 공작”이라며 특임검사에게 수사를 맡길 것을 촉구했다. 대검은 이와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칼자루를 쥔 사람은 윤 총장이다. KBS 오보 사태에 대한 수사와 한 검사장의 독직폭행 수사 및 감찰에 대한 지휘권은 윤 총장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사건 모두 이 지검장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는 차기 검찰총장 ‘0’ 순위로 지목되는 이 검사장의 앞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검찰 내전을 바라보는 여론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20대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을 비판했던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지적했다. “정치권이 둘로 갈라져서 여당은 이성윤 검사 편, 야당은 윤석열·한동훈 검사 편을 들고 있다. 그(한동훈 검사장)가 차지했던 ‘참검사’의 자리는 한 검사장을 수사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몫으로 돌아갔다. 제2의 한동훈이다. 그가 말을 안 듣고 ‘적폐검사’가 되면? 다시 제2의 이성윤 검사가 출현할 것이다. 검찰이라는 강력한 칼을 이용하려는 정치권과 그에 부응하는 검사의 조합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무장관 아닌 ‘정치인’ 추미애
“(추 장관이) 일으키는 소란은 사실 전혀 불필요한 것이라 국민들은 짜증스럽다. 그런 식의 행동이 검찰 개혁에 무슨 도움이 될까. 공정한 국가사법 질서의 한 축을 이끌어 나가야 할 법무부 장관으로서 도저히 적합하다 할 수 없다.”-신평 변호사 추 장관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물론 검찰 개혁을 이끌어가다 보니 야당 등 반대세력의 정치적 표적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추 장관의 행보가 검찰 개혁에 반(反)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검찰 공소장 비공개 결정이다. 추 장관은 지난 2월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핵심 내용을 담은 검찰 공소장을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 보호’라는 명목으로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당시 참여연대는 “공소장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공소장 비공개는) 일개 부서의 장인 법무장관이 아니라 국회증언감정법의 개정권을 가진 국회가 입법의 형식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비판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상-하 복종관계’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추 장관은 지난 1월 윤 총장이 인사 관련 의견을 개진하지 않은 것에 대해 “내 명을 거역했다”는 표현을 쓰면서 ‘왕조시대의 법무장관’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6월에도 “(윤 총장이) 내 지시를 절반 잘라 먹었다” “겸허히 장관 말을 들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는 등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광경”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준사법기관’이다. 또한 검찰총장은 정부·여당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법무장관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을 지키는 방패 역할을 한다. 검찰총장 1인에게 수사지휘권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임기(2년)를 보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추 장관이 검찰총장을 아랫사람으로, 검찰청을 법무부 외청(外廳)으로밖에 여기지 않는다면, 결국 추 장관 자신이 ‘검찰 독립’이라는 검찰 개혁을 막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10월,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행하던 검찰 인사를 검찰총장에게 넘겨주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하기도 했다. 법안 제안 이유로 “검찰 인사제도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해 검찰 조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을 들었다. 8월초, 검찰 정기인사가 예상되고 있다. 추 장관이 지난 1월에 이어 ‘윤석열 사단’을 정리하고, 이성윤 지검장을 필두로 한 친정부 성향 인사들을 대거 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추 장관은 인사권(제청권)이 법무장관의 고유 권한임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추 장관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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