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맹견 아파트 사육허가제’ 도입 추진했지만 감감무소식
반려견 소유주 반발에 관련법 시행 번번이 무산
최근 맹견 로트와일러가 소형견 스피츠를 물어 죽이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공동주택 내 맹견 사육허가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정부는 이미 올 1월 관련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맹견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거론되는 사육허가제 도입 논의는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선 대형 맹견 사육 허가제를 요구하는 청원이 31일 현재 4만60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청원인은 최근 발생한 로트와일러 사고의 목격자이며, 해당 견주의 이웃이다. 그는 해당 로트와일러가 평소에도 입마개를 하지 않았으며 과거에도 같은 사고를 4차례 일으킨 적 있다면서 “맹견을 키우려는 사람들은 무조건 라이센스를 발급받게 해 달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미 맹견 사육 허가제를 포함한 관련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0~2024 동물복지 종합계획’에서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개 물림사고 예방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맹견 생산, 판매, 수입업자의 동물등록 의무화와 더불어 수입제한 및 공동주택 사육 허가제를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시사저널 취재 결과, 해당 사업은 여전히 의견수렴 단계에 그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농축산부 소속 반려견 안전관리 TF는 동물복지 종합계획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확정한 이후 올해까지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법안이 공포된 이후에도 시행까지는 통상 1년의 유예기간을 두기 때문에 실제로 도입될 때까지는 상당 기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동물보호 관련 제재 방침이 나올 때마다 좌초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반려견에 목줄을 채우지 않거나 맹견이 입마개를 착용하지 않은 사례를 신고하는 ‘개파라치’ 제도를 도입하려다가, 시행 하루 전에 무기한 연기된 바 있다. 지역 주민간 갈등을 조장하고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이 제도는 한 차례도 시행되지 못한 채 올해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공동주택 내 맹견 사육 허가제에 대해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는 “맹견을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한 데다 사태의 근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반려견 안전관리 TF에 참여하고 있는 전 대표는 “사육 허가제를 통해 과시욕만으로 맹견을 키우는 소유주를 제지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예방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적절한 훈련에 따라 맹견이 반려견도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사회화되지 않은 개를 만들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소유주에 대한 전반적 교육과 반려견 문화에 대한 이해도 향상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