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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상가 분양받아 골머리 앓는 임대인 ‘수두룩’…창업시장 연동된 상가 부동산 주의해야

요즘 국내 창업시장은 이상하게 돌아간다. 재난지원금으로 인해 잠시 안도했던 동네 상권이 있는가 하면, 홍대 상권 같은 대형 상권이나 오피스 상권, 대학가 상권에서는 비싼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창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사람들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급기야 ‘임대문의’를 써붙이고 폐업하는 매장들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자영업 구조조정과 연동되는 측면도 있다. 공정위에 등록된 프랜차이즈 신규 브랜드 수도 감소하고 있다. 올 3월 기준 6525개였던 총 브랜드 수가 6월말 현재 6362개로 줄었다. 3개월 만에 163개 브랜드가 줄었다. 코로나 사태로 잔뜩 웅크리고 있는 창업시장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데이터다.
코로나19 여파로 1층마저 임차인을 찾지 못하는 상가가 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1층마저 임차인을 찾지 못하는 상가가 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시즌, 임대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얼마 전 필자의 사무실로 다급한 전화 한 통이 울렸다. 서울 강남 3구 중 한 곳이고, 역세상권 오피스타운에 무려 10억원을 투자해 1층 실면적 10평 주상복합상가를 분양받았다는 임대인의 전화였다. 그에 따르면 해당 상가는 지금까지 보증금 3000만원에 150만원의 월 임대료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시즌에 그 카페는 매출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 매장에 ‘임대문의’를 써붙였지만 신규 창업자들은 거의 찾지 않았다. 그래서 여차하면 직접 매장을 직영해 볼까도 고민했지만,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었다. 부연하자면 그는 10억원의 투자금을 들였을 때 못해도 4% 이상 수익률은 보장한다는 얘기를 듣고 상가를 분양받았다고 한다. 이 정도 수익률을 내려면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300만원 정도는 받아야 기본 투자수익률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창업시장 경기가 여의치 않았기에 공실로 비워두는 것보다는 카페 창업자에게 월세 150만원만 받고 세를 내준 경우였다. 하지만 150만원 월세도 내지 못하고 결국 카페는 1년 만에 폐업했고, 다시 공실 점포가 됐다. 이런 사례는 요즘 전국 신도시 상권이나 혁신도시 상권, 신규 분양하는 상가가 많은 상권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조물주 위 건물주’는 아니더라도, 은행에 넣어두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1층에 상가를 분양받았으나, 공실이 이어지면서 매달 임대수익을 올리기는커녕 관리비 지출 등으로 막대한 적자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의 딱한(?) 하소연을 듣고 해당 지역 상권의 상세력을 측정하고 점포의 경쟁력을 분석해 봤다. 결론은 임대인 입장에서 해당 상가의 투자금액 대비 4%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은 현시점 기준으로 없다는 것이다. 딱 한 가지 아이템은 부동산중개업소를 입주시키는 방안이지만 이미 부동산중개업소는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신규 점포가 들어올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임대인 입장에서는 지금처럼 아주 저렴하게 월세를 또 주거나, 아니면 본인 말대로 직접 운영하는 방법까지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월세를 저렴하게 주는 순간, 투자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상가를 타인에게 양도할 때 분양가 이하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한계점에 다다른다. 비어 있는 상가를 임대인이 직접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괜찮은 창업 아이템이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있는지를 질문한다. 하지만 임대인 또한 창업시장 초보자인 상황에서 결코 안정적인 수익모델에 안착하는 것이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임대료 비싼 점포 거품 주의보 

이처럼 요즘 신도시 상권이나 신축 상가를 분양받아 골머리를 앓고 있는 임대인들이 수두룩하다. 임차인 없는 임대인은 의미가 없다. 결코 ‘조물주 위 건물주’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임대인의 수익을 보장해 주는 양질의 임차인이 지속적으로 연결되려면 창업시장 컨디션이 좋아야 한다. 창업시장 컨디션이란 투자금액 대비 안정적인 수익률을 담보할 수 있는 알토란 창업자들이 끊임없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즉, 창업자 없는 임대인은 뿌리 없는 나무에 불과하다. 창업시장의 활성화라는 전제조건 아래서 상가 부동산 시장은 유의미해진다. 하지만 창업시장이 어려워지면 상가 부동산 시장은 급랭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러한 상가 부동산 시장의 위험성을 몇 년 전부터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상가를 분양받은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사연은 구구절절하다. 노후 대책으로 투자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퇴직금 전부를 상가에 투자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즌에 이들은 머리가 아프다. 노후 대책이 아니라 노후를 위협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10억원대에 달하는 상가를 구입하면서 면밀한 타당성 분석도 없이 분양 대행사의 말만 믿고 상가 분양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것부터 문제라고 지적하고 싶다. 100만원짜리 핸드폰 하나를 사더라도 이것저것 따져보고 구입하는 세상에 무려 10억원짜리 상가를 구입하는데 영업사원들 말만 믿고 투자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코로나 시즌은 금방 종식될 분위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창업시장도 금방 활황세를 누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당분간은 지속적인 불황의 늪을 건널 수밖에 없다. 상권에서 ‘임대문의’를 써붙인 점포가 늘어난다는 것은 신규 창업자 또한 줄어든다는 얘기다. 신규 창업자들도 이제는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창업시장을 노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임대료가 저렴한 가게에서의 실속창업을 노릴 수밖에 없다. 상가 투자자 입장에서 안정적 수익을 담보하는 고수익 상가란 어쩌면 창업자 입장에서는 임대료가 비싼 점포다. 임대료 비싼 점포들은 대부분 상가 분양가 거품과 연동돼 있다. 지금도 총 분양가의 8~9%가 분양대행사 수수료로 책정되는 것이 현실이다. 임대료 비싼 점포는 코로나 시즌에 공실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공실을 막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임대료 할인은 기본이다. 요즘 신도시 상권에서는 1년 동안 상가 임대료를 받지 않는 속칭 ‘렌트프리’ 상가도 자주 눈에 띈다. 창업시장과 상가 부동산 시장은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다. 자영업 창업 생태계의 건전성 확보가 있어야만 상가 부동산 시장도 덩달아 춤출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 시즌의 임대인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판단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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