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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플루토늄·우라늄 농축 시설 해체·폐기 등 단계적 비핵화 유력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월27일, 28일 양일간 베트남에서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5일 미 연방의사당에서 진행된 국정연설에서 이 같은 일정을 밝혔다. 현재 회담 장소와 관련해선 공식적인 발표가 없는 가운데 외신들은 베트남의 대표 휴양지 다낭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자국 대사관이 있는 하노이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보다 앞선 2월3일 일본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미국이 제안한 베트남 다낭 회담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관련 보도를 통해 “당초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경호 등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찾거나 판문점에서 만나는 것을 원했지만 미국은 양측에 부담을 덜 주는 베트남을 희망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중재자 역할을 하는 중국이 시기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꾸준하게 회담을 이어 나가는 것이 한반도 평화에 중요하다고 북한을 설득해 다낭이 최종 회담지로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다낭공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 육군 신형 수직이착륙기 V-22 ‘오스프리(Osprey)’ 4대가 화요일(2월5일) 저녁 다낭공항에 도착, 4시간 정도 머물다 떠났다”며 다낭 개최에 무게를 뒀다. 또 2월초엔 준비팀으로 보이는 미국 측 인력이 다낭 현지를 찾아, 베트남전 당시 미군 베이스캠프로 쓰였던 곳 등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5일(현지 시각) 의회에서 열린 국정연설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의미와 2차 정상회담 날짜 등을 밝혔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5일(현지 시각) 의회에서 열린 국정연설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의미와 2차 정상회담 날짜 등을 밝혔다. ⓒ 연합뉴스

北, 영변 핵 해체…美, 제재 완화 ‘맞바꾸기’

현재 다낭의 주요 호텔들은 2차 정상회담을 취재하려는 서방언론들이 몰리면서 숙박비가 큰 폭으로 올랐다. 북·미 양측이 베트남을 후보지로 선택한 이유는 뭘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기 ‘참매 1호’의 최대 운항거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게 정설이다. 여기에 북한이 개혁·개방만 하면 베트남과 같은 신흥 개발도상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점도 참고가 됐을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2월6일 “소련식 사회주의 정책을 버리고 ‘도이모이’ 개방정책을 편 베트남은 북한 경제 재건의 롤모델”이라고 보도했다. 베트남식 개혁이 성공한 데는 미국의 경제지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다낭이 최종 회담장소로 결정되는 것도 의미가 있다. 다낭의 지리적 여건은 북한 정권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원산갈마해안지구’와 비슷하다. 북한 수뇌부엔 최적의 개발 모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트럼프 정부에게는 ‘개혁·개방만 하면 우리가 원산 일대를 이렇게 만들어 주겠다’는 것을 홍보하는 최적의 장소다.   1차 회담이 첫 만남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면 2차 회담은 구체적인 합의안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이에 대해선 양측 모두 부담이 크다. 북한으로선 트럼프 행정부의 1기 임기가 내년에 끝남에 따라 어떻게든 연내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로의 전환과 같은 구체적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하면 새 행정부와 처음부터 다시 협상을 벌여 나가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도 갈 길이 멀다. 시리아 내 미군 철수를 놓고 미국 내 거센 반발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자신의 외교적 치적을 높일 만한 결과물이 마땅치 않다. 미국 주요 외교안보 싱크탱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외교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북한과 성급하게 협상할지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1월31일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산하 월터 쇼렌스틴 아·태 연구센터(소장 신기욱)가 주최한 강연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지난 싱가포르 회담 결과는 전체적으로 미흡했다. 전체적으로 준비가 부족했고, 합의서에 대한 세부 사항을 검토하는 것도 충분치 못했다”고 시인했다. 이번마저 구체적인 합의안 도출에 실패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의 거센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번 2차 회담을 앞두고 양측 실무진들은 정상국가 간 회담과 같이 구체적인 합의안 마련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비건 특별대사는 미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미 행정부의 협상 방식과 처음부터 달리했다.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는 등 획기적으로 다른 정책을 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도 70~80% 합의안은 실무자 선에서 매듭짓고, 핵심적인 사항만 두 정상 간 단독회담에서 합의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비건 특별대표가  평양에 머물며 북측과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2차 회담에서 양측이 구체적인 행동에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현재로선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방식은 채택되기 힘들다. 당초 트럼프 정부가 목표로 했던 일괄 타결 방식도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 대신 단계적 방식이 유력하다. 지난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해 10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했을 때 김정은이 북한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 해체와 폐기를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는 풍계리 핵실험장,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 대한 국제기구 사찰 및 검증, 영변 핵시설에 대한 해체 및 폐기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워싱턴포스트가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작년 10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폐기를 대가로 원전을 제공하는 해법을 북한 정부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영변을 포함한 핵시설에 대한 폐기에 핵 프로그램 동결을 선언한다는 것은 ‘미래 핵’과 ‘현재 핵’에 대한 포기를 의미하며 이는 트럼프 정부로서도 나쁘지 않은 성과”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미국은 부분적으로 제재를 해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종전선언 및 평화체제로의 전환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간 획기적인 관계 개선을 위해 각각 평양과 워싱턴에 국교 수립 전 단계인 연락사무소 개설이 합의될 수도 있다. 종전선언이 힘들다면 선제공격이나 체제 전복과 같은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대내외에 공표할 수 있다. 1월말 강연에서 비건 특별대표가 핵 신고서 제출 시기를 ‘지금 당장’이 아닌 ‘언젠가’라고 말해 종전 입장보다 한 발짝 물러난 모습이었다.  


北·美 단계적 비핵화로 협상 실타래 풀 듯

북·미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여지도 있다.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월3일 “미국과 중국이 2월27〜28일 베트남 다낭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련 내용이 사실일 경우 베트남 다낭에선 북·미, 미·중 간 정상회담이 연달아 열린다. 만약 북·미 간 대화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에 이를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다낭으로 건너가 남·북·미·중 4개국이 참여해 종전을 선언할 수 있다. 현재 청와대는 회담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양측 간 대화가 잘 풀린다고 판단되면, 직접 베트남을 찾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4자 정상의 종전선언은 북·미 간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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