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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 달해…덩달아 피해도 늘고 있어
청년 실업자 37만 명으로 경쟁 치열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와 다르다. 드라마 《SKY캐슬》은 코디네이터가 해당 학생의 명문대 합격을 보장하지만,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고액 취업 컨설팅·사교육은 청년들의 ‘정규직’ 일자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취업 컨설팅이란 취업에 필요한 자기소개서, 인·적성 검사, 필기·면접시험 등의 과정을 대비하기 위해 학원이나 과외 형태로 제공되는 교육 서비스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고액 취업 컨설팅·사교육을 통해서라도 정규직 취업을 하려는 청년들의 절박함은 각종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1월21일 국내 4년제 대학 졸업 예정자 11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규직에 취업한 응답자는 전체의 11.0%에 불과했다. 올해 대학 졸업 예정자 10명 가운데 1명 정도만 졸업 전에 정규직 취업에 성공한 셈이다. 인턴 등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대학생 비율도 10%였다. 그 외 79%는 여전히 미취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전 정규직 16.9%, 비정규직 22.2%로 집계된 것과 비교하면 전체 취업자 수는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고액 취업 컨설팅 시장이 커지는 데는 컨설팅 업체와 청년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정규직 취업의 절박함이 곧 청년들을 컨설팅 업체로 이끄는 것이다. 취업 절벽에 부딪힌 청년들은 현재 “성공 취업을 위해선 취업 사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취업 포털 커리어가 1월14일 구직자 49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9%가 ‘취업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고 싶다’고 답했다. 취업 코디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로는 ‘혼자서는 취업 자체가 힘들기 때문’(69.5%)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목표로 하는 기업에 꼭 입사하고 싶어서’(22.5%), ‘취업만 할 수 있다면 편법 또는 불법 활동도 상관없어서’(7.8%) 등이 뒤를 이었다. 취업 컨설팅 업체는 구직자들이 원하는 특정 기업 취업 일정에 맞춰 전형의 모든 과정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업체는 축적된 합격자 자료를 기초로 다양한 합격 사례를 제공해 구직자를 취업으로 이끌고, 개별 맞춤 컨설팅을 통해 구체적인 취업 준비도 돕는다. 문제는 금액이다. 적정한 금액 기준이 없어 컨설팅 업체마다 비용도 각기 다르다. 아직 수입이 없는 구직자들은 길어지는 취업 공백기와 면접의 압박으로 컨설팅을 받으려고 하지만,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컨설팅 비용으로 인해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컨설팅 업체 비용은 코스에 따라 매달 30만~60만원 정도며, 취업 때까지 무제한 컨설팅 비용은 구직자 역량에 따라 책정되고 있다. 즉 정해진 금액이 아닌, 업체가 금액을 자유롭게 정하는 구조다. 최근엔 이 같은 취업 컨설팅 시장 범위도 넓어지는 추세다. 블라인드 채용이 증가하면서 면접시험 대비용 발성 연습, 발음 교정 프로그램은 물론 인상을 좋게 만드는 각종 뷰티 수업도 있다. 실제 기자가 서울 지역 취업 컨설팅 업체 비용을 살펴본 결과, 자기소개서는 3~4회당 20만~25만원이었다. 인·적성검사는 3~4회당 10만~15만원이었고, 전공 등 필기시험은 5회당 20만~25만원, 면접시험은 3~4회당 30만~35만원 수준이었다. 이를 1회당으로 따져보면 자기소개서 또는 면접시험은 약 1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구직자들은 수시로 채용에 응시하고 기업별로 다른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하는 데다 전형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실제론 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지출하고 있다. 취업준비생 이아무개씨(27)는 “비용 부담보다 빨리 취업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며 “불안한 마음에 자기소개서를 업체에 맡겨 첨삭 받고, 면접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스피치학원 등을 다니게 된다. 한 달에 100만원 이상 지출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 사례도 만만치 않다. 한국소비자원이 1월28일 공개한 ‘취업 관련 소비자불만 상담접수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소비자상담센터로 총 107건이 접수됐고, 매년 35건 이상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 구직자들은 정규직 취업을 기대하며 고액 컨설팅 업체를 찾지만 컨설팅 업체는 구직자의 입사를 도울 뿐, 합격은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취업 컨설팅 업체가 다양해지고 그 수가 증가할수록 구직자들의 피해도 덩달아 늘고 있다”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구직자들이 업체의 전문성, 비용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은 교육부 등 관계 부처와 협업해 업체 관리·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입장에서도 불만은 있다. 취업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아 취업에 성공한 구직자들의 실질적인 인·적성, 업무 능력 등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임원 박아무개씨(42)는 “회사 내에 취업 코디를 통해 입사한 직원이 있는데, 서류에 기재된 것과는 달리 업무 능력이 떨어졌다”며 “업무를 숙지하지 못한 탓에 어려움을 겪어 흥미를 잃는 직원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매년 35건 이상 소비자 피해 발생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