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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플루토늄·우라늄 농축 시설 해체·폐기 등 단계적 비핵화 유력
北, 영변 핵 해체…美, 제재 완화 ‘맞바꾸기’
현재 다낭의 주요 호텔들은 2차 정상회담을 취재하려는 서방언론들이 몰리면서 숙박비가 큰 폭으로 올랐다. 북·미 양측이 베트남을 후보지로 선택한 이유는 뭘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기 ‘참매 1호’의 최대 운항거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게 정설이다. 여기에 북한이 개혁·개방만 하면 베트남과 같은 신흥 개발도상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점도 참고가 됐을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2월6일 “소련식 사회주의 정책을 버리고 ‘도이모이’ 개방정책을 편 베트남은 북한 경제 재건의 롤모델”이라고 보도했다. 베트남식 개혁이 성공한 데는 미국의 경제지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다낭이 최종 회담장소로 결정되는 것도 의미가 있다. 다낭의 지리적 여건은 북한 정권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원산갈마해안지구’와 비슷하다. 북한 수뇌부엔 최적의 개발 모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트럼프 정부에게는 ‘개혁·개방만 하면 우리가 원산 일대를 이렇게 만들어 주겠다’는 것을 홍보하는 최적의 장소다. 1차 회담이 첫 만남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면 2차 회담은 구체적인 합의안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이에 대해선 양측 모두 부담이 크다. 북한으로선 트럼프 행정부의 1기 임기가 내년에 끝남에 따라 어떻게든 연내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로의 전환과 같은 구체적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하면 새 행정부와 처음부터 다시 협상을 벌여 나가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도 갈 길이 멀다. 시리아 내 미군 철수를 놓고 미국 내 거센 반발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자신의 외교적 치적을 높일 만한 결과물이 마땅치 않다. 미국 주요 외교안보 싱크탱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외교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북한과 성급하게 협상할지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1월31일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산하 월터 쇼렌스틴 아·태 연구센터(소장 신기욱)가 주최한 강연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지난 싱가포르 회담 결과는 전체적으로 미흡했다. 전체적으로 준비가 부족했고, 합의서에 대한 세부 사항을 검토하는 것도 충분치 못했다”고 시인했다. 이번마저 구체적인 합의안 도출에 실패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의 거센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번 2차 회담을 앞두고 양측 실무진들은 정상국가 간 회담과 같이 구체적인 합의안 마련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비건 특별대사는 미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미 행정부의 협상 방식과 처음부터 달리했다.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는 등 획기적으로 다른 정책을 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도 70~80% 합의안은 실무자 선에서 매듭짓고, 핵심적인 사항만 두 정상 간 단독회담에서 합의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비건 특별대표가 평양에 머물며 북측과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2차 회담에서 양측이 구체적인 행동에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현재로선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방식은 채택되기 힘들다. 당초 트럼프 정부가 목표로 했던 일괄 타결 방식도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 대신 단계적 방식이 유력하다. 지난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해 10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했을 때 김정은이 북한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 해체와 폐기를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는 풍계리 핵실험장,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 대한 국제기구 사찰 및 검증, 영변 핵시설에 대한 해체 및 폐기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워싱턴포스트가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작년 10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폐기를 대가로 원전을 제공하는 해법을 북한 정부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영변을 포함한 핵시설에 대한 폐기에 핵 프로그램 동결을 선언한다는 것은 ‘미래 핵’과 ‘현재 핵’에 대한 포기를 의미하며 이는 트럼프 정부로서도 나쁘지 않은 성과”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미국은 부분적으로 제재를 해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종전선언 및 평화체제로의 전환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간 획기적인 관계 개선을 위해 각각 평양과 워싱턴에 국교 수립 전 단계인 연락사무소 개설이 합의될 수도 있다. 종전선언이 힘들다면 선제공격이나 체제 전복과 같은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대내외에 공표할 수 있다. 1월말 강연에서 비건 특별대표가 핵 신고서 제출 시기를 ‘지금 당장’이 아닌 ‘언젠가’라고 말해 종전 입장보다 한 발짝 물러난 모습이었다.
北·美 단계적 비핵화로 협상 실타래 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