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 이미 풍토병(endemic)과 유행병(epidemic) 단계를 지나 대유행(pandemic) 문턱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대유행 단계로 진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나오고 있다.
보건 전문가인 닐 퍼거슨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교수는 일간 가디언을 통해 "내가 아는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는 현재 1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퍼거슨 교수팀은 이번 바이러스의 재생률을 2.5~3으로 추산했다. 한 사람의 감염자자 3명까지 추가 전염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WHO는 이 재생률을 1.4~2.5로 제시한 바 있다.
이 말대로라면 이미 중국 전체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했고 세계적인 대유행은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게다가 이번 바이러스는 설사나 복통 등 중한 증상이 아닌 상태(기침 등)에서도 전파한다는 점도 대유행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 가능성은 있다. 다만 이는 초전파(super spreading) 행위에 달려있다. 초전파 행위는 한 환자가 많은 사람과 접촉해 수십 내지 수백 명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것을 말한다. 2015년 우리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 때도 초전파 행위 때문에 많은 사람이 감염된 사례가 있다"면서도 "2003년 사스 유행 때처럼 초전파를 잘 막으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행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월27일 확진자가 2744명이고 사망자는 80명이라고 발표했다. 중화권 이외 국가의 누적 확진 환자는 태국 8명, 미국 5명, 일본·싱가포르·호주·말레이시아 각각 4명, 그리고 한국 4명 등이다. 그러나 사람 간 전파는 가족 또는 감염자를 돌보는 의료인에게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사망자는 대부분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으로 면역력이 약한 상태였고 모두 중화권에서만 발생했다.
이런 배경을 근거로 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국제 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고 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1월23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 상황을 국제적 차원의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간주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밝혔다.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가장 심각한 전염병에 대해서만 선포된다. 이 경우엔 해당 전염병 발생 국가에 교역이나 여행 등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각국에 전달되고 국제적 의료 대응 체계가 꾸려진다.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방문 길에 올랐다.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선 중국 측의 협력이 절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당분간 더 확산할 것이다. 그러나 그 확산은 중화권에 국한돼 세계적인 대유행 단계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 같다. WHO는 최악의 사태를 예상할 것이고 세계 각국도 중국과의 이동 제한 등의 조치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는 감염병 예방에 대한 인식이 높은 만큼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잘 통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