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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공간’으로 포지셔닝한 전략 적중
‘신뢰․고급’ 브랜드로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

“한 매장을 방문했을 때 목격한 일이다. 한 고객이 바리스타에게 방금 사먹은 음료가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고객은 아예 다른 음료로 바꾸고 싶어 했다. 그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바리스타는 현금으로 환불하고 원하는 음료로 다시 제공해 주겠다고 했다.” 21년간 북미 스타벅스의 최고경영자였던 하워드 베하는 저서 《사람들은 왜 스타벅스에 가는가?》에서 이 일화를 소개하며 “이것은 최선의 대응이었을까”라고 물었다. 그는 “순전히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절대 아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 사과를 한 뒤, 똑같은 음료를 다시 만들어 제공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랬으면 고객도 만족하고 우리도 손해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바리스타는 굳이 돈을 환불해 줄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럼 이 바리스타는 잘못 대응한 걸까? 그렇지 않다. 하워드 베하의 설명이다. “바리스타가 보여준 반응은 수많은 다른 반응보다도 훨씬 훌륭한 행동이었다. 솔직하면서도, 배려가 가득 담긴 반응이었다. 바리스타는 자신의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몸소 보여주었다. 바로 ‘인간에 대한 서비스’를 말이다.”

스타벅스 매출, 국내 ‘톱5’ 브랜드 매출 합보다 많아

스타벅스가 세계적으로 성공한 핵심 비결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천에 널린 카페 중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하면 스타벅스로 발길이 향하는 이유 말이다. 스타벅스는 ‘신뢰와 고급’이라는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쌓았다. 스타벅스에 가면 일정 기준 이상의 커피와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혹시라도 주문한 음료가 다소 만족스럽지 않아 바꾸고 싶을 때 다른 카페에서는 그 요구가 영 껄끄럽지만 스타벅스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 진출 20주년을 맞은 스타벅스는 국내 커피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했다. 스타벅스 열풍은 국내 커피 소비문화를 완전히 바꿔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회용 컵에 커피를 담아 들고 다니는 ‘테이크 아웃’ 문화를 전파한 것도, 한 끼 식비와 맞먹는 비용을 커피에 지출하게 만든 장본인도 스타벅스다. 1999년 1호점(이대점)을 연 지 18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넘어선 스타벅스는 이후에도 하루 평균 30만 명이 방문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스타벅스는 2018년 기준 1만5000여 명의 임직원이 126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매출 증가세도 놀랍다. 2000년 86억원이었던 매출은 2016년 커피전문점 브랜드로는 처음 1조원 고지에 올라섰다. 그리고 2018년 불과 2년 만에 매출 규모를 1조5223억원까지 늘렸다. 국내 상위 5개(이디야커피·투썸플레이스·요거프레소·커피에 반하다·빽다방) 커피 프랜차이즈의 매출액 총합(1조3547억원)보다도 훨씬 많은 수준이다. 연매출 1조원이 넘는 식품기업이 20여 곳에 불과한 현실에 비춰볼 때 가히 독보적인 실적이다. 영업이익도 2000년 4억원에 불과했지만 2018년 1428억원으로 350배 넘게 증가했다. 2005년 14.4%를 고점으로 2016년 6.0%까지 감소했던 영업이익률도 2019년 9.3%를 기록하며 회복세다. 스타벅스 매장마다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자 스타벅스가 있는 주거단지를 가리켜 ‘스세권(스타벅스+역세권)’이란 말도 나왔다. 스타벅스가 입점하면 인근 점포 매출도 함께 올라 건물 시세가 동반 상승한다는 믿음 덕에 건물주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미국 부동산 사이트 질로(zillow)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내 일반주택의 평균 지가 상승률이 65%였던 것에 반해 스타벅스 주변 주택은 96%가 올랐다.

스타벅스 전에는 없었던 커피의 ‘가치 소비’

스타벅스 성공비결은 뭘까. ‘문화를 판다’는 스타벅스만의 독특한 전략과 국내 고객들의 특성을 적극 반영한 현지화 전략 등으로 브랜드 파워를 키워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계속 끌어모은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스타벅스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모습이 있다. 바로 커피의 문화화(化)다. 스타벅스는 ‘스타벅스는 다르다’를 적극 마케팅했고, 대중들로 하여금 이렇게 느끼게끔 하는 데 성공했다. 이른바 ‘제3의 공간’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커피 이상의 특별한 경험을 소개합니다. 스타벅스가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제3의 공간으로서 지역사회 속에서 고객과 함께하며 새로운 커피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나오는 문구다. ‘제3의 공간’은 미국 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가 제일 먼저 사용한 개념이다. 가정을 제1의 공간, 직장을 제2의 공간으로 한다면 그 외의 공간이 제3의 공간이다. 현대인들은 상업 공간을 휴식이나 여가 등의 공간으로 사용하는데, 스타벅스는 제3의 공간을 스스로의 정체성으로 ‘포지셔닝’했다. 스타벅스는 ‘제3의 공간’이라는 가치에 맞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사실 스타벅스 이전까지 고객에게 눈치를 주지 않는 카페 분위기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낯설었다. 지금도 스타벅스에서는 음료 한 잔을 시켜놓고 개점부터 폐점 시간까지 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노트북과 책을 펴놓고 공부나 일을 하는 문화도 스타벅스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벅스는 소비자들이 편안함을 느끼면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인테리어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미국 스타벅스는 본사 2000명 직원 가운데 10%에 달하는 200명이 인테리어 부서 인력일 만큼 인테리어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대부분 테이크 아웃을 하는 미국과 달리 한 장소에 오래 앉아 대화하는 걸 선호하는 우리 특성에 맞게 의자와 테이블 수를 대폭 늘린 점도 주효했다. 남녀 화장실이 분리돼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고급스럽고 신뢰가 가는 이미지가 더해졌다. 대중들이 사용하는 상당수의 텀블러와 머그컵에 스타벅스 로고가 박혀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빨리빨리’ 문화가 강한 우리 기질을 파악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원하는 제품을 미리 주문한 뒤 매장에서 찾아올 수 있는 ‘사이렌오더’를 세계에서 최초로 시행한 것도 고객들에게 “스타벅스는 다르다”고 느끼게 한 대목이다. 이 시스템은 미국 본사가 벤치마킹해 현재는 미국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알바’ 없이 모든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서비스 질을 강화하고 ‘문경 오미자 피지오’ ‘이천 햅쌀 라떼’ 등 다양한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새 음료를 내놓는 점도 고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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