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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의료사고 책임 삼성서울병원에 있다” 판결
혈소판 수혈 받고 9일 만에 사망
수혈 사고니만큼 병원은 물론이고 보건 당국도 발칵 뒤집혔다. A씨가 사망한 이유를 밝히기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 혈액관리위원회는 물론이고 질병관리본부까지 조사에 나섰다. 혈액을 공급한 대한적십자사와 혈소판제제를 혼합해 A씨에게 수혈한 삼성서울병원으로 조사 대상이 압축됐다. 하지만 두 기관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질병관리본부는 A씨가 수혈을 받는 과정에서 황색포도상구균에 감염돼 사망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사망 당시 A씨의 혈액과 수혈 후 남은 혈액백을 회수해 검사한 결과 동일한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도 구체적인 오염 경로는 확인하지 못한 채 조사를 덮었다. 당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환자 혈액과 혼합 혈소판제제 수혈백에서 검출된 세균이 동일한 특성을 가지는 균종이니만큼 수혈 부작용으로 추정하면서도, 채혈이나 혈소판 혼합 과정에서 오염됐을 것으로 의심되지만 구체적인 오염 경로 확인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수혈 사고로 A씨가 사망했지만, 책임 소재는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A씨의 유족들이 이듬해 11월 대한적십자사와 삼성서울병원 모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재판 과정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둘씩 밝혀지기 시작했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수혈 사고 이후 실시한 환경오염검사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혈액은행이나 의료진의 손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을 들며 의료사고가 아님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A씨에게 수혈하고 남은 혈액백을 병원 의료진이 곧바로 폐기한 사실이 우선 문제로 제기됐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A씨의 판결문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수혈 부작용 발생 시 재검사를 위해 환자 검체와 수혈한 혈액제제를 최소 7일간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의료진은 혼합 혈소판제제를 제조하고 남은 혈액백을 곧바로 폐기했다. 그나마 사고 이후 실시한 환경오염검사 시기도 사고가 나고 7일 후여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병원 측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공급받은 농축 혈소판제제의 풀링 시간을 알 수 있는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풀링 시간이란 A씨에게 수혈된 혈소판제제가 언제 출고됐는지를 기록한 자료다. 사고의 책임 소재를 따지기 위해 재판부가 관련 기록을 제출할 것을 병원 측에 요청했지만 묵살했다. 이 같은 점을 들어 법원은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이 삼성서울병원에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 병원의 의료진은 수혈할 혈액이 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 하지만 혈소판제제를 이용해 혼합 혈소판제제를 제조하고 이를 망인에게 투여하는 과정에서 혈액이 황색포도상구균에 오염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시했다. A씨가 사망한 지 5년, A씨 유족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4년여 만에 진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른 논란 역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서울병원 묵묵부답으로 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