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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입증하는 BTS 진짜 성공비결

방탄소년단(BTS)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보이밴드다. 데이터가 그것을 입증한다. 최근 《DNA》 유튜브 영상이 9억 뷰를 넘었다. 1억 뷰가 넘는 공식 뮤비(뮤직비디오)는 22개를 넘어섰다. 최단기간 내 1000만 뷰, 1억 뷰 달성 등을 통해 스스로의 기록을 깨고 있다. 유튜브에서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이야기는 이제 식상하기까지 하다.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리트윗된 유명인 세계 1위, AMA(American Music Award) 소설 아티스트 부문에서 3년 연속 수상이라는 소식도 익숙하다. 빌보드 소셜 50 차트에서 164번의 1위(135주 연속 1위)를 차지해 2010년대의 우상 저스틴 비버의 163번 기록과 연속 1위 기록을 모두 깬 것 정도가 좀 신선한 데이터다. 모든 데이터가 가리키는 팩트는 명확하다. BTS는 명실공히 디지털 플랫폼 기반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다. 그리고 그 힘의 원천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팬덤 아미(ARMY)다.
2019년 5월30일 영국 런던의 노래방에서 BTS 팬클럽 아미(ARMY)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5월30일 영국 런던의 노래방에서 BTS 팬클럽 아미(ARMY)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ARMY’에게 BTS는 우상 아닌 친구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분처럼 사용하는 신인류의 명칭이다. 스마트폰 등장 13년 만에 포노 사피엔스는 새로운 문명의 표준 인류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음악 소비의 패턴 변화를 보면 미래 사회를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2007년 그는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은 아시아 최고의 문화 콘텐츠 강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13년이 지난 지금 K팝, K콘텐츠 열풍에 이어 《기생충》이 오스카 4관왕을 기록한 걸 보면 그의 혜안에 소름이 돋는다. 그의 예언대로라면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공한 BTS 현상은 거의 모든 소비문명으로 확산될 것이다.  2013년 BTS는 중소 기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보이밴드로 데뷔한다. 방송가에서 주목받지 못한 BTS는 신세대답게 유튜브를 통해 활동하며 팬들을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무명의 초기 시절을 지나 2015년부터 북미 지역에서 거대한 팬덤이 생기더니 2017년 AMA 소셜아티스트 부문에서 저스틴 비버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일반적으로 아이돌은 방송을 통해 인기를 얻는다. 그래서 대형 기획사의 인맥과 대규모 자본투척이 필수적이다. 특히 해외 진출은 더욱 그렇다. 해외 거대 기획사와 음악 유통회사, 방송사의 참여와 자본투자 없이는 성공이 불가능하다는 게 상식이었다. 그런데 BTS는 이 모든 룰을 단번에 깨버렸다. BTS는 오로지 디지털 플랫폼에서 활동했고 그들을 키운 것은 자본이 아니라 자발적 팬덤, 바로 ARMY였다.  우리는 JYP가 원더걸스를 세계적인 스타로 키우기 위해 해외 거대 기획사와 연계해 얼마나 많은 자본과 노력을 투자했는지 기억한다. 그리고 그때의 좌절은 많은 교훈을 남겼다. 비주류 국가, 비주류 언어로는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런데 그 룰을 BTS가 통째로 부숴버렸다. 그래서 BTS는 파괴의 신이기도 하다. BTS는 어떻게 그 엄청난 팬덤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그 방식도 기존 상식을 파괴한다. 빅히트의 방시혁 대표는 기존 아이돌 멤버의 선발 방식을 무시하고 오로지 아티스트의 재능만을 고려했다. 아이돌은 일반적으로 중국 또는 일본 멤버를 하나씩 뽑는다. 아시아 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또 해외 진출을 고려해 교포 한 명을 넣는다. 그런데 BTS는 7명 모두가 토종 한국인이다. 심지어 서울 출신도 없다. 7명 중 리더 RM만이 영어를 한다. 그것도 《프렌즈》라는 미국 드라마를 보면서 익힌 영어다. 이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건 오직 음악과 춤, 즉 아티스트의 본질이다. 방 대표는 그것만 생각했다. 7명 모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문화에 익숙하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데뷔하고 일상의 이야기를 팬들과 함께 나누며 성장했다. 그래서 ARMY에게 BTS는 우상이 아니라 친구다. 그래서 BTS는 친구들이 고민하는 모든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며 풀어냈다. ‘나는 너희들의 우상이니 나의 우월한 재능을 감상하라’는 신비주의가 아니라 그냥 그들과 함께 웃고 또 울었다. 본격적으로 글로벌 팬덤을 만든 노래 《쩔어》의 가사를 보자.  

OK 우린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다 쩌 쩔어

하루의 절반을 작업에 쩌 쩔어

작업실에 쩔어 살어 청춘은 썩어 가도

덕분에 모로 가도 달리는 성공가도

소녀들아 더 크게 소리 질러 쩌 쩌렁

  이 시대를 가난에 쩔고, 공부에 쩔고, 고민에 쩌는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나도 작업실에서 쩐다고 함께 이겨내자고 외친다. 그리고 ARMY는 그 스토리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땀에 쩐 고통을 통해 그들은 최고의 음악과 춤을 만들어냈다. 존재의 이유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너희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몸소 보여준 것이다. 그 이후 메시지도 일관적이다. ‘너 스스로를 사랑하라(Love Yourself)’는 4집 앨범으로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가 되더니 유엔 연설을 통해 고뇌하는 모든 청년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찌질하던 우리가 이렇게 성장한 건 모두 너희 ARMY 덕분이었어. 이제 우리 차례야. 언제까지나 너희들 곁에서 위로가 되어줄게. 우리 함께 미래로 가자.’ 이때부터 소녀팬뿐 아니라 엄마 세대까지 모든 세대가 팬덤에 합류하기 시작한다. 5집의 제목은 스위스 심리학자 칼 융의 책 제목 ‘Map of the soul: Persona(맵 오브 더 소울: 페르소나)’다. 스스로의 존재감에 대한 청춘의 고뇌라는 무거운 주제를 경쾌한 춤과 음악으로 풀어 열광의 세계로 함께 나아간다. 그들에게는 아부해야 할 방송국 관계자도, 세계적인 기획사 사장도 없다. 오로지 ARMY만 본다. 그래서 모든 시상식에서 딱 한마디를 한다. “모두 ARMY 덕분입니다.”
2016년 미국 ‘아이 하트 라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올해의 댄스곡’상을 수상한 저스틴 비버. BTS는 이듬해 저스틴 비버를 밀어내고 AMA 소셜 아티스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AP 연합
2016년 미국 ‘아이 하트 라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올해의 댄스곡’상을 수상한 저스틴 비버. BTS는 이듬해 저스틴 비버를 밀어내고 AMA 소셜 아티스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AP 연합

비주류 국가에서도 세계 최고 스타 나온다

BTS가 보여준 성공의 비결은 모든 디지털 플랫폼의 성공비결과 일치한다. 오로지 고객만을 생각하는 진정성, 그리고 그들의 자발적 팬덤을 만들어내는 킬러콘텐츠, 바로 실력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학연·혈연·지연 그리고 자본이 지배하는 시대를 살아왔다. 그런데 BTS는 그런 시대에 종말이 왔다고 고하고 있다. 자본도 인맥도 없이 언어의 장벽도 뚫고 그렇게 모든 상식을 부수고 그들은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가 됐다. 그래서 BTS는 구시대 문명 파괴의 상징이자 새로운 포노 사피엔스 시대 문명의 상징이다. BTS가 연습실에서 흘린 땀과 음악에 대한 열정이 실력을 만들어냈고 그들의 SNS 기반 소통 방식과 마음 가득한 진정성이 팬덤을 키워냈다. 자본이 지배하는 시대가 끝나고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야 성공하는 시대, 혈연·학연·지연이 지배하는 시대가 끝나고 오직 실력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왔다고 BTS가 우리 사회에 일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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