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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원석 자유한국당 강남을 조직위원장…“오디션으로 촉발된 혁신의 불씨 얼마나 더 지피느냐가 중요”
30세에 당 조직위원장이 됐다.
“굉장한 영광이다.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한편으로는 왜 서른 살에 조직위원장이 되면 이슈가 되는지 모르겠다. 한국 사회는 청년을 하나의 약자로 취급한다. 따지고 보면 한국당을 만들어낸 분들도 30대에 정치를 시작했다. 산업화도 30대가 이끌었다. 지금 30세에 정치에 입문하는 게 파격적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로 우리 사회의 동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정치에 뛰어든 이유는 뭔가.
“정치에 항상 관심을 갖고 있었다. 다만 삶의 현실적인 체험 없이 정치에 입문한다는 것은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현실적인 사업을 해 보자 해서 주식회사 ‘하큐셀’이라는 바이오 벤처 사업과 ‘청사진’을 운영했다.”왜 지금 조직위원장 후보로 나섰나.
“결정적으로 한국이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은 분열하고 갈등하고 있다. 특히 청년세대로부터 지속적으로 외면 받고 있다. 그 외면의 강도가 너무 중대하다고 봤다. 지금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면 한국당은 소멸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한국당을 선택한 이유는.
“한국당은 명실상부 제1야당이다. 제1야당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결국 어떤 보수 루트로 정치에 입문하든 간에 자유우파의 정치철학을 구현할 기회는 박탈될 수밖에 없다. 한국당에 들어가 일신의 출세가 아닌 무너진 자유민주 가치의 변화를 선도하고자 선택했다.”“태극기 세력도 소외된 사람들”
한국당 혁신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2월27일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 대표가 되든 간에 그 대표는 보수 통합의 막중한 과제를 떠안게 된다. 이것을 아우르면서 혁신을 꾀하기 원한다면 오디션으로 촉발된 혁신의 불씨를 얼마나 더 지피느냐가 중요하다. 시작은 긍정적이지만 지속성이 없다면 이 혁신은 또 하나의 쇼로 전락하게 된다. 그렇게 됐을 때 한국당은 절대로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황교안 전 총리의 입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어떻게 보면 이분은 주홍글씨가 써져 있는 상태다. 황 전 총리도 그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걸 잘 아실 것이다. 기본적으로 보다 더 객관적인 평가 척도로 검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내년 총선은 어떻게 예상하나.
“1년 몇 개월 남짓한 총선 대비기간을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한국당이 죽고 살고가 결정될 것이다. 여러가지 지표로 한국당의 변화 의지를 평가할 수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이번에 오디션으로 정치권에 진입한 젊은 신진 세력들이 한국당 내에서 공천으로 이어지고 그 분들이 당내에서 서포트를 받고 움직일 수 있냐 없냐가 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태극기 세력도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극기 세력도 사실상 보수 내에서 소외되신 분들이다. 자신들 목소리가 관철되지 않으니까 답답한 마음에 태극기 한 장씩 들고 나와서 제발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외치는 거다. 태극기 세력의 말을 경청하면서도 이분들의 과격한 언어나 행위에 대해서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으면 좋겠다고 권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한국당은 청년들의 풀뿌리 조직이 없다고 여겨진다.
“기본적으로 한국당이 당내 청년들을 제대로 육성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 시스템이 부재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청사진 파트너들과 함께 당 밖에서 네트워크와 공동체를 만들었다. 더 많은 청년들이 모여 연대하면서 정치문화를 바꾸지 않고 한 사람의 스타성에 기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홍보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현실정치에서 청년들의 정치참여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도권과 비제도권 차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저는 정당 소속이 됐기 때문에 제도권 측면에서 한국당 내에서 청년들에 대한 시스템 제고를 지속적으로 요청할 것이다. 이번에 오디션을 통해 들어온 많은 젊은 조직위원장과 연대해 움직일 거다. 비제도권 측면에서는 청사진에서 시니어 파트너분들과 한국당이라는 제도적 프레임을 넘어 훨씬 광범위하게 청년들을 육성해 한국당에 자리를 잡으면 점차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기성세대 잘못, 20대 남성에 돌리지마라”
‘SKY캐슬’로 상징되는 학벌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SKY캐슬’의 가장 큰 본질은 출발선이 다른 부분을 지적한 거다. 정부의 개입 없이 제도적으로 확실하게 수능 위주로만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실력대로 평가받게 제도가 설계 돼야 한다.”20대 남성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굉장히 낮다.
“이 문제에 있어 책임져야 할 당사자는 기성세대 남성이다. 기성세대가 다 벌여놓고, 이제 사회에 진입하는 20대 남성들한테 무한정 책임을 지라는 ‘꼰대 마인드’가 강요되면서 폭발적으로 분노하게 된 거다. 기존에 누렸던 기성세대 남성들은 많이 누렸으니까, ‘이제 여성들한테 잘해줘’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30대가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20대는 화가 나고 불평등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경험이 미숙하다. 반면 40-50대들은 관성에 적응이 돼있다. 의사결정을 가지고 있는 40-50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때 30대가 중재자가 돼서 20대의 의견을 통합적으로 반영시켜야 한다.”앞으로 정치인으로서 계획은 무엇인가.
“저는 이것을 명확하게 말씀드리고 싶다. 현재 보수의 실패가 아니라, 보수 정치인의 실패다. 무너진 보수에 대한 신뢰를 바로 세우고 보수의 가치를 성공시킨 사람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 그것을 서른 살 때부터 시작했다는 점, 혼자서가 아니라 정말 뜻이 있고 역량 있는 동지 청년들과 함께했다는 점,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한국당이 변하고 세대교체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인정을 받고 기억에 남고 싶다.”“청년이라서 유리하지 않았다”
한국당 공개 오디션 뒷이야기
정원석 위원장은 공개 오디션 당시 중간평가단 투표에서 1위가 아니었다. 그는 중간평가를 기점으로 청년 이미지를 내세우려던 전략을 완전히 바꿨다. 다른 두 후보도 젊은 감각을 밀었기 때문이다. 그는 청년에게 유리하게 판을 짜준 오디션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떨어진 청년도 있다. 만약 당에서 청년에 대해 일방적인 우호전략으로 갔다면 청년 중에서 굉장히 실력이 출중한데 떨어진 후보가 없었을 것”이라며 “공정했기 때문에 될 분은 되고 못 될 분은 또 다른 분한테 기회가 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지금껏 정당은 후보들을 선정할 때 굉장히 밀폐된 공간에서 정해 왔다. 그로 인해 누가 내정됐다는 둥 공정성의 문제들이 많이 제기돼 왔는데 그것을 불식시켰다는 점에서 공개 오디션은 매우 훌륭했다”고 평가한 후 “공개 오디션의 본질은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맞춰져야 한다. 청년이기 때문에 특혜를 받는 건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오디션을 개선한다면 청년 중심의 무엇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한국당이 국민들로부터 다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공정한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차원에서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