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각 다르다고 문제 삼으면 검찰 개혁 목적 퇴색, 개선은 필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최근 주요 사건에서 잇달아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검찰에 권고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수사심의위원회는 삼성 경영권 부정승계 의혹 사건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검찰에 권고했다. 그런데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다른 당사자인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수사는 계속하라고 했다. 이런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들에 대해 여당은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여당은 수사심의위원회가 검찰의 기소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법률에 근거가 없고, 검찰총장이 위원회를 구성할 때 위원을 임명하게 돼 있어 검찰총장의 영향을 받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법무부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수사심의위원회에 검찰총장의 입김이 관여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답변했다. 이런 정부와 여당의 태도에 대해 야당은 자기부정적 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야당은 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 개혁의 한 방안으로 제시된 것으로, 이번 정부에서 검찰 자기 개혁의 지시에 따라 검찰 권력에 대한 문민통제를 실현하기 위해 만든 제도라고 말한다. 만들 때는 개혁이라고 했다가 위원회의 결론이 정권의 뜻에 맞지 않으면 적폐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 6월26일 심의위원회를 마친 위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 6월26일 심의위원회를 마친 위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심의위원회는 현 정부가 검찰 개혁 위해 추진했던 제도

제도 개선의 논란에 빠진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2018년 1월에 설치되었다. 이를 위해 2017년 12월 대검찰청 예규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이 만들어졌다. 이 지침 제1조를 보면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 지침은 대검의 예규에 불과하지만,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설치에 관한 근거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의 수사·기소권 견제 차원에서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학계,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 분야 전문가 150명 이상 25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은 검찰총장이 위촉한다. 위원회에는 위원장 1인을 두며, 검찰총장이 위원 중에서 위원장을 지명한다. 이렇게 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 밖 외부인으로 구성되어 검찰의 무리한 수사·기소 등을 외부에서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탄생했다. 고소·고발인, 피해자,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 제6조에 따라 수사 중인 검찰청이나 종국처분을 한 검찰청의 검찰시민위원회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을 받은 관할 검찰시민위원회 위원장은 부의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비공개로 관련 자료를 검토해 수사심의위원회의 개최 여부를 결정한다. 부의심의위원회가 수사심의위원회의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반드시 소집해야 한다. 이를 보면 수사심의위원회가 국민의 입장에서 검찰의 수사·기소권에 대한 일종의 견제장치로 기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은 권고의 효력밖에 없어 검찰이 이 결정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 제도가 도입된 후 검찰은 2020년 6월까지 2년여 동안 총 8번의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모두 따랐다. 검찰도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기소 여부 결정에 대해 자체적으로 구속력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예규는 검찰총장 등이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존중할 뿐이지 강제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현 정부가 출범한 후 검찰 개혁을 위해 추진했던 제도다.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이 정부·여당이 생각하는 바와 다르다고 이를 문제 삼으면 검찰 개혁의 목적이 퇴색하게 된다. 어떤 제도든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럴 경우에는 제도를 면밀하게 검토해 개선하면 된다. 생각이 다르다고 사안마다 문제를 제기하면 검찰 개혁의 진정한 의도를 의심받게 된다. 오랫동안 검찰 개혁 문제가 거론된 것은 정치권력의 검찰도구화, 검찰의 정치화, 검찰의 수사·기소 독점 등으로 인한 것이다. 현재 검찰 개혁을 위한 방안으로 공수처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법무부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총장 권한 분산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 안의 핵심은 일선 검찰청에 대한 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이를 고등검사장에게 분산하는 것이다.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의 검찰에 대한 지휘·감독권과 구체적 사건에서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 제12조는 검찰총장의 검찰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규정하고 있다. 검찰 개혁을 거론할 때마다 이 규정들의 문제를 지적하지만, 검찰은 법무부 장관의 소속 기관이기 때문에 국가조직법상 법무부 장관의 검찰사무에 대한 지휘·감독권은 당연한 귀결이다. 다만 검찰은 형사 절차에서 수사·기소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정치적 독립과 중립이 요구되는 것이다.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이 7월2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 주재를 위해 차를 타고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이 7월2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 주재를 위해 차를 타고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독립적으로 권한 행사하는 것도 중요

검찰 개혁에는 검찰 수사·기소권의 견제 장치가 중요하지만, 형사 절차에서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해 중립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검찰은 법무부 장관의 소속 기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이 지휘·감독권을 행사하는 데는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은 한편으로 정치적 공무원이기 때문에 구체적 사건의 형사 절차에서 검찰총장이든 검사든 이들에게 지휘·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행 법질서에서 검찰의 정치적 독립이나 중립을 확보하는 방법은 검사의 수사·기소권 행사의 독립성 보장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권한에 따르는 책임의 문제가 있다. 이를 위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기능이나 역할이 중요하다. 수사심의위원회가 혐의에서 벗어나려는 피의자 의도에 휘말리면 안 되지만, 검찰의 무리한 수사·기소 등에 대한 외부 견제라는 점에서는 필요하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해 수사와 기소 전 과정에서 각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에게 심의를 받는 것은 오히려 검찰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보완이 필요하다면 차제에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 명문화하고 위원회 구성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