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칼날은 매섭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칼춤을 휘둘러서다. 특히 지난 1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계기로 진 전 교수의 총구는 본격적으로 정부·여당을 향해 있다. 진보진영의 대표 논객이던 그가 어쩌다 자기진영에 총구를 들이밀게 됐을까.
진 전 교수는 지난 6월10일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자신이 민주당에 비판을 가하는 것과 관련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비판의 기저에 “민주당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과 원칙을 지키며 비판하는 것이 나의 신념”이라며 “심판하려는 게 아니라, 문제점을 고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진 전 교수는 “내가 뭘 얘기만 하면 ‘국회의원 되셔야 하는데’라며 당연하게 얘기를 하는데 내가 왜 의원 나부랭이를 해야 하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비록 돈은 덜 벌지만, 내 정직한 노동으로 산 17평 빌라가 그들이 투기해 번 것보다 훨씬 더 값어치 있다고 생각하며 산다”고 말했다.
한때 몸 담았던 진보진영 동지들과 갈등을 빚는 것이 서운하진 않을까. 그러나 진 전 교수는 오히려 “그들이 불쌍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왜 하나뿐인 인생을 그렇게 스스로 배려하지 않고 사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진보가 주류인 사회가 도래하면서 진보진영의 부패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진 전 교수는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진보진영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국 사태로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본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다른 데를 보고 있다고 느꼈다”면서 “나만 피터팬이었구나”라고 토로했다. 그는 “옛날 치구들을 만났는데 다들 조국을 옹호하기에 왜 옹호하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아이 학교 보낼 때 스펙을 조작했다고 말했다”면서 “사실 그들은 조국 개인을 옹호한 게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방식을 옹호한 거였다. 나만 바보가 된 느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내 인생은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주의적 이상을 실현시킬 기회를 놓쳤다”면서 “나를 포함한 이 세대가 물러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30이 이끌어갈 미래에 희망을 건다”면서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일은 정치신인을 발굴하고 희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