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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뱅크 향한 아이돌 모시기 경쟁 ‘후끈’
아이돌 모델 통해 ‘젊음’과 ‘혁신’ 강조…디지털 트렌드 선도 목적도

은행의 ‘얼굴’이 바뀌고 있다. 고객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으면서 인지도가 높은 광고 모델을 선정하는 게 과거의 추세였다. 국민 배우 ‘안성기’, 피겨 여왕이자 국민 여동생으로 불린 ‘김연아’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최근 은행 광고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광고 모델이 인기 아이돌로 바뀌었다. 비대면 거래가 크게 늘어나는 등 디지털 혁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디지털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젊은 세대의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은행권 아이돌 마케팅은 지난 2016년 KB국민은행이 걸그룹 ‘아이오아이(I.O.I)’를 광고 모델로 선정한 이후 급속도로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인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과 ‘워너원’을 광고 모델로 선정, 예상을 뛰어넘는 마케팅 효과를 거두면서 은행들의 아이돌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왼쪽)워너원 광고를 적극 활용했던 신한 카드 (오른쪽)국민은행이 선보인 ‘KB X BTS 적금’ 통장 ⓒ 신한은행·KB국민은행
(왼쪽)워너원 광고를 적극 활용했던 신한 카드 (오른쪽)국민은행이 선보인 ‘KB X BTS 적금’ 통장 ⓒ 신한은행·KB국민은행

아이돌 나오는 상품 판매 쏠쏠

각 은행들은 아이돌 기용을 통해 마케팅 효과뿐 아니라 관련 상품 판매로 쏠쏠한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6월 국민은행이 선보인 ‘KB X BTS 적금’은 출시 반년 만에 계좌 개설 18만 좌를 넘어섰으며 워너원 멤버들 사진이 들어간 신한은행의 ‘워너원 쏠 딥드림 체크카드’는 약 10만 장이 발급됐다. 아울러 워너원 광고를 적극 활용했던 신한은행의 통합 모바일앱 ‘쏠(SOL)’은 가입자 800만 명 돌파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올해도 은행들은 아이돌 모시기에 여념이 없다. 국민은행은 최근 BTS와 광고 모델 재계약을 맺었다. 올해도 관련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워너원과의 계약기간이 만료된 후 후속 모델을 고르는 중이다.  NH농협은행은 최근 여성 아이돌그룹 ‘공원소녀’를 ‘농가소득 5000만원 국민공감 캠페인’ 및 농협은행 SNS 홍보 모델로 위촉했다. 농협은행이 아이돌을 광고 모델로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대훈 은행장은 “젊은 층이 우리 농업·농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최근 인기 걸그룹 ‘블랙핑크’와 광고 모델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데뷔와 동시에 국내외 음악차트를 석권하고, 현재 세계적인 걸그룹으로 성장한 블랙핑크의 열정과 도전정신이 올해 창립 120주년을 맞아 세계적인 은행으로 성장하려는 우리은행의 이미지와 부합해 블랙핑크를 광고 모델로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광고계약을 통해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에서도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아이돌 모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은행의 경우 돈을 다룬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안정감을 주는 중견 배우나 전 연령에 걸쳐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스타들을 주로 기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현재 대다수 은행들은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분야 혁신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모바일뱅킹 등 은행 창구를 거치지 않는 이른바 비대면 거래가 90%에 달하는 상황 속에서 디지털 혁신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핵심 과제인 셈이다. 아이돌 모델의 등장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은행들은 아이돌 모델을 통해 ‘젊음’과 ‘혁신’이라는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은행 특성상 아이돌 기용 자체가 하나의 혁신이 되는 셈이다.  
금융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10대들에게는 어떤 아이돌 모델을 쓰느냐가 은행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10대들의 아이돌 사랑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해당 아이돌이 쓰는 상품은 내놓기가 무섭게 불티나게 팔리곤 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아이돌 모델을 통해 충성스러운 잠재 고객을 얻게 되는 셈이다.
농협은행은 최근 SNS 홍보 모델로 여성 아이돌그룹 ‘공원소녀’를 위촉했다. ⓒ 농협은행
농협은행은 최근 SNS 홍보 모델로 여성 아이돌그룹 ‘공원소녀’를 위촉했다. ⓒ 농협은행

무분별한 아이돌 모델 기용 우려도

현재 국내 디지털 트렌드는 10~30대인 젊은 층이 주도하고 있다. 이제는 TV 광고보다 유튜브 등을 통한 온라인 광고가 더욱 효과적인 시대가 됐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자신들의 관심사를 타인과 적극 공유하고 있다. 아울러 젊은 세대가 즐겨 찾아보는 관심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아이돌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광고 모델로 아이돌을 기용한 후 유튜브 광고 조회 수가 엄청나게 늘었다”며 “이는 본사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금융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10대들에게는 어떤 아이돌 모델을 쓰느냐가 은행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10대들의 아이돌 사랑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해당 아이돌이 쓰는 상품은 내놓기가 무섭게 불티나게 팔리곤 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아이돌 모델을 통해 충성스러운 잠재 고객을 얻게 되는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아이돌 모델 기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은행의 큰손이라고 할 수 있는 40~50대 중장년층이나 노년층에게는 아이돌 마케팅이 가져다주는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 국내 은행의 수익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연령층 역시 30대 이하보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이라는 점에서 지나친 아이돌 마케팅은 ‘득보다 실’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이돌 모델을 활용한 이벤트에서 중장년층이 소외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잠재 고객 확보도 중요하지만 은행 거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장년층을 위한 광고 모델 선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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