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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어 내년도 경기 둔화 지속 전망…금리 추가 인하 시 저성장 장기화 우려도
이주열 총재 “통화정책 여력 남아 있다”
내년 역시 큰 폭의 반등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2020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1.8%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2.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저조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추가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를 기록했다.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률을 보여주는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도 0.5%에 머물렀다. 금통위는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 내외에서 오르내리다가 내년 이후 1%대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추가 금리 인하가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현재 경제 여건상 통화량 증가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는 크게 얻지 못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간이 10년 정도 되는 장기 금리는 (국내) 단기 금리와 상관없이 미국 금리와 비슷해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우리가 내부적으로 단기 금리를 아무리 움직여도 미국에서 장기채 금리가 떨어지면 우리나라도 같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혼자서 경기를 개선하기 힘들다는 방증인 것이다. 그는 “돈의 양이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돈이 어디로 가느냐도 중요하다”며 “지금 (돈이) 가는 데는 강남 부동산밖에 더 있나”라고 지적했다. 송두한 NH금융연구소장 역시 “단순히 금리를 내린다고 경기가 좋아진다는 것은 교과서적인 수준의 얘기”라며 “앞서 금리를 두 번 내렸는데 경기가 좋아졌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금리 하락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상승 주기가 선행됐어야 하는데 우리는 미국이 금리를 9번 올릴 동안 두 번밖에 올리지 않았다”며 “우리는 상승 주기가 없었기 때문에 인하를 통한 부양 여력이 없고 경기 대응력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오히려 금리 인하 조치가 저성장 장기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의 벽을 깨고 0%대 금리로 진입하면 과거 일본처럼 ‘금리 상수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 소장은 “급하니까 일단 내렸다가 좋아지면 다시 올리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며 “금리 주기성이 소실되면 앞으로 저성장이 장기화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시장 과열도 금리 인하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중 하나다. KB부동산 Liiv On(리브 온)의 ‘9월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16% 증가했다. 지난 6월(0.01%) 상승 전환 이후 4개월 연속 가격이 오르고 있다. 9월 5개 광역시의 상승률은 0.03%에 불과하며 기타 지방은 오히려 0.19% 하락했다. 서울, 수도권에 한 해 부동산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컨설턴트 김인만 굿멤버스(Good Members) 대표는 “최근 서울 집값이 다시 들썩이면서 분양가 상한제의 효과가 유명무실해져 버렸는데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서울 집값의 상승에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여름부터 시작된 투자심리 회복의 가장 큰 원인은 갈 곳 잃은 과잉 유동성과 저금리”라고 분석했다.늘어난 통화량, 부동산에만 집중될 우려
그는 현재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예금금리가 제로에 가까워지면서 예금에서 부동산으로 유동자금이 더 몰릴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가계소득 증가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고 있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그는 “이미 소득 대비 주택가가 너무 높은 상황이다. 투자심리는 갈대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악순환이 계속되다가 언제 한 군데가 무너질지 모른다”며 “정상 흐름이면 부동산시장이 안 좋아도 버틸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경제구조 등에 개혁이 필요한데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송두한 소장도 “현재 집값은 기초경제 여건이 견고해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며 “금리가 더 내려가면 부채가 증가해 가계와 기업의 건전성이 악화되고 이는 소비 둔화와 내수 부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자산 가격 하락을 수반하는 채무 조정 과정, ‘디레버리징’이 본격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향후 경기 부양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로 꼽히는 것은 정부 정책이다. 윤창현 교수는 “늘어난 통화량이 부동산이 아닌 생산적 부문으로 갈 수 있는 흐름은 한국은행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정부가 재정정책과 산업정책 등을 잘 펼쳐서 기업 등에 돈이 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통화량을 받을 수 있는 좋은 목표, 기업들을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늘리기만 하면 안 된다”며 “그렇다고 통화량을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은은 정부 정책, 글로벌 경기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인하나 동결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