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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태만 남은 중도정치…“새 정치 하라”는 3년 전 국민 뜻은 어디로 갔나 

2월9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연 ‘안철수 신당’은 당명을 ‘국민당’으로 결정했으나 선관위에서 불허됐다. 그런데 바른정당과 통합해 바른미래당을 만들기 위해 국민의당을 공중분해시켰던 장본인은 안철수 창당준비위원장 자신이었다. 자신이 만들어서 큰 약진을 거두었던 국민의당을 해체시켰다가 바른미래당의 실패로 정치적 자산을 다 잃고 나서 다시 그 향수를 자극하는 당을 만드는 데 나선 것이 안 위원장의 모습이다. 이런 바보짓이 또 있을까. 그 많은 비판 속에서 호남 민심마저 등 돌리게 한 바른정당과의 무리한 통합을 하지 않고 38석의 국민의당을 보존했더라면 안 위원장으로서도 정치 재기를 안정적으로 모색할 발판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안 위원장으로서는 바른정당과 통합해야 한다는 여러 생각들이 있었겠지만, 결과를 놓고 말한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자해적인 정치행위였던 셈이다. 안 위원장도 귀국하면서 바른미래당의 실패가 자신의 책임이라며 사과했지만, 선거에서 나타난 민의를 따르지 않고 마음대로 왜곡시킨 행위는 두고두고 책임이 따르는 일이다. 한국 정치에서 제3지대에 대한 기대를 최고조로 올렸던 것도 안 위원장이었지만, 제3지대의 급속한 공멸을 초래한 것도 그가 되고 말았다. 2018년 2월 창당한 바른미래당은 당시 국회 의석수가 30석이었지만 2월12일 현재 17석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서 탈당을 기정사실화한 안철수계 이동섭·이태규 의원 등 7명, 그리고 창당 때부터 당 활동을 하지 않아온 박주현·장정숙·이상돈·박선숙 의원 등 4명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의석수는 많아야 호남계 6석뿐이다. 호남계 의원들도 손학규 대표의 사퇴 불가로 3당 통합이 무산될 경우 탈당할 가능성이 커, 바른미래당은 손 대표 혼자만 남는 의석 0의 당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오른쪽 두번째)의 예방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오른쪽 두번째)의 예방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安, 힘겹게 만든 바른미래당 깨고 또 창당?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래 갈등과 분열을 거듭하면서 점차 당세가 위축되어 왔다. 손 대표는 지난해 추석까지 바른미래당 지지율이 10%를 못 넘으면 물러나겠다고 선언했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되자 여러 구실을 대며 말을 뒤집었다. 다시 안철수 전 대표가 돌아오면 전권을 다 내주고 물러설 것처럼 하더니, 역시 없었던 얘기로 만들어 버렸다. 대안신당·민주평화당과의 통합 협상이 진행되는가 했더니, 다시 손 대표가 통합신당에서도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통합 무산 위기를 맞고 있다. 국면마다 당 안팎으로부터의 사퇴 요구를 완강하게 거부하며 대표직을 고수해 온 손 대표의 행보는 노욕(老慾)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아 왔다. 그 과정에서 바른정당 출신 유승민계 의원들이 탈당했고, 안철수계 의원들이 안 전 대표와 동반 탈당을 선언했다. 이제 마지막 남은 호남 지역 의원들도 탈당해야 할지 모르게 되고 있다. 손 대표의 버티기 앞에서 모든 창업자가 손을 들고 떠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동안 손 대표의 나 홀로 질주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사퇴를 건의한 장진영 대표비서실장 등 측근들까지도 당직에서 해임하는 초강수를 두다가 의원들이 모두 떠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자 곧바로 대안신당·평화당과의 통합 협상이라는 반전의 카드를 던졌다.  

대안신당, 또다시 민주평화당과 동거 시작?

손 대표가 그동안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 왔던 호남 기반 정당 통합에 참여하기로 급선회한 것은 위기 탈출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손 대표의 사퇴가 없다면 3당 통합 역시 무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민주통합당 대표 시절 대의를 위해 자기 것을 내주던 손학규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변했느냐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원칙과 상식 이전에 각자의 생존이 최우선 가치가 되는 제3지대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풍경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중지란에 처한 제3지대 정당들은 손 대표의 버티기 고집으로 혼돈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민주평화당을 함께 꾸리다가 작년 여름에 갈라섰던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이 다시 통합하겠다고 나선 것도 어리둥절한 장면이다. 국민의당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거부하고 탈당해 만든 것이 민주평화당이었다. 그 민주평화당에서 정동영 대표의 사퇴와 비대위 체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다시 탈당해 만든 것이 대안신당이었다. 정동영 대표와 등을 진 박지원·유성엽·천정배·장병완·최경환·김종회·윤영일 의원은 대안신당을 만들어 독자적인 생존을 모색했지만 존재감은 미미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나의 대오로도 존재감이 없던 터에 다시 대안신당과 평화당으로 쪼개진 상황은 공멸의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분당할 때 감정싸움은 어디로 간 것인지, 대안신당과 평화당은 호남 기반 정당의 통합 필요성에 공감대를 갖고 그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그럴 것이면 작년 여름, 양쪽은 무엇 때문에 갈라섰던 것인지, 역시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모습으로 비친다. 그런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이 이제 창업 세력의 탈당으로 주인이 바뀐 바른미래당 혹은 그 안의 호남 지역 의원들과 통합 논의를 하고 있다. 끊임없는 갈등과 분열, 그리고 원칙을 알 수 없는 이합집산의 반복이 그동안 보여준 제3지대 정당들의 모습이었다. 조국 사태 이래로 민주당도 자유한국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파 부동층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여러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21대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30%대의 부동층이 존재하는 것은 진영 간 대결구도에 식상한 층이 양당에 등을 돌리고 제3의 대안을 찾고 있다는 의미다. 돌아보면 큰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은 언제나 제3의 대안을 갈구해 왔다. 현존하는 정치구도에 대한 불만이 제3지대에 대한 기대로 표현되곤 한다. 2011년에 분출했던 안철수 현상도 그 대표적 사례였다. 그렇게 보면 제3지대 정당들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도 좋은 입지를 갖고 있는 셈이다. 반성과 변화가 없는 자유한국당에는 관심도 없었지만, 자신들의 잘못을 성찰할 줄 모른 채 ‘내로남불’에 젖어 있는 민주당에도 실망한 많은 유권자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사실 제3지대에 있는 정치세력들이 조금만 잘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이들 정당이 보여준 모습은 낙제점이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30%가 넘는 유권자의 마음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정치 현실. 그 겨울에 수많은 시민이 촛불을 들었을 때 이제 우리 정치도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그 기대는 실망과 회의로 바뀐 채 민심은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제3지대 여러 정당이 거대 양당을 믿지 말라며 자신들이 대안임을 선전하고 있지만, 막상 믿을 수 없었던 것이 그동안의 현실이었다. 대안이 되겠다고 나선 세력들 또한 그리 미더워 보이지 않으니, 두 달 후에 도대체 어느 당을 찍어야 하는 것인지 부동층 유권자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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