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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엽 변호사의 뜻밖의 유죄, 상식밖의 무죄] 2회
다른 룸메이트의 의사에 반한다면 주거침입죄 성립 돼

“공동으로 생활한다는 자체가 한편으로 그에 따른 '불편함'을 어느정도 
감수하겠다는 묵시적 동의가 입주 당시부터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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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 ①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5.12.29> ②전항의 장소에서 퇴거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살면서 한 번쯤 욕을 해봤을 것이다. 듣기도 했을 것이다. 친구끼리 장난으로 욕을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싸울 때마다 진심을 다해 욕설을 퍼붓는 이도 있다. 뭐 다들 어릴 때라(고 믿고 싶어) 하지만 경우에 따라 심한 말이 오가기도 한다. 그 와중에도 듣기 쉽지 않은 말이 있다. 바로 '침입'이다. '침입한다', '침공한다' 이런 말은 현실에선 잘 쓰지 않는 것 같다. "네가 뭔데 끼어들어", "네가 뭔 참견이야"는 있어도 "너 왜 침입했냐"란 말은 듣기 쉽지 않다. 그런데 '침입죄'를 범하는 사람은 많으니 그게 바로 '주거침입죄'다. 남의 집에 물건 훔치러 들어가면 절도와 더불어 당연히 주거침입이 된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뭘 '침입'으로 봐야 할까. 내가 모르는 남의 집에 물건 훔치러 가는 건 당연히 주거침입이 될 것 같은데, 그럼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는 백화점에 옷 훔치러 가도 그 자체로 주거침입죄일까? 법원의 입장은 단호하다. 주거의 '사실상 평온'을 해하였으므로 주거침입죄가 된다고 본다. 범죄를 규정하는 모든 형법조문은 그 범죄를 처벌함으로써 사수하고자 하는 법익이 있다. 이를 '보호법익'이라 한다. 살인죄는 생명을, 절도죄는 재산을, 모욕죄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한다. 주거침입죄의 경우 그 주거에 생활권을 갖고 있는 자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보호법익으로 본다. 어려운 말로 '주거에 대한 공동생활자 전원의 사실상의 평온'이라고 하는데, 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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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도 잘 나가지 않았던 연예인 출신 K씨는 귀여운 외모와 특유의 미성으로 여성들에 인기가 많았다. 그는 결혼한지 5년이 넘어가는 30대가 되어서도 정신을 못 차리고 강남, 이태원 클럽을 전전했다. 그런 그에게 2015년 간통죄 위헌 결정은 군인에게 내려진 포상휴가와 같았다.  K씨는 마음놓고 친구인 B씨의 부인인 유부녀 L씨와 교제했다. 호텔에서, 차에서, 때론 L씨(B씨)의 집에서. 둘의 위험한 만남은 경계를 넘나들었다. B씨는 L씨를 믿었던 만큼 친구(K씨)도 믿었기에 아무런 부담없이 소개시켜줬고 그런 만남이 있은 후로부터 어울렸을 뿐이었기에 단단히 화가 났다. 그럼에도 K씨는 의기양양했다. 간통이 적어도 형사처벌 대상이 아님은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환장이 날아왔다. 죄명은 '주거침입'. K씨는 날뛰었다. 왜 이게 죄가 되느냐. 간통이 죄가 아닌데 무슨 주거침입이냐고. 법원에서 K씨는 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조목조목 따졌다. 하지만 판사는 단호했다. 비록 집에 B씨가 부재 중이라 하더라도 B씨의 지배관리관계는 외관상 존재한다고 호통쳤다. '불륜'을 위해 K씨가 들어간 것이므로 이는 당연히 B씨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어서 주거침입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같이 사는 L씨의 승낙이 있었어도 다른 거주자의 승낙이 없는 이상 마찬가지라고 했다. K씨는 뭐 이런 법이 다 있냐며 항소했고 이마저 기각되자 상고했지만 결국 대법원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결국 그는 '침입자'로 남은 인생을 살게 됐다. 법원의 입장은 공동생활을 하는 모두가 '평온을 누릴 권리'가 있으므로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이들 모두의 주거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일부가 승낙했다 하더라도 다른 일부의 의사에 반한다면 이는 주거의 지배·관리의 평온을 해치는 것이 되어 죄가 된다. 그러니까 유부녀와 불륜하러 집에 들어간 것은 유부녀의 승낙이 있었더라도 남편의 의사에 반하여 결국 '주거의 사실상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었고 따라서 주거침입죄로 처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 아래 사례를 보자.

(1) 호기심이 왕성한 많은 학생들은 자신의 자유를 실현할 곳이 마땅하지 않아 보통 '친구의 빈 집'을 이용한다. 성인영상을 본다든가 담배를 피워본다든가 불장난을 한다든가. 때로 어떤 여(남)학생은 교제하고 있는 남(여)학생을 부모님이 없을 때 집으로 끌어들여 놀 수도 있다. 이걸 두눈뜨고 환영할 부모는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주거침입일까?

(2) 집을 렌트하여 공동생활을 하는 두 회사원 A, B가 있다. B는 외부인이 자신의 공간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는데 A는 B가 출장을 갈 때마다 B 몰래 자신의 애인을 종종 집에 들인다. 이 경우 A의 애인은 주거침입의 죄를 범한 것일까?

법원의 입장에 따른다면 (1)의 학생들, (2)의 A의 애인의 행위 모두 주거침입죄가 된다. 왜냐하면 친구와 A가 승낙했다 하더라도, 부모와 B의 의사에 직접-간접적으로 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공동주거권자의 일부의 의사에 반한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을 쉽게 인정할 수 있을까? 내가 초대를 받아 누군가의 집에 간다면 나는 당연히 그의 승낙을 이 집의 출입조건으로 여기기 마련이다. 이 곳에 몇 명이 생활하는지, 또 그들의 의사가 어떠한지, 지금 하는 나의 출입이 그들의 의거의 평온을 해할 것인지 일일이 검토하기란 곤란하다. 어차피 재산적·정신적 손해를 입혔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데, 이러한 경우에까지 국가가 나서서 형사처벌할 실익이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공동 주거권자 중 일부의 의사에 반하기 때문에 아무도 못 데리고 온다고 한다면 오히려 다른 일부의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 아닐까? 공동으로 생활한다는 자체가 한편으로 그에 따른 '불편함'을 어느 정도 감수하겠다는 묵시적 동의가 입주 당시부터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물론 상간남을 처벌하기 위해 단호한 법대를 들이댄 법원의 결론만은 일견 수긍이 가지만 내세운 법근거는 전혀 다른 취지로 의탁되어 엉뚱한 경우까지 재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것은 아닐까? 친구의 초대로 들어간 기숙사 구경, 주거침입죄가 될 수도 있다. 다른 룸메이트의 의사에 반한다면 말이다.  
남기엽 변호사
남기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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