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늬 “치열하고 고독한 삶, 그래서 웃기고 싶었다”
극 중 적지 않은 액션신과 욕설 연기를 찰지게 해냈다.
“제 안에 그런 게 있나 봐요. 실제론 영화 속 장면처럼 욕을 하진 않아요(웃음). 제가 《히트》(2011)라는 액션영화에서 파이터 역할을 맡아 영화 데뷔를 했어요. 경험이 있는 만큼 웬만큼 몸을 쓰는 액션은 자신이 있었는데, 솔직히 이번엔 힘들더라고요. 대신 자연스럽고 풀어진 연기라 쉽게 다가왔어요. 캐릭터와 제가 비슷한 점이 많거든요.”
‘생얼’ 열연이 눈부시다.
“여배우가 할 수 있는 모든 관리를 멈췄답니다. 헤어 메이크업 준비 시간은 10분을 넘기지 않았어요. 이 모습이 화면으로 나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고민도 했어요. 촬영에 들어가면서 제가 한 다짐이, ‘예쁜 척만 안 하면 된다’ 였어요. 솔직히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현장에서 반응은 어땠나.
“촬영 전 스스로 많이 내려놨다고 생각했는데, 모니터를 보면서 더 내려놔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다 내려놨어요. 두렵고 떨리는 부분이 왜 없겠어요. 스스로와의 싸움이었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모든 것을 보여준 느낌이랄까요(웃음).”
함께 출연한 류승룡은 후배 배우 이하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촬영하는 동안 우리가 생각하는 이하늬는 없었어요. 이뿐만 아니라 이하늬는 《극한직업》 현장의 리더였어요. 이병헌 감독의 말처럼 ‘무결점이 결점인 배우’잖아요. 사람들이 왜 이하늬와 작업하고 싶어 하는지 알았어요. 기분 좋은 에너지의 리더였어요.”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
“제가 볼살이 많은 게 핸디캡이에요. 폭염 속에서 달리는 장면을 찍었는데, 출렁이는 볼살이 슬로로 잡히니까 멘털이 흔들리더라고요. 더구나 화면 속 제 얼굴을 보고 나만 놀라면 괜찮은데 주변에서 다들 놀라는 거예요. 폭염에 모니터가 더워서 늘어진 줄 알았어요(웃음). 충격을 받아서 나중엔 모니터를 아예 안 봤답니다. ‘여자 형사’라는 느낌보다 ‘그냥 형사 다섯’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어요. 정말 그냥 형사더라고요.”
이 영화의 매력은?
“케미! 따로 영화를 했으면 나올 수 없는 매력들이 이렇게 함께 해 놓고 보니까 놀라워요. 그리고 다섯 명 다 열심히 하는 배우이지 않습니까. 사실 코미디는 열심히 하면 재미없다는 정설이 있는데, 너무 열심히 하니까 그게 또 너무 웃기고 재미있더라고요.”
영화를 보면 유쾌했던 현장 분위기가 느껴진다.
“지난해 딱 한 작품 촬영한 게 《극한직업》이었어요. 그때 애썼던 것들이 온전히 담긴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더구나 이 작품은 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항상 배우들과 같이 있어야 했어요. 잘나고, 독립적이고, 혼자 해내는 역할은 현장에서도 혼자 있어야 하는데 이 역할은 팀워크로 하니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어요.”
과격한 키스신도 인상 깊다.
“진선규씨와 키스신이 있었는데, 액션신에 가깝죠. 그것도 고난이도 액션신요. 입술을 부딪친다기보다 혀뿌리를 어떻게 하면 뽑아낼 수 있을까 생각했답니다. 아, 너무 세게 얘기한 건가요?(웃음)”
진선규는 한 인터뷰에서 “시나리오를 보고 장형사와 키스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윤계상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진선규는 영화 《범죄도시》에서 이하늬의 연인 윤계상과 연기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하늬와 윤계상은 7년째 공개 열애 중이다.캐릭터와 닮은 점이 많다.
“자연스럽고, 풀어져 있는 연기라고 해야 하나? 저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장형사’라는 캐릭터에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솔직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의상도 편안해서 내 옷인지 영화 의상인지 구분 못 할 정도였어요. 사실 그동안은 변호사나 불편한 옷을 입는 역할을 많이 해서 쉴 때도 각 잡고 쉬어야 했거든요. 길바닥에 앉아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복장과 환경, 캐릭터였기 때문에 스스로도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코믹물과도 잘 어울리는 배우다.
“예전에 가야금을 배웠을 때 돌아가신 큰 선생님의 유언이 ‘하하 호호 히히’였어요. 그분의 삶을 봤을 때 이런 유언을 남기신 것 자체가 충격적이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요즘 웃을 일이 많이 없잖아요. 삶이 치열하고 고독하잖아요. 그래서 웃기고 싶었어요. 이 작품을 보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고, 또 위로받았으면 좋겠어요.”