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씻어야…면 마스크는 세탁해 다시 써도 돼
▒ 마스크 사용과 폐기는 어떻게?
침방울을 막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마스크 착용이다. 특히 은행, 관공서, 카페 등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 일하는 사람의 마스크 착용은 자신은 물론 타인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마스크 착용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이상일 울산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감염자가 마스크를 착용함으로써 말이나 기침을 할 때 침방울이 밖으로 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마스크는 침방울이 튀는 거리와 속도를 확실히 줄여준다. 또 일반인에게 마스크는 감염자의 침방울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① 면 마스크는 빨아서 다시 써도 된다
그런데 마스크가 부족한 상태다. 특히 미세먼지 등을 막는 KF80 정도의 마스크는 구하기도 어렵지만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했다. 매점매석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반 마스크도 유용하다고 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자체보다 그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약 5㎛ 크기의 침방울을 차단하면 된다는 것이다. 일반인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감염병은 그 병원균의 총량과 관련 있다. 양이 적으면 발병이 어렵다. 침방울처럼 바이러스 덩어리가 있어야 감염증이 발병한다. 게다가 이번 바이러스는 공기감염이 아니라 침방울에 의한 감염이므로 종이나 면으로 만든 마스크도 유용하다. 면 마스크는 삶아 소독하면 재사용할 수 있고 굳이 삶지 않더라도 햇볕에 잘 말리기만 해도 병원균이 죽는다”고 설명했다. KF94 이상 제품처럼 작은 입자를 걸러주는 마스크를 고집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의료진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KF80짜리 마스크라도 감염자의 침방울을 막는 데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 일회용으로 사용하는 일명 ‘덴탈 마스크’도 무방하다. 의사 출신이자 의학채널 비온뒤를 운영하는 홍혜걸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침방울을 막는 데 굳이 미세먼지 마스크만 유용한 게 아니다. 일반 마스크로도 충분히 침방울을 막을 수 있다. 일반 마스크는 의료용 마스크보다 치밀하지 않아 그 사이로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그 양이 매우 적다. 적은 양의 바이러스로는 감염병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② 코와 입을 모두 막아야 효과적이다
일회용 마스크든 면 마스크든 갑갑하고 숨 쉬기가 어려워 사용자가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마스크 착용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가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 배포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마스크는 입과 코를 커버하도록 덮고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새가 없게 적절히 밀착해야 효과적이다. 숨 쉬기가 불편하다는 등의 이유로 마스크로 입만 가리고 코를 밖으로 내놓으면 마스크를 사용하나 마나라는 얘기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마스크를 코까지 가려 쓴 사람은 메르스에 걸리지 않았지만 입만 가린 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메르스에 걸린 사례가 있다.③ 표면은 만지지 말아야 한다
한 번 마스크를 착용했다면 손으로 마스크를 만지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흔히 마스크를 쓰다 벗었다 하면서 마스크를 여러 차례 만진다. 감염자의 침방울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스크 표면에 묻어 있다면 이런 행동만으로도 병원균에 감염될 수 있다. 마스크를 벗을 때는 마스크 표면을 만지지 말고 끈을 잡고 벗어야 한다. 무심코 마스크를 만졌다면 반드시 손을 씻는 게 안전하다. 김우주 고려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굳이 미세먼지용 KF 마스크가 아니더라도 천이나 부직포로 된 덴탈 마스크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마스크 표면이 오염될 수 있으므로 손으로 만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④ 실외보다 밀폐된 실내에서 꼭 써라
외부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다가도 실내에 들어오면 마스크를 벗는 사람이 많다. 공기가 흐르는 야외에서 공기로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특히 이번 바이러스는 공기감염이 확인된 바 없다. 오히려 사무실, 엘리베이터, 자동차, 지하철, 버스, 영화관, 쇼핑몰, 체육관 등 사람이 많고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가 필요하다. 이상일 교수는 “밀폐된 공간에 유증상자가 없으면 다행이지만 불특정인이 모이는 실내, 특히 밀폐된 공간은 실외보다 좋지 않다. 따라서 사람이 많은 밀폐된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⑤ 버릴 때는 뒤집어서 버려라
면 마스크는 재사용할 수 있지만 일회용 마스크는 한 번 사용 후 폐기해야 한다. 버릴 때도 요령이 있다. 기모란 교수는 “일회용 마스크는 사용한 후 버려야 한다. 버릴 때는 마스크 겉면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속이 겉으로 나오도록 뒤집어서 폐기하는 게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감염병 예방 제1원칙은 ‘손 씻기’
감염병 예방 제1원칙은 손 씻기다. 병원균에 오염된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질 때 감염병에 걸리기 때문이다. WHO는 “마스크 착용이 감염 지역에서 바이러스를 포함한 호흡기질환의 확산을 막는 예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마스크를 착용하면 안전하다는 믿음이 생겨 다른 위생 수칙을 간과할 수 있다”며 손 씻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① 눈·코·입 만지는 행동 줄여라
병원균이 피부에 묻는다고 병에 걸리지는 않는다. 병원균이 몸으로 침투하는 경로는 점막이다. 점막은 주로 눈, 코, 입에 있다. 손만 잘 씻어도 감염병의 70%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의학적으로 증명돼 있다. 기모란 교수는 “폐쇄회로TV(CCTV) 등으로 사람들을 관찰해 보니 1시간에 얼굴, 눈, 코, 입 등을 20차례 이상 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식적으로 이런 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② 흐르는 물에 비누 사용해 30초 이상 씻어라
WHO가 제시한 손 씻는 법은 흐르는 물과 비누를 이용하는 것이다. 고인 물에 손을 씻으면 병원균이 물에 남을 수 있어 손에 있는 병원균을 충분히 제거할 수 없다. 손을 물로만 씻는 것보다 비누를 사용하면 더 효과적이다. 강희철 교수는 “흐르는 물과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는 게 감염병 예방의 첫걸음이다. 특히 소홀하기 쉬운 손톱 밑 부분을 신경 써서 닦아야 한다”고 설명했다.③ 공중화장실 비누도 안전하다
공중화장실이나 매장의 화장실을 이용할 때 비누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여러 사람이 사용한 것이므로 병원균이 묻어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 의학박사 리처드 클라스코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비누는 질병을 옮기는 통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미 1965년 실험으로 증명됐다. 피실험자는 손에 대장균과 포도상구균 등 병원균 50억 마리를 묻힌 후 손을 씻었다. 이들은 비누 한 개를 번갈아 사용했다. 그 결과 병원균은 비누를 통해 전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물이 잘 빠지지 않는 접시에 둔 비누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결론은 1988년 재차 확인됐다. 연구진은 비누에 슈도모나스나 대장균 같은 병원균을 주입했다. 16명의 참가자가 오염된 비누로 손을 씻었다. 그러나 손에서 유의미한 수치의 박테리아는 발견되지 않았다.④ 물로 씻을 수 없을 때는 손 소독제를 사용해라
손 소독제(손 세정제)는 병원균을 대부분 박멸한다. 손 소독제는 에탄올이나 이소프로판올 같은 알코올이 주성분이다. 이 알코올 성분이 바이러스나 세균의 단백질을 응고시켜 죽인다. 에탄올 함량은 70~80%면 충분하다. 함량이 너무 높으면 오히려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손 씻기보다 손 소독제를 맹신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2019년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은 대장균으로 오염시킨 손을 비누, 손 소독제, 물티슈, 흐르는 물로 각각 씻도록 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비누의 세균 제거율이 96%로 가장 높았다. 세균 감소율은 손 소독제 95%, 물티슈 91%, 흐르는 물 30초 91%, 흐르는 물 15초 8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모란 교수는 “일반인은 생활하면서 병원균뿐만 아니라 온갖 물질로 손이 오염된다. 비누로 흐르는 물에 손을 씻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외부에서 손을 씻을 수 없을 때 임시방편으로 손 소독제를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⑤ 물티슈는 바이러스 제거 효과 없다
물티슈로 손을 닦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물티슈는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없다. 다만 에스컬레이터나 문의 손잡이 등을 만졌을 때 물티슈로 손을 닦으면 좋다. 물티슈로 책상이나 컴퓨터 등 주변을 잘 닦으면 좋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병원균을 퍼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로런 램 영국 카디프대 교수팀은 물티슈 한 장으로 세 군데를 닦은 뒤 표면의 세균 발생 정도를 비교한 결과 세균이 별로 없는 곳에서 세균이 증가한 사실을 확인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공중 매너 다섯 가지
공공장소에서 ‘기침 매너’가 필요한 시기다. 어떤 이유로든 기침이 나는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해 침방울이 외부로 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마스크가 없다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입을 가려야 한다. 입을 가렸더라도 뒤처리를 잘못하면 2차 감염이 발생한다.① 기침할 때 입을 가린 옷은 세탁해야
손으로 입을 가렸다면 손을 즉시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씻어야 한다. 물이 없다면 손 소독제나 물티슈라도 사용해 즉시 침방울을 제거한다. 또 옷소매로 입을 가리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했다면 옷을 세탁할 필요가 있다. 기모란 교수는 “과거보다 기침 예절이 많이 성숙했다. 그러나 기침 후 행동에 더 유념할 필요가 있다. 손수건이나 휴지로 입을 가렸다면 휴지는 버리고 손수건은 잘 세탁해야 한다. 옷소매에 기침한 후엔 옷을 세탁하는 게 좋다. 겉옷이어서 자주 세탁할 수 없을 때는 매일 옷을 갈아입는 방법도 있다. 옷에 묻은 바이러스는 대체로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② 공공장소에서 침 뱉지 말아야
WHO는 공공장소에서 침을 뱉지 말 것을 권고했다. 캐나다의 바이러스 연구 권위자인 피터 린 박사는 “침방울만큼이나 위험한 게 바닥 세균이다. 바이러스가 잔뜩 묻은 길거리나 버스·전철·사무실 바닥에 무심코 가방을 놓거나 하는 행위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스 바이러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유전자가 80%가량 일치할 정도로 비슷하므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책상, 문고리, 버튼 등 사람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표면에서 생존한다. 온도, 습도, 물체 특성 등에 따라 다르지만 침방울 속 바이러스는 최소 1시간에서 최대 2일까지 버틸 수 있다. 따라서 물로 희석한 세제(락스)로 주변 사물을 자주 소독할 필요가 있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바이러스 생존 기간은 온도와 습도, 표면의 재질에 의해 결정된다. 온도가 낮고 딱딱한 표면일수록 생존 기간이 길다”고 설명했다.
③ 사람 간 거리를 최소 1~2m는 유지하라
열이 나고 기침하는 사람과 접촉을 피해야 한다. WHO는 환자와의 거리를 최소 1~2m 유지를 권고했다. 누가 감염자일지 모르므로 일상에서 사람 간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박민선 교수는 “병원에서 의사가 진료를 볼 때 환자와 90~100cm 간격을 둔다. 물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침방울이 더 멀리 나가지만 공기 중으로 퍼지므로 최소한 그 정도의 간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④ 증상 생기면 자가격리하는 의식이 필요하다
자신에게 이상 증상이 생기면 스스로 자가격리함으로써 지역사회 전파를 줄여야 한다. 물론 호흡기 증상이라고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아니다. 강희철 교수는 “중국을 다녀오지 않았거나 중국인과의 접촉이 없었는데 열이 나고 기침을 하는 사람이 있다. 대부분 일반 감기나 계절성 독감일 것이다. 자가격리해서 쉬면 되는데 너무 힘들다면 병원을 찾는 게 이롭다”고 말했다.⑤ 수시로 문을 열어 환기하라
폐쇄된 장소에서 기침할 때 병원균이 잘 전파된다. 춥다고 난방만 하고 창문을 열지 않으면 공기가 오염되고 그 안에 병원균이 퍼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가정에서는 수시로 창문을 열어 공기 흐름 길을 만들 필요가 있다. 기모란 교수는 “영화관이나 쇼핑몰 등 사람이 모이는 밀폐된 실내에서는 강제 환기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과거 한 대학에서 집단 폐렴이 발생했는데 그때 추우니까 강제 환기 시스템을 끈 것이 문제로 밝혀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