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北, 평양 간 비건 美대북특별대표에게 최후통첩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이다. 첫 번째 만남보다 흥행성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지만, 북·미 회담만큼은 예외다. 한반도가 세계 정세 변화의 중심에 있어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수식어는 이제 식상해졌다. 그보다는 남한과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하는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더 관심사다. 여기에 재무장을 시도하는 일본, 아시아 진출을 다시 꿈꾸는 러시아도 ‘빛나는 조연’이다. 한반도는 2월말 또다시 변화의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2월9일 강경화 외교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박3일에 걸쳐 열린 평양회담 결과에 대해 ‘생산적인 협의’였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언론들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뭔가 좋은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비건의 방북은 ‘알맹이가 없었다’는 게 외교가의 전반적인 평가다. 이날 발언은 외교적 수사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협상 결과를 말하기보다 그 전부터 진행된 북·미 대화를 살펴보자. 비건은 1월말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진일보된 발언을 쏟아내 주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한국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 그것은 끝났다. 우리는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다.” 비건의 이날 발언은 이례적이고 파격적이었지만 의미가 있었다. 국무부가 강연 동영상을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에서 의도가 엿보인다. 그런 다음 곧장 한국을 찾아와 6자회담 우리 측 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만났다. 그러더니 돌연 당일 6일 평양으로 들어가 회담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비건이 방한 전 북한 초청을 받았는지, 아니면 우리 측의 주선으로 평양행을 제안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시간상으로 살펴보면, 북한은 비건의 발언에서 ‘뭔가 달라진 입장이 나올 것 같다’며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던 것 같다. 비건의 방북은 그래서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무대가 된 하노이는 베트남의 천년 고도다. 하노이는 6세기 무렵부터 베트남의 중심 도시가 됐으며 11세기 리 왕조가 수도로 삼았다. ⓒ 연합뉴스·AP 연합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무대가 된 하노이는 베트남의 천년 고도다. 하노이는 6세기 무렵부터 베트남의 중심 도시가 됐으며 11세기 리 왕조가 수도로 삼았다. ⓒ 연합뉴스·AP 연합

관계 개선과 제재, 양립할 수 있을까

막상 평양에서 만난 자리에서 양측은 입장차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비건은 앞서 스탠퍼드대학 연설에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기존 방식을 바꿀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 앞의 체제안정 관련 내용은 북한을 회담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한 수사에 불과했던 것인데, 북한은 이를 미국의 변화로 본 것이다. 비건의 발언이 있기 하루 전인 1월30일 노동신문은 논평을 통해 “싱가포르 조미(북·미)수뇌상봉 이후 조미 협상이 반년 동안이나 공회전을 하며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바로 허황한 ‘선비핵화, 후제재완화’ 주장 때문이다. 관계개선과 제재는 절대로 양립될 수 없다”고 분명한 원칙을 내세웠다.  그렇다고 비건의 방북 자체를 가볍게 여길 필요는 없다. 분명 진전된 측면도 있다. 일단 의제를 정했다는 게 중요하다.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은 첫 만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북한은 일말의 기대를 걸었을지 몰라도, 트럼프는 ‘쇼’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회담이 열린 6월12일 전날까지 양측은 수차례 심야 회동을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회담장 주변에서 돌았다. 심지어 1차 회담이 있기 전 판문점에서 예정된 회담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를 수차례 바람맞혔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리고 1차 회담 결과는 ‘앙꼬 없는 찐빵’이 됐다. 미국은 1차 회담에 있어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1월말 강연에서 비건은 “지난 싱가포르(1차) 회담은 전체적으로 준비가 부족했고, 합의서에 대한 세부 사항을 검토하는 것도 충분치 못했다”고 시인했다.   

☞계속해서 기사가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